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결국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예요. 내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때로는 카타르시스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아트 편집부 | 사진작가들에게 'Golden Hour'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해가 떠오르거나 지는 시간,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그 짧은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새벽을 깨우고 황혼을 기다린다. 부드럽고 따스한 황금빛은 피사체를 가장 아름답게 비추고, 일상적인 풍경도 한 편의 예술로 탈바꿈시킨다.
뮤지션에게도 이와 비슷한 황금기가 있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오며 쌓아온 경험과 기술, 그리고 예술적 영감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젊은 날의 거칠지만 강렬했던 에너지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정제되고, 기교를 뛰어넘어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승화되는 시기. 한국 인디 신에서 25년을 보낸 자이(Jai)가 이제 자신만의 'Golden Hour'를 맞이했다.
1. 헤디마마에서 자이로 – 록밴드 리더에서 싱어송라이터로
1990년대 말, 전설적인 여성 록밴드 '헤디마마'의 베이시스트이자 메인보컬로 데뷔한 정혜정은 당시 남성 중심의 인디 록 신에서 거침없는 카리스마와 독보적인 음색으로 주목받았다. 장필순의 "어느새"를 헤디마마만의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재해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녀는 솔로 아티스트 '자이'로서 또 다른 음악적 여정을 시작했다.
녹음실에서 만난 자이는 25년 전 '헤디마마'의 강렬했던 첫 무대를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했다.
"흥분됐죠.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넘쳤어요. 그때는 음악도, 세상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Q: 헤디마마 시절과 지금의 음악적 차이가 상당한데, 어떻게 그런 변화가 일어났나요?
"헤디마마가 해체한 후 솔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7년이란 시간은 늘 고비가 오는 것 같아요. 회사와 계약이 끝나고, 저희끼리 하면서 각자 하고 싶은 스타일들이 생겨나게 되었죠. 그리고 7~8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했을 때는 아무래도 서로 쌓인 것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돼요."
"헤디마마 활동 당시에는 '이것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하며 음악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 이제 그만하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다른 친구들은 ‘뭄바트랩’이라는 밴드를 하거나 아예 음악을 그만두기도 했죠. 저는 솔로로 조이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자이라는 이름으로 그 연장선을 이어가면서 조금 더 정적인 음악을 하게 됐어요."
밴드의 해체 과정에서 자이는 리더로서 많은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한다. 그녀의 표정에서 아직도 그 시절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제가 리더였고, 초반에는 매니저도 되고 기획자도 되어야 했어요. 세 명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하는 일은 결혼 생활과도 같았죠. 중재자도 돼야 하고, 때로는 고집도 부려야 했어요. '내 말 들어야 돼!' 이런 식으로요.(웃음) 밴드 앞에서 대외적인 싸움도 많이 했어요. 공연 기획자부터 돈 문제까지, 많은 일을 해결해야 했죠."
이러한 경험이 자이가 음악적으로 변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강렬하고 직설적이었던 젊은 시절의 표현 방식은 세월이 흐르며 더욱 절제되고 감성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
Q: '자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자이는 제가 인도 여행을 갔을 때 알게 된 산스크리트어예요. '삶에 대한 경배', '감사', '고마움'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이름 따라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보니 자이 아파트도 있고, 요가 학원들도 다 자이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불러주다 보니 그 이름이 좋아졌고, 어느 순간 자이의 삶이 된 것 같아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자이의 음악은 점차 삶을 경배하고 감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헤디마마 시절의 저항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시간이 흐르며 포용하고 감싸는 에너지로 전환된 것이다.
2. 사람, 그리고 마음을 노래하다
자이의 솔로 음악은 주로 사랑과 관계, 그리고 마음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정치적 메시지나 사회 비판보다는 개인의 내밀한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궁금했다.
Q: 이번 앨범 'Golden Hour'의 곡들을 전부 다 작곡하셨는데, 작곡할 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저는 곡을 쓸 때 사람과 관련된 마음,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나의 무엇을 봤을 때 내가 느껴지는 것들,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마음들... 그런 것들이 느껴질 때 멜로디가 나오고, 그 마음을 내 것으로 흡수해서 만들어요. 상대의 마음을 느끼고 그게 내 마음처럼 느껴질 때 곡이 만들어지죠."
그녀에게 영감은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들의 감정을 느끼거나,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곡을 쓴다. 이것이 그녀의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일 것이다.
