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5월 22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5월 경매가 개최된다. 73점, 약 74억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는 한국화 및 고미술을 제외한 국내외 근현대 작품 만으로 꾸려진다.
격동의 한국 미술사를 관통해 온 근현대 화가 김창열, 권옥연, 황염수, 남관, 최욱경의 작품과 한국 화단에 방점을 찍은 주요 단색화 작가 박서보, 정창섭,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의 작품 그리고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의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이강소, 이건용, 이배, 전광영의 작품이 골고루 출품된다. 또 국내외 컨템포러리 작가 우국원, 이수경, 루이스 보넷, 훌리오 라라즈, 마유카 야마모토, 에가미 에츠의 작품도 다양하게 출품된다.
경매 프리뷰는 5월 11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5월 22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2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이번 경매에는 척박한 한국의 미술사를 관통하며 격동의 시기를 시대정신과 끊임없는 창작열로 부딪혀 온 작가들의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물방울에 대한 연구와 여정을 통해 작품 세계와 미를 완성한 김창열, 한국의 대표적 여성 추상 화가로 특유의 강렬한 리듬감과 색채, 구도를 통해 미를 추구했던 최욱경, 40여 년 간 장미의 미를 높은 채도와 독특한 색채로 탐색한 황염수, 원색의 물감에 거부감을 느껴 자신만의 톤으로 그림을 그렸던 권옥연, 그리고 인간 내면의 진실을 표출하고 그것을 세련된 색채에 담아낸 남관 등이다.
1980년에 제작한 김창열의 '물방울 PA81006'은 추정가 1억6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 2001년 작 '물방울 SA2001-001'은 추정가 5500만원에서 1억원이다. '물방울 PA81006'은 화면 속 넓은 여백과 함께 화면 오른쪽 구석에 영롱한 물방울들이 놓여있는데, 마포 천으로부터 중력을 거스른 채 맺혀 있는 이 투명한 물방울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환영을 연출한다.
미국 유학 시절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화풍에 영향을 받아 적극 수용했던 최욱경은 화려한 색과 역동적 붓질로 내면의 열정과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화면에 담았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경매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1960년대 초반 작업으로 평면 위의 색채와 형태, 그리고 서예적이면서도 격동적인 붓질은 작품 속 강렬한 에너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추정가는 4800만원에서 8000만원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장미를 그리기 시작해 40여 년을 장미에 몰두한 황염수. 초록 배경과 대조되는 붉은 장미 한 다발 그리고 장미를 담은 흰 화병이 그려진 출품작 '장미'는 특히 장미꽃이 만개한 5월에 눈에 띈다. 강렬하고도 대담한 색채 표현 그리고 장미를 두른 짙은 윤곽선으로 황염수 고유의 특징을 모두 담은 이 작품의 추정가는 3000만원에서 4500만원이다.
묘법 연작을 통해 서양의 모노크롬과 구분되는 단색화 고유의 작품성을 해외에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박서보의 작품은 3점 출품됐다. 그중 '연필' 묘법은 연필 잡는 것조차 어설펐던 어린 아들이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에서 착안해 완성된 것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체념의 미학'을 발견했다고 한다. 1978년 작 '묘법 No. 10-78'은 100호 대형 작품으로 연한 미색의 바탕 위에 흰 유채 물감을 덮고, 연필로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을 끊이지 않게 반복적으로 그어 제작했는데, 작가의 에너지가 온전히 느껴진다. 더욱이 드로잉과 페인트 사이 기묘한 균형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도쿄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부산미술관에서 전시된 이력이 있으며, 다수의 문헌에도 수록돼 있다. 추정가는 11억원에서 20억원이다.
경매 표지를 장식한 또 다른 박서보의 '묘법 No.080903'은 2000년대부터 등장한 색채 묘법 시리즈로 대각선으로 계단 같은 5개의 직사각형 창이 독특한데, 배경보다 채도가 높은 색으로 표현된 창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율동감을 더해주어 매력적이다. 추정가는 5억8000만원에서 7억5000만원이다.
배압법이라는 독특한 양식으로 작업을 하는 하종현은 캔버스의 뒷면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고, 전면에서 긁거나 쓸어내 물감의 형태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화면에 수직으로 스며 나오는 물감과 수평으로 움직이는 작가의 행위를 통해 완성되는 접합은 물감을 칠하며 층위를 쌓아가는 전통적 회화 양식에 도전하는 실험적 방법으로 하종현의 독창성을 만들어낸다. 이번 출품작 '접합 97-012 접합 97-012'는 작업의 숙련도가 절정에 달하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으로 매혹적인 색상과 마티에르가 세련미와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추정가는 3억5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이다.
어린아이와 동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순수함을 추구하면서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반전을 드러내는 우국원의 작품은 두터운 질감과 강렬한 색을 사용해 삐뚤삐뚤하고 아이가 낙서한 것처럼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경매 출품작 'Lacrimosa'의 추정가는 1억원에서 2억8000만원이다. 깨진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는 이수경의 작품은 19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다.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에르빈 부름은 일상의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며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게 표현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Roll'은 2021년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Flat Sculptures' 시리즈로 부피가 있는 사물에 압력이 가해져 평면의 형태로 변환된 모습을 상상해 그린 작품이다. 추정가는 1800만원에서 3000만원이다.
스위스 출신의 루이스 보넷은 인간의 몸을 뒤틀고 부풀려 왜곡된 형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렇게 과장된 몸의 형상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통제하기를 원하지만 결국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국내 경매에는 처음 출품되는 루이스 보넷의 작품 'Untitled'는 추정가 7800만원에서 1억원이다. 쿠바 출신의 훌리오 라라즈는 인물과 풍경을 편안한 색을 사용해 사실적으로 그린다. 초기에는 삽화가로 활동했으나, 뉴욕으로 이주한 후 뉴욕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아 회화 작업에 열중하게 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The Tides of March'는 풍경과 인물 그리고 강아지가 안정적 구도를 만들어내고, 그 가운데 선명한 색상 색상과 독특한 빛의 대비를 통해 편안한 회화적 매력을 뽐내고 있다. 또한 국내 경매에 처음으로 출품돼 관심이 집중되는 이 작품은 7200만원에 경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