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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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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강화도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뉴스아트 전승일 작가 |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1951년 1.4 후퇴를 전후한 한겨울 속에서 강화도 전 지역에서는 국군과 미군, 강화경찰서 등의 지원을 받은 ‘강화향토방위특공대’에 의해 한 살배기 아기부터 여성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최소 6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학살되어 희생당했다.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139명을 포함한 430명 이상의 강화지역 민간인들이 ‘강화향토방위특공대’에 의해 강화경찰서와 면지서 등으로 연행·구금돼 고문을 당한 뒤, 갑곶나루, 옥림리갯벌, 월곶포구, 돌모루포구, 철산포구, 온수리 사슬재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됐다”고 진실규명 했다.

 

또한 진화위는 “강화지역 민간인 183명이 우리 국군과 미군의 통제 하에 있던 교동도 주둔 유엔군 유격대(UN Partisan Forces)에 의해 ‘내응행위자(몰래 적군과 통한 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상룡리 안개산, 고구리, 난정리, 지석리 해안 등지로 끌려가 집단 학살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림 속의 소녀는 2007년에 강화도 합동위령제를 촬영하러 갔을 때,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묘비 앞에서 꽃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다. 어느 희생자의 유족으로 보이는 이 어린 소녀는 꽃을 들고 혼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소녀의 표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주 짧은 한 순간이 사진으로 남아있었다.

 

소녀 뒤 쪽으로 조금 보이는 비석은 강화민간인학살유족회 회장을 지낸 서영선 시인의 어머니 묘비석이고, 오른쪽 뒤는 학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갑곳 선착장에 설치되어 있는 철조망의 일부이다.

 

서영선 시인은 1951년 당시 13살로 어머니, 1살 남동생, 77세 할머니가 학살당하는 참변을 당했다. 그 후 6살 여동생은 영양실조로 사망했고, 남동생은 경찰이 학교에 찾아온 후 귀가 도중 의문사 당했다.

 

강화도 학살지에 있는 이 시비석(詩碑石)에는 아래의 시가 새겨져있다.

 

- 어머니 -

 

당신의 고결한 삶 높은 지식

당신의 끝없고 깊은 사랑

어이 뒤를 두고 가시었나요

 

역역히 들려오는 당신의 음성

홀연히 나타나는 당신의 모습

온 세상 무한한 것 다준다 해도

무엇과 바꾸리까 당신의 사랑

 

봄이면 이름 모를 꽃들 자랑하고

여름엔 푸르름 다가오건만

당신의 이름 어 머 니

철없는 후회 밀물되어 흘러갑니다

 

당신의 딸 서영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