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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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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안기부 남산 지하실에서

 

전승일 작가 |

 

대학 시절 1989년 8월말 서울대학교 신림동 근처 노상에서 신원 미상의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 6~7명에게 집단 구타당한 후, 수사관들이 가져온 차에 강제로 실려 불법적으로 안기부 남산 지하밀실에 연행되었다. 국가보안법 위반(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사건: 화가 홍성담 간첩 조작 사건) 혐의로 약 2주일 동안 남산 안기부 지하 밀실에서 온 몸을 발가벗겨진 후, 군복만 입은 채 감금된 상태에서 구타와 욕설 등 온갖 신체적, 정신적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

 

1989년 서울구치소 수감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었으며, 실형을 선고(검사: 김학의, 판사: 여상규) 받았다. 그러나 나는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89년 사건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실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면 복권장’을 받았고,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증서를 받았다.

 

그리고 2012년 경희대병원 정신과 진단 결과, 89년 안기부의 불법적인 고문 수사와 가혹 행위로 인하여 정신과적 질환이 발생하였음을 확인했다. 진단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와 ‘공황 장애(발작성 불안)’이었다. 당시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2차례 입원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도 교통사고 쇼크로 상태가 악화되어 지난 11월 재입원 후 퇴원하고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내가 20년 넘도록 겪고 있는 PTSD는 과거 트라우마 재경험, 불안장애, 우울감, 무력감, 분노조절장애, 폐쇄공포, 악몽, 인지력 이상 등과 같은 심리적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구토, 구역감, 두통, 복통, 경련, 어지러움, 심장 통증, 자해 등과 같은 여러가지 신체적 고통을 동반하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며, 조울증이나 우울증 등과 같은 2차 정신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정신장애로 알려져 있다.

 

나의 그림 <구토>는 89년 남산 안기부 지하밀실에 끌려가서 취조 받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그린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헐렁한 군복을 입은 채 머리를 쥐어뜯으며 매일 변기통에 연속적으로 구토를 했다. 나중엔 속이 비어서 그런지 위액 같은 노란물만 나왔다.

 

안기부 수사관들(팀장 포함 7명이 한 팀)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비웃으며 “이 새끼야! 민주투사가 이 정도도 못견디고 맨날 오바이트 하냐? 원래 여기는 들어오면 국회의원도 피똥 싸는 곳이야!”라고 했다. 그들은 이렇게 비웃으며 온갖 모멸감을 주며 허위자백을 강요했고, 나의 영혼은 갈갈이 부서졌다. <구토>는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에게 국가는 '폭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