Q: 자이님의 음악은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독특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요. 사랑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사랑이라는 게 꼭 남녀 간의 사랑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짝사랑을 봤을 때 나에게 느껴지는 감정일 수도 있어요. 길을 가다가 익숙한 공기나 냄새를 맡았을 때 '아, 내가 저 어떤 사람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지'라고 떠오르는 것처럼요. 모든 자연과 사물에서 느껴지는 그런 마음이 저에게는 사랑이에요."
자이의 답변에는 오감으로 세상을 느끼는 공감각적 특성이 드러난다. 그녀는 소리뿐 아니라 냄새, 촉감, 맛, 빛으로도 감정을 인식하고 음악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섬세한 감각은 그녀의 음악이 단순한 노래를 넘어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Q: 그런 감각적 경험이 구체적인 곡으로 어떻게 발전하나요? 예를 들어 이번 앨범의 '너의 데이트'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너의 데이트'는 먼저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태국 치앙마이에 한 달 넘게 머물면서 작업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쓴 곡이에요. 낯선 공간에서의 고독함과 그리움이 곡에 녹아들었다고 할까요?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마음, 그 사람이 다른 이와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쓸쓸함과 자책감 같은 것들이 이 곡의 주제가 됐어요."
이런 섬세한 감정의 포착은 자이만의 특별한 재능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곡으로 승화시킨다. 헤디마마 시절 거칠게 표출되던 감정들이 이제는 더욱 세련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Q: 음악이라는 것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대중들이 이걸 듣고 뭔가 느낄 수 있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제 곡들이 슬픈 스타일이 많은데, 그걸로 인해 저는 평소에 되게 밝거든요. 그런 것들로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대중들도 그런 감정 해소를 할 수 있는 역할을 제가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이에게 음악은 단순한 자기표현을 넘어 치유와 소통의 수단이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는 것처럼, 청자들도 그녀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3. 록에서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적 영향과 진화
자이의 음악적 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거쳐온 다양한 음악적 영향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헤디마마 시절 강렬한 록 사운드에서 현재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음악까지, 그녀의 음악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Q: 음악적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나 장르가 있나요?
"어릴 때는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들었어요. 처음에는 빛과 소금 같은 음악을 좋아했고, 유재하의 음악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친구의 집에서 록 음악을 접하게 됐어요. 메탈리카부터 슬레이어까지, 점점 더 강한 음악에 빠져들었죠. 그러다가 너바나를 통해 얼터너티브 록에 눈을 떴고, 라디오헤드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자이의 음악 취향은 유재하의 서정적인 멜로디에서 슬레이어의 강렬한 헤비메탈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음악적 경험이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Q: 음악 외적인 예술 형태에서 받은 영향이 있나요?
"영화 '만추'가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김태용 감독의 그 영화가 가진 미장센, 쓸쓸함 속에 담긴 위안감 같은 것들이 제 음악에도 많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도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영화 '만추'의 감성이 자이의 새 앨범 'Golden Hour'와 맞닿아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화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정서, 그리고 짙은 노스탤지어가 자이의 음악에서도 느껴진다. 이는 그녀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영감을 얻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Q: 헤디마마와 지금의 자이 사이에 음악적 연결점이 있을까요?
"연결점이 있긴 있는데... 만약 제가 거꾸로 이런 음악을 먼저 시작했다면, 아마 지금쯤 저는 록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점점 더 센 음악을 하고 있겠죠. 아마 지금쯤 데스메탈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웃음)"
자이의 이 답변은 아티스트로서 그녀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아직 도전하지 않은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그녀의 태도는 25년간 음악계에서 활동하면서도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이다.
Q: 한국적인 음악과 세계적인 음악 사이에서 자이님은 어떤 위치에 자신을 두고 계신가요?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아요. 제 장르를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듣는 분들은 쉽게 '이런 음악이다'라고 느끼실 수 있겠지만, 저 스스로는 '내 장르는 이거예요'라고 확실히 말하기 어렵네요. 그냥 제 이야기를 담아내는 음악일 뿐이죠."
4. 시간이 가져온 성숙함과 변화
자이의 음악적 여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간에 따른 변화와 성숙이다. 젊은 시절의 강렬하고 직설적인 표현에서 이제는 보다 절제되고 깊이 있는 표현으로 진화했다.
Q: 젊은 시절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곡을 쓰는 접근법이 달라졌나요?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직설적이었어요. 둘러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왜 나 때렸어?'라고 하는 식이었죠. 리프도 직선적으로 '징'하고 내질렀어요. '네가 틀렸어'라고 단정하던 시절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생각할 때는 네가 틀린 것 같지만, 너한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식으로 표현이 바뀐 것 같아요."
