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지난 7월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롯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을 보았다.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 연주였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픈 성모’를 뜻하는 라틴어로 <성모애가聖母哀歌>를 일컫는다. 바티칸 성당 미칼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상징하듯,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를 끌어내려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의 심정을 읊은 노래이다. 이 노랫가사를 지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몇 사람 있다. 보통은 수도사였던 ‘야코포네 다 토디’가 지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작자미상으로 13세기부터 전해온 라틴어로 된 20절의 3행시이다. 원문에서 마지막 피날레인 ‘영원무궁히 아멘 In Sempiterna Saecula. Amen’을 빼면 딱 3행씩으로 된 20절이다. 롯시니는 이 20절을 10곡으로 나누어서 작곡했다. 이 가사로 작곡된 다른 유명한 성모애가인 페르골리지와 비발디, 그리고 드보르작의 작품도 모두 나의 애청곡愛聽曲들이다. 특히 페르골리지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30분 밖에 안되는 여성합창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도 절절하고 정말 가슴을 쥐어 짜는 절창의 연속이다. 페르골리지는 26살에 요절했지만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지난 6월 29일 토요일, 두 달 만에 하루에 3개의 공연을 보는 강행군을 했다. 놓치기 아까운 연주회들이 이렇게 하루에 몰리면 괴롭다. 선택을 강요받느니 그냥 다 보는게 오히려 마음 편하다. 물론 동선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최악의 경우 공연이 동시간대에 겹치면 1부와 2부를 나누어 보는 메뚜기 관람을 할 수도 있다.)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IBK홀/ 이지윤 바이올린 독주회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최연소 악장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협연만 하다가 오랜만에 독주회를 열었다. 이지윤은 나의 최애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다. 바이올린의 음색과 보잉이 정말 우아하고 매우 정갈해서 항상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또한 절대 과하지 않는 세련된 음악성을 표현한다. (다니렐 바렌보임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악장 아닌가!) 오늘 선곡 모두가 그의 보잉 스타일에 아주 어울리는 곡들이다. 1부 첫 곡은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 중 <꿈>. 피아노 바이올린으로 편곡한 곡인데 원곡보다 아름답다. 두번째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이다. 슈트라우스가 20대 후반에 작곡한 후기 낭만주의 미학이 철철 넘치는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 6월 22일 토요일, 요새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임윤찬 피아노 독주회 티켓을 하루 전 기적적으로 구해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마음이 바빠서 평소보다 한참을 서둘렀지만 예술의 전당 주차장 진입에만 3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음악회장은 이미 2시간 전부터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내 좌석은 뒤쪽 합창석 한가운데의 맨 앞열이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합창석이지만 음향만 문제없다면 피아노 관람으로는 최고의 명당자리이다. 임윤찬의 왼손을 포함 양손이 이보다 더 잘 보이기는 어렵다. 관객석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데 3층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밝아지자 임윤찬이 흰색 턱시도 차림으로 들어오고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앉자 마자 박수소리도 사라지기 전에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피아노의 첫 소절 울림이 순식간에 공연장을 잠재운다. 1부 레파토리는 멘델스존 <무언가無言歌 Lieder ohne Worte> 2곡과 차이코프스키 <사계 Seasons> 12곡이다. 프로그램이 발표될 때 나는 왜 <사계> 12곡 앞에 <무언가> 2곡을 넣었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공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WHO와 국제병원연맹(IHF)을 방문하는 제네바-취리히 일정 사이에 잠깐 1박2일로 베를린에 다녀 왔다. 5월 4일자로 미리 예매해 놓은 베를린 국립가극장(Berlin Staatsoper unter den Linden)의 <나비부인>을 친척들과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날 공연은 한마디로 역대급, 최고의 <나비부인>이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관현악 반주야 어떤 곡을 들어도 최고의 수준을 보장한다지만, 오늘은 새로운 스타 탄생의 현장을 목도한 느낌이다. 막이 내려가고 관객 전원이 기립박수를 쳐댔다. 마치 누가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안나 네트렙코의 시대가 가고 안나 프린세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소프라노 주인공인 초초상을 위한 오페라이다. 오늘 초초상 역의 안나 프린세바를 처음 접했는데 정말 잘한다. 작년 브리겐츠 페스티벌 <나비부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화려한 데뷔 과정을 거쳤지만, 실제 오페라 극장에서 실황으로 접하는건 처음이다. 중저음은 부드럽고 고음은 완전 스핀토이다. 외모도 아름다우니 앞으로 대성할 일만 남은 듯 하다.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얼마 전 정명훈 지휘의 베르디 <레퀴엠> 공연 리뷰를 올린 후 많은 분들이 같은 질문을 해 오셨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음반이 뭐냐'는 것이다. 나의 최애 음반은 이 글의 말미에 자세히 기술하는 걸로 하고 먼저 베르디 레퀴엠과 관련한 몇가지 중요한 녹음과 영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맨 처음 언급할 지휘자는 뭐니뭐니해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베르디 레퀴엠에 많은 공력을 쏟았던 지휘자도 없었고 시기별로 괄목할 만한 명반 연주를 3개 버전이나 남겼기 때문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최고 전성기 시절, 첫 번째 <레퀴엠> 우선 첫번째는 라 스칼라 버전의 1967년 녹음이다. 카라얀이 당시 59세로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면서 라 스칼라 극장 감독도 겸하고 있을 때이다. 한마디로 카라얀의 최고 전성기 시절이다. 여기 나오는 4명의 독창자들 역시 카라얀이 키워 낸 당시 막 떠오르던 신성新星들이다. 레온타인 프라이스(40)-피오렌짜 코소토(35)-루치아노 파바로티(32)-니콜라이 기아우로프(38). 