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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억의 붕괴를 소리로 건축하다, Guitar Choi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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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편집부 | 2025년 9월 9일, 하나의 연주곡이 고요하지만 강렬한 파문을 일으키며 세상에 나왔다. 아티스트 Guitar Choi의 신곡 'Dementia'는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을 넘어, 듣는 이를 자신의 가장 깊은 기억 속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을 가진 곡이다. 안개처럼 몽환적인 사운드로 시작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파격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3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한 편의 정교하게 설계된 음향적 건축물을 체험하게 된다.


이토록 치열하고도 섬세한 소리의 세계를 빚어낸 아티스트 Guitar Choi와 만나, 그의 음악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 'Dementia', 제목에 담긴 이중적 의미


신곡 발매 후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다음 곡은 어떻게 그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담담하지만 벌써 미래를 향한 시선을 내비쳤다. 그의 음악 여정에서 새로운 '특이점'이 되었다고 말한 이번 곡 'Dementia'는 그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제목에 담긴 의미를 묻자, 그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전에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아직까지 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했던 말씀을 잊어버리고 반복하시는 일이 빈번해졌죠. 다행히 올해 초 계획했던 뇌수술은 피하게 되었고, '치매'까지는 걸리지 않으셨음에 감사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상황을 지켜보며, 그는 자신의 삶을 반추했다. 음악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번번이 그 결심을 '잊은 듯' 다시 기타를 잡는 자신의 모습. 그는 그 미련과 반복의 굴레 속에서 제목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했다.


"'올해까지만 버텨보고 정 안 되면 그만두겠다'는 다짐을 잊은 듯한, 저의 음악에 대한 미련을 갖는 인생이야말로 '치매에 걸린 인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Dementia'는 어머니를 향한 시선인 동시에, 음악 앞에서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자기 자신을 향한 고백이었던 셈이다.

 

◆ 사운드의 건축학: 감성과 이성의 교차점

 


Guitar Choi는 "예전부터 감성적이지만 이성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Dementia'는 감성의 영역을 자극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이성적 설계가 숨어있다.


"어릴 적부터 메탈이나 하드한 록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록 음악 특유의 뚜렷한 기승전결을, 톤이 상반된 로파이 비트 음악에 접목해보고 싶었어요. '클린하지만 힘있는 음악'을 시도해본 거죠."
이러한 시도는 곡의 독특한 구조로 나타났다.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는 "어릴 적 어머니에 대한 따뜻함(추억)"을, 규칙적이고 기계적인 비트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을 때의 냉혹함(현실)"을 상징한다. 두 사운드의 위태로운 동거는 곡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스스로 했던 말을 잊고 반복하는 행위는 잘게 쪼개진 보컬 샘플의 무한 반복으로 청각화되었다. 곡의 압권인 마지막 붕괴 장면에 대해서는 "뇌 속에 꽈리를 틀고 이동하는 질병의 근원 같은, 벌레 같은 존재를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충격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현상을 소리로 구체화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 언어를 넘어선 가능성, 새로운 특이점

 


그의 음악 여정에서 'Dementia'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과거의 서정적인 작업들이 "앞으로 저를 담은 음악들로 가는 밑바탕"이 되어주었다면, 이번 곡은 "과거의 저를 까먹고 새롭게 시작하는 특이점"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밴드 '오비다' 활동을 통해 갇혀있던 사고를 열게 된 경험과, 무엇이든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솔로 작업의 장점이 결합되어 지금의 'Dementia'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가 꾸준히 인스트루멘탈 음악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답이 돌아왔다. "'언어를 몰라도 되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의 음악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리 그 자체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에 직접 말을 건다.

 

◆ 부정적 기억에 대한 'Dementia'를 바라며


인터뷰 말미, 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음을 밝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Arrival)'에서 영감을 받은 '한나'라는 곡이다. 그의 시선이 또 어떤 새로운 풍경을 그려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스너들에게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1차원적인 'Dementia(치매)'는 걸리지 마시고, 삶의 트라우마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Dementia(치매)' 걸린 것처럼 까먹으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상처와 고뇌에서 출발한 음악이, 역설적으로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주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Guitar Choi의 'Dementia'는 단순한 신곡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깊고 서늘한 질문이자 따뜻한 위로다. 그의 다음 '그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