Q: 왜 그렇게 바뀌었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밴드 생활하면서 상처를 좀 입었던 것 같아요. 제가 리더였고, 초반에는 매니저도 되고 기획자도 되어야 했어요. 모든 걸 다 하다 보니 뒷말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런 환경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움츠러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말에서 자이가 겪었던 어려움과 그로 인한 내적 성장이 엿보인다. 그녀는 밴드 활동과 음악 산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람과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그녀의 음악적 표현에도 영향을 미쳤다.
Q: 보컬 스타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했나요?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지르는 스타일이었어요. 곡 쓰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죠. 다이렉트로 음악을 전달했다면, 지금도 그런 발성은 여전히 있지만, 공연할 때와 달리 이번 녹음에서는 좀 더 듣기 쉽게 힘을 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이는 라이브 공연에서의 자이와 녹음된 앨범에서의 자이 사이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라이브에서는 여전히 헤디마마 시절의 에너지와 힘을 느낄 수 있지만, 앨범에서는 보다 절제되고 세련된 보컬 스타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Q: 밴드 활동에서 솔로 활동으로 전환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다면요?
"솔로 활동하면서 얻은 건 저를 더 자주 보게 되는 것이에요. 밴드 시절에는 나를 보기보다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에 집중했다면, 솔로로 하면서는 제 자신을 많이 들여다보게 됐어요. '나한테 이런 점이 있었구나', '내가 왜 움츠러들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죠.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음악 안에서도 그런 자아 성찰이 표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솔로 활동으로의 전환이 단순한 형식의 변화를 넘어 자이에게 자기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그녀의 음악이 더욱 깊이 있고 진정성 있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5. 25년의 음악 여정, 성장과 깨달음
Q: 25년의 음악 여정에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성장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런 스타일 음악을 왜 하지?', '성격도 별로인데 음악도 별로네' 이런 식으로 판단했다면, 지금은 '이런 스타일의 음악들도 있고, 사람의 성격이 다 다르듯이 이런 사람은 이런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이것 아니면 안 돼'라고 했지만, 지금은 다양함을 인정하게 됐어요.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보는 시선이 농익어진 거죠. 나 자신에게도 관대해지고, 다른 장르와 스타일에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자이가 말하는 '이해하는 능력'과 '다양함을 인정'하는 태도는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음악적 지혜를 잘 보여준다. 젊은 날의 배타적이고 강렬했던 태도에서 포용력 있고 깊이 있는 예술가로 성장한 것이다.
Q: 한국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금은 젊은 뮤지션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어서 조언보다는 제가 배워야 할 때예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활동하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공연이 끝나면 다들 빨리 집에 가더라고요. 같이 어울리지 않아요. 함께 음악 이야기도 하고 교류도 하면 좋을 텐데, 자기 공연이 끝나면 인사도 잘 안 하고 바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음악 작업도 혼자 기계 앞에서 하는 시대가 됐지만, 조금 더 정을 느낄 수 있는 교류가 있으면 좋겠어요."
이 말에서 자이가 음악을 단순한 소리의 생산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과 나눔으로 여기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녀에게 음악은 소통의 수단이자 공동체를 형성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이는 현대 음악 산업의 개인화 경향 속에서 더욱 의미 있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6. 'Golden Hour', 새로운 시작과 도전
자이의 새 앨범 'Golden Hour'는 독특한 프로젝트이다. 75명의 후원자들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이 앨범은 그녀의 음악 여정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Q: 앨범 제목 'Golden Hour'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저는 매 순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이 순간이 특별하다고 느끼며 살아가죠.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 황금빛 순간이 지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히 상상만 하던 것들을 현실에서 하게 됐을 때, 진정한 'Golden Hour'의 의미를 깨달았어요. 모든 사람의 황금빛 시간은 결국 움직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해야만 볼 수 있는 거더라고요. 기다림이 아니라 움직일 때가 진짜 모든 이들의 'Golden Hour'가 아닐까 싶어요."
자이의 이 답변은 앨범 제목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그녀에게 'Golden Hour'는 단순한 시간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에 참여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이는 그녀가 25년간의 음악 여정에서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Q: 이번 앨범에서 시도한 음악적 도전들이 있나요?