녹음하기 12년 전, 28살 흑인 여가수 레온타인 프라이스를 뉴욕 연주 투어 오디션에서 발견하고 3년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29살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양 대륙을 점령했다. 이 소식을 이왕준 이사장이 국내 최초로 전해왔다.) 금일 미국 최고의 명문 교향악단인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가, 현재의 상임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의 후임으로 29살의 클라우스 메켈레를 지명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메켈레는 2027년 9월부터 로얄 콘체르트허바우(RCO)와 CSO의 상임지휘자로 양 악단을 동시에 호령하게 되었다. 2년 전 메켈레가 유럽 최고의 악단인 RCO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발표되었을 때 세계가 다 놀랐는데, 30세도 되기 전에 이제 유럽과 미국 두 대륙을 모두 점령하는 새역사를 쓰게 되었다. 시카고 심포니가 미국 내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면 오늘의 발표가 어떤 의미인지 더 잘 알 수 있다. 라파엘 쿠벨릭과 프리츠 라이너를 거쳐 게오르그 솔티(1969-1991), 다니엘 바렌보임(1991-2006)과 리카르도 무티(2010- )가 음악감독을 맡았었고 쥴리니, 아바도, 블래즈, 하이팅크가 수석 객원을 거쳐간 악단이다. 전 세계 최고의 연봉을 지급한다. 아무튼 메켈레 현상은 단지 개인의 도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 교향악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진 대신 하루가 멀다하고 공연장으로 피정을 갔다. 그리고 또 금년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의료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변의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지고 있다. 덕분에 나에게는 다시 공연장 피정 생활이 복귀되는 듯 하다. 5일간 매일 음악회에 다녀왔다.) 오늘은 3월 8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콘체르탄테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벨리니 <청교도>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이 아닌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렇게 콘서트홀에서 간이로 무대와 의상을 장착하고 오페라 전막을 공연하는 방식을 ‘오페라 콘체르탄테’ (Concert Opera를 뜻하는 이태리 용어)라고 부른다. 이런 방식은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소리와 음악에 훨씬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반半지하의 피트에서 나와 무대 위로 올라가니 그 사운드가 당연히 더 좋고, 가수들도 무대 안 쪽에서 피트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뚫고 소리를 내는게 아니라 무대 전면에서 부르니 훨씬 부담이 덜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이왕준 |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진 대신 하루가 멀다하고 공연장으로 피정을 갔다. 그리고 또 금년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의료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변의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지고 있다. 덕분에 나에게는 다시 공연장 피정 생활이 복귀되는 듯 하다. 3월 들어서는 5일간 매일 음악회에 다녀왔다.) 오늘은 3월 7일 목요일 저녁 8시 롯데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정명훈 지휘 베르디 <Requiem(진혼미사곡)>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베르디 <레퀴엠>은 특별히 나의 최애 곡 중 하나이다. 고 1부터 40여년 동안 수백 번도 더 듣고 들었던 곡이다. 젊은 시절에 이미 어느 부분을 내 장례식장에 틀어 놓겠다고 정해 놓았었다. 덕분에 소장한 DVD/CD만 해도 20종이 넘는다. 정명훈이 서울시향과 한국 가수들로만 해서 베르디 레퀴엠을 한국 초연으로 올린 게 2005년 초 경으로 기억한다. 그때 서울시향의 법인화가 완료되고 초대 예술감독으로 확정된 첫 기념 음악회가 베르디 <레퀴엠>이었다. 맨 앞줄에 앉아 넋을 놓고 감격에 젖어 처음 실황으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이왕준 |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진 대신 하루가 멀다하고 공연장으로 피정을 갔다. 그리고 또 금년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의료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변의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지고 있다. 덕분에 나에게는 다시 공연장 피정 생활이 복귀되는 듯 하다. 3월 들어서는 5일간 매일 공연장에 다녀왔다.) 오늘은 3월 6일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서울 콜레기움 보칼레 & 뮤지쿰의 <바하 요한 수난곡> 전곡 연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바하를 즐기러 갔는데 로비에서 너무 많은 목사님들과 신도들을 많났다. 아! 지금이 부활절을 얼마 앞둔 고난주간이었지! 요사이 교회에 출석하지 못한 미안함이 몰려온다. 작년 <마태수난곡>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상을 수상한 덕에 그 상금으로 연이어 <요한수난곡>을 올리게 된 서울 콜레기움 보컬레 & 뮤지쿰의 패기와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이제 재팬 콜레기움에 비교해도 충분히 맞짱뜰 만큼 성숙한 기량과 내공에 감탄하면서 김선아 지휘자의 헌신과 노고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콜레기움 뮤지쿰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이왕준|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할 위대한 아시아 음악가 중 한 사람인 오자와 세이지(일본어로는 小澤 征爾)가 어제 별세했다. 전 세계적으로 SNS를 통해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클래식과 오페라 영역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 그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예술의 보편성을 증명한 이 위대한 음악가의 영면을 함께 기도한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동양인(더 좁게는 아시아인)이 서양 음악의 본류에서 그들과 동등하게 음악 활동이 가능함을 증명한 최초의 음악가였으며 지휘자로서 열정적이고 독보적인 자신의 음악영역을 구사한 거장이었다. 아시아 음악인들이 서양 무대에 이후 대거 진출하는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니 한국의 음악가들도 그에게 많은 덕을 본 셈이다. 아침부터 그가 2011년 76세 때 식도암 수술을 받고 휴양을 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눈 대담집을 읽고 있다. 9년 만에 다시 꺼내어 읽고 있다. 오자와 세이지 옹의 음악적 신실함과 사회적 헌신성이 절절히 느껴진다. (그가 노후에 일본 안에서건 유럽에서건 벌인 모든 아카데미 활동은 무료자원봉사였다. 또한 사이토 키넨 오케스트라는 어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