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갤러리 ET에서 진행 중인 양철수 작가의 사진전 '빈.貧.poor'는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필리핀 빈민가의 적나라한 현실을 담아낸 기록이다. 1999년 처음 필리핀에 정착한 양 작가는 현지 빈민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마주한 절망적인 현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국가의 보호망에서 벗어난 채 생존을 위해 쓰레기를 뒤지고,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양 작가는 스승 최민식 선생의 가르침대로 "몸으로 체험하지 않은 사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신념 하에, 피사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교감한 후에야 셔터를 눌렀다. 망원렌즈로 멀리서 찍는 대신, 그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진정성 있는 순간들을 포착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작품에 깊이 있는 서사를 더하며, 단순한 동정을 넘어선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스쿠버 다이버로 시작해 사회복지사가 되기까지, 양 작가의 이력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한국에서 수중 수색 봉사활동을 하며 시작된 그의 봉사 정신은 필리핀에서 새로운 형태로 꽃피웠다. 현재 그는 바꼴로드와 바나고 지역에 고아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 아버지를 둔 '필콜' 아이들과 거리의 아이들을 돕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 작가의 활동은 사진 기록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현지인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장기적인 자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갤러리 ET에서 11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소외된 이웃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시장을 채운 흑백사진들은 화려한 색채를 걷어내고 인간 본연의 모습에 집중함으로써, 빈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