"재즈 피아노와 함께 작업한 것이 새로웠어요. 제가 혼자 연주할 때는 투박한 느낌의 피아노였다면, 이번에는 훨씬 부드럽고 세련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늘 하고 싶었던 작업이 성사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멋있는 작업이 됐다고 생각해요. 로파이,락,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담으면서도 한 색깔로 유지될 수 있게 만드는 작업 또한 멋졌던 거 같아요."
피아니스트 이보람과의 협업은 자이의 음악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그녀의 음악적 감성과 이보람의 정교한 피아노 연주가 만나 더욱 깊이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Q: 이번 음반 작업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프로듀서 박찬울 님, 피아니스트 이보람 님, 베이시스트 정수민 님, 드러머 권낙주 님과 함께 작업했어요. 정말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해주셨죠. 특히 박찬울 님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아 전체적인 방향을 이끌어주셨어요. 예전에는 프로듀서가 주로 뮤지션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박찬울 님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색깔도 많이 녹아들어서 더 좋은 앨범이 된 것 같아요."
자이는 이번 앨범 작업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일관된 앨범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특별했다고 한다.
Q: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음에도 앨범 전체가 일관된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균형을 어떻게 이루셨나요?
"제 보컬 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편곡이 바뀌어도 제 목소리와 음악적 성향이 일관성을 만들어내죠. 영화 '만추'의 미장센처럼 장르는 다양하지만 하나의 톤으로 이어지는 걸 좋아해요. 이번 앨범도 장르는 다양하지만 일정한 톤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음악의 다양성과 일관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자이는 자신의 목소리와 음악적 색깔을 중심축으로 삼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앨범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Q: 이번 앨범의 제작 과정은 어땠나요? 여러 뮤지션들과 협업했는데요.
"정말 요즘 스타일로 작업했어요. 함께 모여서 합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파트를 녹음하고 취합하는 방식으로요. 사이버상에서 주고받다가 합주할 때 오랜만에 만났는데, 역시 얼굴 보며 연주할 때 오는 시너지가 훨씬 좋았어요. 특히 이보람 씨의 피아노를 처음 들었을 때, 재즈와 함께하면 내 목소리가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 음악 제작의 특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답변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각자 다른 공간에서 작업한 음악들이 하나로 모여 앨범이 완성되는 과정은, 전통적인 밴드의 합주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협업 형태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자이는 직접 만나 함께 연주할 때 느껴지는 시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음악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시켜준다.
7. 수록곡의 이야기들
자이의 'Golden Hour'에는 총 4곡('너의 데이트', 'Fever', '오늘 이 밤을', '때늦은 옛 이야기')과 보너스 트랙('너의 데이트' 피아노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각 곡에는 그녀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감성이 담겨 있다.
Q: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오래 품었던 곡은 무엇인가요?
"'피버(Fever)'예요. 가장 초창기에 만든 곡이고, 저에게는 새로운 실험 같은 음악이었어요. 록을 하다가 재즈 방향으로 간 첫 곡이었기 때문에 오래 품을 수밖에 없었고, 새롭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자이에게 'Fever'는 음악적 전환점을 의미하는 특별한 곡이다. 록을 주로 했던 그녀가 처음으로 재즈적 요소를 탐구한 작품으로, 이후 그녀의 음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Q: 이번 앨범에서 어떤 내러티브나 주제적 연결성을 의도하셨나요?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 짚어보니 모든 곡이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짝사랑도 있고, 입맞춤의 기억으로 사랑을 느끼는 내용도 있고, 하면 안 되는데 마음이 끌리는 감정도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는 이제 그만 아플래'라고 끝을 맺죠. 곡 순서를 정할 때도 이런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어요."
자이의 앨범에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러운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이는 그녀의 음악적 일관성과 감성적 진정성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너의 데이트'의 풋풋한 짝사랑에서 시작해 '때늦은 옛 이야기'의 성숙한 마무리까지, 하나의 감정적 여정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Q: 자이님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어떤 노래부터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연령대별로 다를 것 같아요.(웃음) 젊은 친구들에게는 '너의 데이트'를 추천해요. 대학 시절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가사라서요. 와인을 즐기기 시작하는 세대에게는 '피버'를, 위스키를 찾는 40대에게는 '오늘 이 밤을'을 권하고 싶어요. '때늦은 옛 이야기'는 모든 세대가 좋아할 것 같아요. 락이라는 근본이 있으니까요."
