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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곧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 현장이 등을 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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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부터 연구원장까지, 8개월간 이어진 전문성 논란의 민낯
"보은 인사" 의혹 반복되며 공공 문화기관 신뢰 기반 흔들려
진보 문화예술계마저 청와대 앞 나서… 대통령 직접 사과 요구

뉴스아트 편집부 |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 인사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오는 4월 21일,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 단체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인사 정책을 공개 규탄하기로 했다. 야권의 반발이라면 예측 가능한 수순이겠지만, 이번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이 정부의 탄생을 지지했거나 적어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문화예술 현장 당사자들이다.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논란의 실마리는 정부 출범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은 2025년 8월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IT 기업인 출신으로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문체부 장관은 국내 문화예술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예산 배분, 국립기관 운영 방향, 예술인 지원 제도의 설계가 모두 이 직위에서 출발한다. 현장과의 접점 없이 행정 논리만으로 이 영역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이후 산하 기관 인사로 번지며 현실이 됐다.

 

장동직 배우의 국립정동극장 이사장 선임(2026년 2월)에서도 공공 문화기관 운영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배우로서의 경력과 공공기관을 경영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국립정동극장은 한국 근대 공연 예술의 상징적 공간이자 수십억 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기관이다. 이사장직이 요구하는 것은 무대 위의 감각이 아니라 기관 운영의 철학과 행정 역량이다. 이원종 배우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후보 거론(2026년 2월)은 결과적으로 무산됐으나, 선거 공신에 대한 보은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사가 무산됐다는 사실보다, 그러한 후보가 진지하게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인사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신호를 현장에 보내고 있었다.

 

올해 들어 논란은 더욱 노골적인 양상을 띠었다. 서울시오페라단장 시절 무대 사고 책임 논란이 있었던 박혜진 국립오페라단장 임명(2026년 4월)도 현장 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과거 사고에 대한 책임 규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큰 국립기관의 수장 자리가 주어졌다는 것은, 인사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 선임(2026년 4월)도 개그맨 출신의 그가 공연 경력이 있음에도 기관 운영 전문성과 비전 부족 논란이 불거졌으며,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유튜브 방송 등으로 도운 것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4월 17일,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64)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2029년 4월까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예술과 문화산업, 관광 진흥을 위한 연구와 조사, 평가를 목적으로 2002년 통합 개원한 기관이다. 문화기본법에 따라 정책 개발 지원과 통계 생산·분석 등 분야별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의 수장은 문화예술 및 관광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자들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황 신임 원장은 농민신문사 기자, 향토지적재산본부 연구위원, 서울공예박람회 총감독,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다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SNS 등에서 정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다. 문체부는 그의 임명 이유로 "다양한 문화콘텐츠 현장 경험"과 "대중의 삶과 문화에 대한 성찰"을 들었다. 그러나 정책연구기관의 수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중 친화력이 아니라, 연구 조직을 이끌고 정부 정책에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는 학술적·행정적 역량이다. 황 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21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가 '보은 인사'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5년 만에 재연된 논란이다.

 

황교익 원장 임명은 인사 논란을 넘어 문화예술계 전반의 누적된 불신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뇌관이 됐다.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현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판이 쏟아졌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압축한다. 이 정부를 지지했던 이들, 침묵을 지켜왔던 이들, 그리고 오랫동안 공공 문화예술 기관의 역할을 고민해온 이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특정 정파의 공세가 아니라, 현장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집단적 판단의 표출이다. 음식 칼럼니스트가 문화정책 연구기관의 수장이 된다는 사실 앞에서, 전문성과 공공성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이 진영을 가로질렀다. 비판의 근거가 정치적 반감이 아니라 현장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번 사태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인사는 기관장의 철학이 예산의 흐름을 결정하고, 예산의 흐름이 어떤 예술이 지원받고 어떤 예술가가 살아남는지를 결정한다. 그 의미에서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현장의 인식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생존의 언어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지난 3월 경남 창원의 지역 예술인 간담회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분야가 세분화되다 보니 정책을 만들어도 효과가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서 멈추는 경우가 있다"고 직접 진단한 바 있다. 현장 예술인들의 반문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정책을 현장에 연결할 "중간"의 기관장들을 왜 현장과 무관한 기준으로 채우느냐는 것이다.

 

문화예술계가 4월 21일 청와대 앞에서 요구하는 것은 다섯 가지다. 일방적 인사조치의 즉각 중단, 명확한 인사 기준과 원칙의 공개, 현장 소통에 기반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 구축, 파행 인사에 대한 책임 규명,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전면 재검토다. 마지막 요구가 핵심이다. 이 기자회견이 단순한 항의 방문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 있는 응답을 요구하는 공개 청구서임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흐름이 일회적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인사 한 건 한 건을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어도, 같은 패턴이 8개월에 걸쳐 장관급부터 기관장급까지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공공 문화기관이 정치적 보상의 배분처로 기능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기관들이 보호해야 할 창작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서서히 질식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향후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타가 될 것이다. 기자회견 이후 정부의 공식 반응 여부, 그리고 인사 기준의 투명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뒤따르는지가 관건이다. 문화예술계는 말이 아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