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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스터권을 가진 자가 나의 주인이 된다: 스윙스 사태로 다시 쓰는 저작인접권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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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부터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소리의 소유권'을 둘러싼 전쟁은 멈춘 적이 없다
파스텔뮤직의 1688곡 무단 매각에서 저스트뮤직의 140억 카탈로그 처분까지, 한국 씬도 예외가 아니다
법은 음반제작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 창작자들은 알고 있는가

뉴스아트 편집부 |  지난 4월 16일, 래퍼 빅나티가 유튜브를 통해 'INDUSTRY KNOWS'라는 제목의 디스곡을 공개하면서 한국 힙합 씬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해당 곡에는 스윙스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저작인접권을 동의 없이 매각해 채무를 변제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스윙스는 같은 날 라이브 방송으로 즉각 반박했다. 카카오로부터 120억 원을 투자받아 AP알케미를 설립했으나 시장 불황으로 약 60~70억 원의 빚이 남은 긴박한 상황에서, 회사의 부도를 막고 아티스트들의 정산금을 보전하기 위해 뮤직카우 등에 약 140억 원 규모의 카탈로그를 매각했다는 설명이었다. 진실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폭로와 반박이 교차하는 자극적인 표층 아래, 이 사태는 훨씬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꺼내들고 있다. 음악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이 물음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세계 음악사가 이미 같은 질문에 피로 얼룩진 답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1993년, 프린스는 앨범 'The Gold Experience' 발매를 둘러싼 워너브라더스와의 법적 분쟁 도중 'SLAVE'라는 단어를 직접 뺨에 새기고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워너브라더스가 계약으로 그의 음악 발표 속도와 횟수까지 통제하자, 프린스는 자신의 이름마저 기호로 바꾸며 저항했다. 1996년, 그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면 나는 무엇인가. 사람에게서 꿈을 빼앗으면, 그는 노예가 된다. 그게 내 처지였다. 나는 프린스의 음악을 소유하지 못했다. 자신의 마스터권을 갖지 못하면, 마스터(주인)가 당신을 소유하게 된다." 그의 투쟁은 결국 2014년에야 마무리됐다. 워너브라더스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마스터 레코딩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돌려받은 것이다. 저항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뒤였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례는 더욱 복잡하고 현대적인 양상으로 전개됐다. 2019년, 매니지먼트 사업가 스쿠터 브라운의 이타카 홀딩스가 빅머신 레코드를 인수하면서 스위프트의 초기 음반 원본 마스터가 그의 손에 넘어갔다. 이후 이타카 홀딩스는 해당 카탈로그를 사모펀드 샴록 캐피털에 약 3억 달러에 재매각했고, 스위프트는 당시 이를 두고 "내 음악 유산이 그것을 무너뜨리려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며 최악의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녀가 선택한 반격은 법정이 아닌 스튜디오였다. 2006년 데뷔작부터 2017년 'reputation'까지 6장 전부를 직접 재녹음해 'Taylor's Version'이라는 이름으로 재발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전략의 핵심은 단순하고도 강력했다. 음악적으로 원본과 거의 동일한 재녹음 버전을 팬들이 '정본'으로 인정하는 순간, 원본 마스터권의 상업적 가치는 급격히 하락한다. 실제로 재녹음 프로젝트는 기존 앨범 판매량을 엄청나게 감소시켰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여러 레코드사들이 재녹음을 해도 저작권을 회복할 수 없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새로 삽입하기 시작했다. 자본에 맞선 자본적 복수였다.

 

그렇다면 마스터권, 즉 저작인접권이란 정확히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갈등의 원천이 되는가. 한국 저작권법상 음악의 권리는 크게 두 층위로 나뉜다. 작사가·작곡가에게 귀속되는 '저작권'이 아이디어 창작자의 권리라면, 저작인접권은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저작권과 유사한 권리로, 저작물을 직접 창작하지는 않지만 그 가치를 높이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 자들에게 인정된다. 음반제작자는 스튜디오 제작비를 투자하고 기획·마케팅을 담당한 레이블이 해당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방송, 스트리밍, 공연 등 음원이 유통되는 모든 경로에서 발생하는 수익 분배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 권리다.

 

여기서 핵심적인 법률 문제가 등장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음반제작자가 보유한 저작인접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때 해당 앨범의 가수(실연자)에게 반드시 동의를 구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 음반제작자의 인접권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산권이며, 레이블이 적법하게 취득한 이상 채무 변제나 투자 회수를 위한 양도는 민사상 계약의 영역이다. 파스텔뮤직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기획사가 마스터권을 임의로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가수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법이 없다는 것이 음악계의 오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법원이 이를 '무단 매각'이라 판단하는 것은 오직 계약서상 양도 금지나 사전 동의 조항이 있을 경우에 한한다.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구조적 허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파스텔뮤직이었다. 2000년대 인디 음악계의 핵심 레이블이었던 파스텔뮤직은 경영난에 처하자 소속 가수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마스터권 매각을 추진했다. 2016년 11월,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 씨의 곡을 포함한 1688곡의 마스터권이 디지털 음원 유통사 NHN벅스에 양도됐다. 차세정 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야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파스텔뮤직은 정산금을 일시 지불하며 계약 해지에 합의했다. 이 사태는 소속 가수 대부분의 계약 해지로 이어졌고, 파스텔뮤직은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됐다. 뒤따른 법적 다툼은 마스터권의 법률적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차세정 씨가 소속사를 나오며 MR 파일을 복제해 간 것에 대해, 대법원은 마스터권이 벅스에 양도됐더라도 MR 파일에 대한 음반제작자의 복제권은 별도로 존재한다며 파스텔뮤직의 손을 들어줬다. 아티스트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의 음악과 싸우는 아이러니한 결말이었다.

 

이번 스윙스 사태 역시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저스트뮤직에 10년 넘게 몸담았던 래퍼 기리보이는 인접권 매각 당시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밝히며, 자신이 오랜 시간 쌓아온 곡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했다. '동의'와 '동의할 수밖에 없었음'은 법률 언어로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할 지점이지만, 관행과 유대감으로 맺어진 계약 현장에서는 그 경계가 흐릿하다. 한국 힙합·인디 씬에서 반복되는 이 비극의 공통점은 하나다. '크루', '형제', '가족'이라는 정서적 언어가 계약서의 정밀도를 대신하는 순간, 창작자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해법으로 거론되는 것은 제도적 안전장치의 도입이다. 음반제작자가 저작인접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때 실연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의무화하는 조항, 그리고 창작자 본인에게 권리를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 이전에, 창작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계약서를 낭만으로 읽는 습관은 언제나 자본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음악이 단순한 '엑시트(exit)'의 도구로 취급되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속에서 창작자가 자신의 소리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계약서 한 줄의 무게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