자이는 자신의 음악을 와인이나 위스키에 비유하며 재미있게 설명한다. 각 곡이 가진 분위기와 청자의 취향, 경험에 따라 다르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녀의 음악이 단일한 장르나 감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Q: '너의 데이트'라는 곡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 '어제 넌 분명 구멍 난 셔츠였는데 오늘은 새로 산 옷을 입고 새 구두도 신었구나'라는 가사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와 데이트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서운함과 자책감을 표현했어요. '아니 사실 내가 모지리였네'라는 마지막 가사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소심함을 탓하는 마음도 담겨 있죠."
자이는 곡에 담긴 섬세한 감정의 결을 설명한다. 이 곡이 단순한 짝사랑 노래가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정하는 성찰의 과정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8. 자이의 음악적 정체성과 앞으로의 여정
Q: 25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이님이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음악적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든 게 변하고, 또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보여주고 지키는 것이에요. 내 음악 안에서 내가 어울려질 수 있게, 그리고 때로는 그 어울림 속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는 것. 그 긴 시간 동안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자이의 이 답변은 그녀의 음악적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트렌드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 그것이 그녀가 25년 동안 음악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그녀 음악의 핵심 가치다.
Q: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데 가장 큰 두려움이나 고민은 무엇인가요?
"주춤하게 되는 것이요. 어릴 때는 과감하게 무조건 하고 지르고 싸우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걸 해도 될까?' 하고 주춤하게 되는 때가 많아요. 나이 탓도 있겠지만, 그때의 대범함이 지금은 그립기도 해요. 배려하게 되면서 양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창작에서도 주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답변에서 자이가 예술가로서 느끼는 고민이 드러난다. 경험과 배려심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창작의 과감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하고 있다. 이는 많은 베테랑 아티스트들이 공감할 만한 딜레마일 것이다.
Q: 이번 음반을 작업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주춤함이 있었나요?
"있었죠. 더 얘기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도 많이 참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 안에서 조율을 어떻게든 더 잘해보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박찬울 씨와도 서로 배려하며 중간 지점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이 대답은 음반 제작 과정의 복잡한 역학을 보여준다.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구현하면서도 다른 참여자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이는 그 과정에서 서로의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Q: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언제든지 환영해요. 메탈도 좋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싶어요. 락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늘 가지고 있어요. 트로트는 제 영역이 아닌 것 같지만(웃음), 어쩌면 사이키델릭하게 접근한 트로트는 재미있을 수도 있겠네요. 새로운 작업은 언제든지 열려있고, 제 목소리가 다양한 장르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계속 실험해보고 싶어요."
자이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적 모험을 갈망한다. 이미 25년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악적 호기심과 도전 정신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는 그녀의 음악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Q: 이번 음반은 자이님의 음악적 여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정리와 시작을 하게 만드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늘 정리가 안 됐던 것들, 버릴 것은 버리고 가질 것은 가지면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준 앨범이 아닐까 싶어요."
자이에게 'Golden Hour'는 단순한 앨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전환점인 것이다. 이는 앨범 제목이 상징하는 '황금빛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해가 지는 순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날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한 것처럼, 자이의 음악 여정도 하나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중이다.
Q: 리스너들에게 이 음반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이 앨범은 어떤 장르의 시선이라기보다 이야기에 중점을 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듣는 분들이 자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에 집중해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이는 자신의 앨범이 청자들에게 단순한 소리의 향연이 아닌, 각자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이는 그녀가 음악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 즉 진정한 소통과 공감의 매개체로서의 음악을 잘 보여준다.
9. 25년의 목소리, 그리고 'Golden Hour'
취재를 마치며 자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음악을 해온 그녀에게, 지금 이 순간은 어떤 의미일까.
Q: 자이님에게 황금빛 시간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황금빛 시간은 지금이에요.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때로는 상처받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했어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연결되는 이 순간이 제게는 가장 빛나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이 앨범에 담았어요."
자이의 'Golden Hour'는 단순한 앨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2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형성된 한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철학, 그리고 음악적 성숙함이 집약된 작품이다. 헤디마마에서 자이로, 록에서 재즈까지, 그녀의 음악적 여정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의 기록이었다.
앨범의 제목처럼, 자이는 지금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 황금빛 시간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그녀는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노래할 것이다.
자이의 새 앨범 'Golden Hour'는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마친 2월 15일 서울 발매 기념 공연에 이어, 자이는 4월 중 전국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새 앨범 수록곡의 생생한 연주가 준비되어 있다. 자이의 공연 일정 및 최신 소식은 https://litt.ly/golden_hou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황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