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아트 편집부 | 한국 인디 음악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허클베리핀이 24년 만에 자신들의 기념비적인 앨범에 손을 댔다. 밴드는 2001년 발매했던 정규 2집 ‘나를 닮은 사내’를 완전히 새롭게 녹음한 앨범을 오는 10월 28일 정오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녹음 앨범은 단순한 음질 개선 작업을 넘어, 과거의 명반을 현재의 시선과 기술로 재해석하는 대담한 시도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1997년 결성된 허클베리핀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1집과 3집, 두 장의 앨범을 올린 저력 있는 밴드다. 2001년 발매된 2집 ‘나를 닮은 사내’는 그런지 록 색채가 강했던 1집 ‘18일의 수요일’ 이후, 보컬 이소영이 정식 합류하며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 전환점과 같은 앨범이다. 바이올린 등 다채로운 악기 편성을 통해 허클베리핀 특유의 관조적이고 쓸쓸한 서정성을 구축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허클매니아’라는 견고한 팬덤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명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아쉬움’이라는 그림자가 공존했다. 밴드의 리더 이기용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열악했던 녹음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 앨범을 “가장 아픈 앨범”이라 회고해왔다. 이러한 창작자의 오랜 갈증은 현재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에서 ‘사막’, ‘Somebody To Love’ 단 두 곡만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24년 만의 재녹음은 바로 이 아쉬움을 털어내고 작품의 완전성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발현인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인디 씬에서 흔치 않은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아티스트가 상업적 목적이 아닌, 창작 의지를 바탕으로 과거 앨범 전체를 재녹음하는 것은 선구적인 행보다. 이는 현재의 멤버 구성과 한층 원숙해진 연주력으로 과거의 걸작을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앞서 2024년 선공개된 ‘사막’과 최근 공개된 티저 영상은 한층 깊고 선명해진 사운드를 예고하며 팬들과 평단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물론,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원작을 다시 매만지는 데에는 예술적 딜레마가 따른다. 20년 이상 원곡의 날것의 감성과 특유의 질감을 사랑해온 팬들에게 새로운 버전이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원작의 ‘결함’마저 추억의 일부로 여기는 팬들의 감성과, 기술적·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아티스트의 의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재녹음 버전이 원작의 아우라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탄생은 허클베리핀의 음악적 유산을 현재의 리스너들에게 새롭게 소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밴드의 대표 브랜드 공연인 ‘옐로우 콘서트’ 등 향후 라이브 무대에서 재탄생한 명곡들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오는 연말 대구와 서울에서 개최될 ‘옐로우 콘서트 21’이 그 첫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클베리핀의 이번 시도는 다른 1세대 인디 뮤지션들에게도 자신들의 초기 작업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영감을 줄 수 있다. 한 시대의 걸작이 창작자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한국 인디 음악의 아카이빙과 재해석의 흐름에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24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완성될 ‘나를 닮은 사내’가 어떤 울림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