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아트락 스튜디오가 여성이 겪는 충돌과 감응의 순간을 특유의 섬세한 화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황지현 작가의 개인전 '릴리스의 덩굴 Vines of Lilith'이 8월 21일부터 9월 3일까지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수호 갤러리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황지현 작가는 여성의 삶 속에 내재된 억압과 이에 대해 저항하거나 수렴하는 방식의 양가적 속성을 조명하고, 여성의 다면성을 중심으로 시각화한다. 특히 여성의 다면성을 구현하는 데 알레고리(Allegory)형식을 회화에 도입하는 방법론에 집중해 왔고, 그 결과 본인의 회화를 '알레고리 회화'로 제시한다. 황지현의 회화에서 제시하는 여성은 본인과 주변의 여성 인물, 미술사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 외에도 자궁, 꽃, 집, 길 등의 소재를 혼종적 형태와 다양한 색의 배치, 선의 반복과 중첩으로 변형해 표현한다.
예를 들면 집과 안팎의 식물은 집이라는 공간의 안락함과 집 안에서 발생하는 충돌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시각화했고, 신체 밖으로 나온 자궁은 여성의 억압에 대한 저항과 배출, 월경과 신체적, 정신적 진통, 모성과 양육, 노화에 대한 양가적 사유를 담고 있다. 꽃의 암술과 수술을 제거한 자궁꽃을 창작해 여성 역할의 전형성에 대한 자율적 선택을 제시했으며 캔버스 화면 밖으로 길의 형상을 그려 넣어 회화 화면의 확장과 주체적인 여성성을 조명하고자 했다. 이것은 본래 여성 이미지라는 것이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도 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여성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여성 인물에서 나아가 여성이 겪는 상황, 감정, 사건에 입각해 여성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하고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릴리스, 메두사, 성모, 천사, 비너스 등 단면적으로 묘사되는 여성 이미지가 작업 소재로 활용됐다. 이러한 이미지는 동시대 육안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존재로서 개인의 의식과 관념에 영향을 받는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릴리스와 메두사는 본래 그들이 지닌 지식에 대한 탐구와 주체성이라는 특징보다 악녀로서 남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반면에 성모는 같은 여성임에도 성적 욕구를 소거당한 존재로 여성의 순결을 신화화했으며, 천사라는 존재 또한 부드러운 여성 이미지로, 비너스는 미의 상징으로서 고정된 이미지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지현은 이와 같은 단편적이고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탐색하고 변형 및 재조합을 통해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고 의미의 확장을 제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릴리스의 덩굴 Vines of Lilith'는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 속 자아의 표상이자 예고 없이 다가오는 삶의 변화와 충돌을 마주하는 유동적인 태도의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황지현 작가의 회화는 여성이 겪는 억압에 대한 충동을 과잉 표현의 알레고리 회화로 창작해 여성의 다양한 성격과 문화 예술적 주제로써 표현의 풍부함을 보여주고, 예술적 방법론과 의미를 분석해 알레고리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