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하 기획자 | 삼각전파사의 『디스토피아 2025』는 한국 실험전자음악과 민중음악의 경계를 재정의하는 획기적인 작품이다. 왜곡된 신디사이저와 급진적인 전자음향으로 채워진 이 앨범은, 민중음악이 전통적으로 취해온 포크, 록, 판소리의 형식을 과감히 벗어난다. 차가운 전자음향 속에 뜨거운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낸 이 실험은 한국 음악사에서 유례없는 시도이자, 2025년 한국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정치적 선언이다.
이 앨범이 보여주는 혁신성은 여러 층위에서 발견된다. 먼저 주목할 것은 전자음향을 통한 음악적 언어의 혁신이다. 재개발 현장의 폭력을 왜곡된 신디사이저로 표현한 '땅거미 Z',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그로테스크한 사운드스케이프로 구현한 '그리마 X', 산업 현장의 기계적 착취를 반복적 리듬으로 재현한 '물결'은 전자음향으로 현실의 모순을 해부한다. 기계음과 노이즈로 가득한 이 곡들은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점은 민중음악의 시선 전환이다. 1980년대 민중음악이 통일, 민족, 민주화와 같은 거대 서사를 다뤘다면, 이 음반은 우리 곁의 절박한 현실로 시선을 돌린다. 쫓겨나는 세입자들, 산업재해로 스러져간 노동자들, 생존을 위해 싸우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디스토피아를 포착한다. 이는 투쟁의 현장성과 예술적 실험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다.
이러한 현재성은 '당사자성'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성주 소성리 주민들의 평화로운 저항을 담은 '그들은 이 골짜기의 아름다운 소리를'은 거대한 국가폭력 앞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추상적 구호가 아닌, 지금 이 순간 고통받는 이웃들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90년대 이후 민중음악이 보여온 계몽적 태도를 넘어선다.
이 혁신적 시도는 영국 민요 'House of Rising Sun'의 재해석에서 절정을 이룬다. 고전적 저항의 노래를 전자음향으로 재구성하고 한국어 버전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저항의 보편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획득한다. 이는 민중음악의 국제연대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갱신하는 동시에, 실험전자음악의 언어로 저항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도다.
『디스토피아 2025』는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디스토피아의 시대에 민중음악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전자음악의 실험성은 어떻게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는가? 음악의 정치성은 어떻게 현재화될 수 있는가?
1980년대 민중가요가 통기타와 장구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면, 삼각전파사는 전자음향으로 2025년의 현실을 해부한다. 이는 저항 음악의 문법 자체를 현대화하는 시도이자, 우리 시대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저항의 언어다. 『디스토피아 2025』는 2020년대 한국 민중음악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한국 실험음악의 지평을 확장하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