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국창열전 완창 판소리<5> ‘심청가’ 조상현

URL복사

전주세계소리축제 이왕준 조직위원장 |

 

지난 9월 24일 막을 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주요 행사인 '국창열전 완창판소리'는 전주동헌에서 닷새 동안 매일 개최되었다. 판소리의 다섯 유파를 대표하는 다섯 분의 원로 국창(김일구, 김수연, 정순임, 신영희, 조상현)이 제자들과 함께 완창 판소리를 선보였다. 평균 나이 81세의 국창 다섯 분을 한 자리에 모시기까지 삼고초려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뉴스아트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이왕준 조직위원장이 직접 쓴 완창판소리 직관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오늘 9월23일은 대망의 조상현 명창의 심청가 무대이다. 실로 역사적이고 모두 학수고대하던 공연이다. 그야말로 한시대를 호령했던, 그리고 과거 이병철 회장조차 백년이 아니라 천년에 한번 나올 명창이라 치켜세우던 인물이 아니던가! 그가 딱 20여년 만에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서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르는 무대이자 본인도 이렇게 긴 공연은 30년 만에 처음이라 하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겠는가?

 

 

사실 이 공연을 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조 명창이 나한테 직접 전화를 하셨었다. 너무 부담도 되고 힘들거 같은데 소리는 짧게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편한대로 하시되 기대가 크니 소리를 그래도 많이 들려주세요'라고 부탁드렸다.


조상현 명창은 올해 86세시다. 본인 표현처럼, 산에 가 누워 있어야 되는데 걸어다니고 있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어찌 소리를 한시간 이상 하냐고 소리가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다고 엄살 아닌 엄살이 심하셨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냥 명불허전이다. 내 30년 넘는 판소리 직관 공연 이력에서도 이런 판은 본적이 없다. 그는 그냥 타고난 광대요 정말 지난 시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성 명창임에 분명하다. 모든 사람이 전울을 느끼고 흥분하고 웃고 환호했다. 나도 이런 떼추임세를 본적이 없다. 조 명창을 흠모하는 전국의 귀명창들이 다 모인듯 했다.

 

 

 

일단 지난 4일간의 다른 국창열전의 공연과 진행 포맷부터 달랐다. 먼저 1부에서는 본인의 마지막 애제자인 주소연 명창이 심청가 맨 앞 1/4 이상((즉 곽씨부인 죽음과 젖 동냥 등 심청 어린 시절 얘기)을 다 생략하고, 심봉사가 심청을 기다리다 외출하여 물에 빠지는 대목부터 시작하여 범피중류를 지나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까지 70여분간을 내리 불렀다.

 

 

그리고 20분 휴식 후 2부에서 조상현 명창이 등장하여 여러 너스레를 늘어 놓은 후 본인이 20대에 작창했다는 그 유명한 단가 ‘이산 저산’으로 목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중간을 건너뛰고 심봉사 딸 생각하는 대목으로 애절하고 구성진 성음을 뱉어냈다. 이제 뺑덕어멈이 등장할 차례이다.

 

이제부터는 정말 완전 심봉사로 빙의해서 연기(발림)에 맛깔스런 대사(아니리)에 걸쭉한 진성 소리로 70분을 내리 달렸다. 중간 중간에 3단 고음까지 내지르는데 저 분이 80대 중반이라 하는 걸 믿을수 있겠나? 아직도 통성으로 뻗어가는 성음은 젊은 시절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바로 그 조상현 목소리이다.

 


뒤로 갈수록 목이 트이고 몸이 날랐다. 나중에는 겅중겅중 뛰면서 노래부르고 본인의 최고 장기인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서는 현장의 청중들이 거의 같이 오열하듯 열광했다.

 

이런 판을 이끌고 만들 수 있는 소리꾼이 조상현 명창 이외에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정말 이런 명창이 다시 나올 수는 있을까? 오늘 공연을 직관하였다면 어떤 초심자 조차도 이 질문에 다 동의했을 것이다. 정말로 레전더리한 공연이 행해졌다. 

 

 

심지어 조상현 명창이 저 심봉사 역할을 80살이 넘어서 하시려고 이제까지 지난 20년동안 은둔생활을 하신건 아날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현장에 있었던 120여명의 괜객들은 사실상의 집단 빙의를 경험하였던 것이다. 이런 정도의 단체 열기와 정서일치를 소리를 통해 공감 할 수 있고, 창자唱者와 청자聽者가 하나가 되어 집단 감동을 느끼는걸 향후 다시 겪을 수 있울까?

 

마지막 피날레 후 더질 더질 더질 세번이 다 끝나고 환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선생님이 맨 앞에 있던 나에게 손을 내미셨다. 내가 벌떡 일어나 선생님을 끌어 안았다. 선생님이 귀에 대고 ‘죽을 만큼 기를 써서 했어!’ 하신다. 선생님께 고맙다고 그리고 정말 최고였다고 답했다.

 

 

선생님한테도 이 무대는 특별힌 의미를 가짐이 분명히다. 지난 20여년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신 해태-크라운 제과의 윤영달 회장님도 친히 내려오셨고 한음회 회원들도 많이 오셨다. 경향각지에서 정말 많은 팬들이 소록소록 모였다. 

 

조상현 명창 공연에서 강산제가 어떻고 보성소리가 어떻고 잡스렇게 설명하는건 다 무의미해 보인다. 본인이 이미 레전드이고 최고의 국창임은 무대에서 공연으로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장만은 못하겠지만 향후에 한경-아르테TV에서 오늘 공연이 편집방송으로 송출이 되면 정말 모두가 꼭 필청하시라 권하고 싶다. 백문이불여일견은 이를 두고 일컬음이다!

 

 

조상현 명창이 발을 굴러 가며 심청가 마지막 대목에서 외쳐 노래하던 후렴구가 아직도 귀에 계속 맴돈다.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
심황후 폐하도 먼만세!
부원군도 만만세!
여기 오신 여러 내빈들도 만만세!
천천만만세를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 절씨구 어이 어 좋네
얼씨구 절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