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가 대한민국 예술계에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K-컬처 300조'라는 산업적 목표와 함께, 예술인의 생활 안정과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한 전례 없는 수준의 정책들이 발표되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는 낡은 통념을 국가가 직접 깨뜨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예술인 복지금고' 신설, '소액사업 자부담 폐지' 등 오랜 염원이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예술을 '직업'으로, 예술인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사회 시스템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본지는 이번 국정과제가 예술 현장에 던지는 희망의 청사진을 심층 분석하고, 이 역사적인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남겨진 과제들을 함께 짚어본다.
Part 1. 희망의 청사진: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으로
이번 국정과제의 핵심은 예술인의 삶을 '생존'의 영역에서 '안정된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국가의 강력한 의지다. 이는 예술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약속들로 채워져 있다.
■ '예술인 복지금고'와 사회보험, 제도권 밖 예술인을 품다
가장 주목받는 약속은 단연 '예술인 복지금고' 신설이다. 이는 질병, 재해, 실직 등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이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고용보험 등의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대다수 예술인에게 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연극배우 A씨(42)는 "공연이 없는 달에는 수입이 '0원'이라 아프면 대책이 없었다"며 "정말 필요한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버팀목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창작에 더 몰두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지원' 약속이 더해지면서,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직업'으로서의 경로가 더욱 뚜렷해졌다. 안정적인 노후 설계는 물론, '예술인 맞춤형 임대주택'과 '자녀돌봄 서비스' 확대는 주거와 육아라는 현실적 장벽을 낮춰 청년과 여성 예술인들이 경력 단절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 '자부담 폐지'와 인프라 확충, 창작의 마중물이 되다
현장에서 가장 즉각적인 환호를 받은 것은 '소액 정부지원 사업 자부담 폐지' 다. 이는 자본 없는 신진 예술가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자부담이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했던 수많은 청년의 실험과 도전을 국가가 응원하겠다는 명확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준비 중인 B씨(29)는 "이 정책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예술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결국 문화 생태계 전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국립한국문학관 등 공공 창작 인프라 확충과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 을 통한 예술인 권익 보호는, '열정페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강요받았던 과거를 청산하고 창작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이다.
Part 2. 성공적 안착을 위한 3대 과제: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이처럼 희망적인 청사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 또한 명확하다. 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이 역사적인 기회를 성공시키기 위해 예술계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① 균형의 과제: 'K-컬처'의 화려함 속, '기초예술'의 자리를 지켜라
'K-컬처 300조', '콘텐츠 10조 펀드' 등 산업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필연적으로 자원의 쏠림 현상을 낳을 수 있다. K팝과 드라마의 성공이 한국 문화의 전부는 아니다. 그 뿌리에는 문학, 연극, 순수미술, 전통예술 등 오랜 시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기초예술이라는 튼튼한 토양이 있다.
정부는 산업적 성과를 추구하는 동시에, 이 기초예술 생태계가 산업 논리에 잠식되지 않도록 보호할 책무가 있다. 전체 문화예술 예산 내 '기초예술 분야 쿼터제' 도입 등, 기초예술의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K-컬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② 실행의 과제: '어떻게'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라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만큼 '어떻게 하겠다'는 실행 계획이 중요하다. '예술인 복지금고'의 재원은 어디서 오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투명하게 운영할 것인가? '자부담 폐지'가 전체 지원 예산의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인가?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질문에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과 세부적인 정책 로드맵으로 답해야 한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정책의 디테일을 채워나갈 때 비로소 예술인들은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고 정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자율성의 과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증명하라
국가의 지원이 늘어날수록 예술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예술계의 오랜 트라우마다.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는 국가가 지원을 무기로 어떻게 예술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정부는 'K-'라는 국가 브랜딩이 예술의 다양성을 획일화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책의 심의와 평가 과정에서 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민간 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이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이재명 정부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정과제는 대한민국 예술계에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대전환의 기회'다.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예술계가 정책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적인 감시자이자 참여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함께 정책을 완성해 나갈 때, 비로소 '창작이 직업이 되는 나라', '예술이 존중받는 사회'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