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아트 편집부 | 카메라 하나를 들고 시골 장터를 찾아다닌 지 40년이 됐다. 처음에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 떠났다.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농사를 짓는 이, 좌판을 펴는 이, 장날만 기다리며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말투와 표정, 흥정하는 목소리와 안부를 묻는 방식 속에서 사진가 정영신은 한 사회의 시간을 보았다. 스스로를 '장돌뱅이 사진가'라 칭한 그가 발길을 닿인 전국의 장터만 600여 곳에 이른다.

그 40년의 기록이 전시로 펼쳐진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의 사진전 '장날'이 오는 4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강남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40년간 이어온 장터 기록 가운데 1980년대 후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8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정 작가가 처음 장터를 찾았던 1980년대 후반은 대형마트도 인터넷 쇼핑몰도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오일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했다. 장날이 되면 마을을 나섰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장터는 소식을 나누고, 지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공간이었다.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다. 사진 속 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이루고 시간을 나누던 삶의 자리로 드러난다.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고, 풍경보다 시간이 먼저 느껴지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특히 초상사진은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한 시대의 삶이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 작가가 오일장에 매료된 것은 1986년 즈음이었다. 소설가를 꿈꿨던 그는 신춘문예에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뒤 인간사를 연구하고자 시골 장터를 찾아 나섰다. 카메라를 든 소설 지망생이 장터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시대상의 변화가 읽혔고, 인류사의 풍경이 보였다. 그렇게 장터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이후 40년 동안 한 우물을 팠다. 저서로는 『시골 장터 이야기』(2002), 『한국의 장터』(2012), 『정영신의 전국 5일장 순례기』(2015) 등이 있으며, 농민신문에 '정영신의 장터순례'를 연재하고 TBN 교통방송에서 '정영신의 장터 속 이야기'를 방송하기도 했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문을 닫은 장터도 많고, 남아 있는 곳들도 현대식으로 개량되거나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영신은 장터를 떠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여전히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장터에는 아직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전시 제목 '장날'은 그래서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이번 전시에 걸리는 80여 장의 사진은 단순한 장날의 기록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거나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조용하고도 집요한 질문이다.

전시는 사라진 장날을 애도하기보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관계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빠른 소비와 화면 중심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잊었고 무엇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지를 흑백의 농도로 되묻는 것이다. 오프닝은 4월 21일 오후 5시이며, 전시 기간 중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 장소는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빌딩 22층 스페이스22이며, 문의는 02-3469-0822 또는 010-2955-8926으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