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하 기획자 | 그날, 풍천리로 향하는 길은 미약하나마 빚을 갚으러 가는 순례의 길과도 같았다. 세 시간여를 달려 아스팔트의 열기가 잦아들고 차창 밖으로 푸른 산세가 깊어질수록, 나는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져 가장 아름다운 땅의 가장 아픈 신음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마침내 도착한 풍천리 마을회관 앞은, 7년간의 싸움으로 지쳤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었다. 한여름의 태양은 아스팔트 위에서 가혹할 만큼 이글거렸다. 하지만 그 열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의 깊은 숨결이 서늘한 바람을 실어왔고, 회관 곁을 지켜온 풍성한 나무들이 만들어준 작은 그늘은 그 어떤 지붕보다 더없이 소중했다. 그리고 그 아래, 저 너머에 펼쳐진 거대한 잣나무 숲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처럼 짊어진 이들이 이미 수없이 모여 있었다. 콘크리트 거인 아래, 생명의 숲이 울고 있다 이 축제는 왜 열려야만 했을까. 이들은 왜 노래를 불러야만 했을까. 그 답은 마을을 휘감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에 있었다. 2019년, 한국수력원자력은 이곳 풍천리에 1조 5천억 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건설을 예고했다. 상부댐과 하부댐, 두 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거인이 들어서
뉴스아트 편집부 | 현대 미국 희곡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매밋(David Mamet)의 가장 논쟁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연극 '올리아나(Oleanna)'가 오는 2025년 7월 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성북구 뜻밖의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연극 '올리아나'는 대학 교수와 학생, 단 두 사람의 대화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밀도 높은 2인극이다. 성추행 고발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두 인물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권력의 본질, 언어의 폭력성, 소통의 부재가 빚어내는 파국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줄거리 극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에서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온 학생 '익정'과 그녀를 돕고자 하는 교수 '현욱'의 만남이 그려진다. 그러나 현욱의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교육 방식은 둘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2막에 이르러 익정은 현욱을 성희롱 및 부적절한 행동으로 고발하고, 분노한 현욱과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 익정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3막에서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현욱과 그의 파국이 격렬한 충돌로 이어진다. 데이비드 매밋은 이 작품에 대해 "올리아나는 잃어버린 유토피아를 뜻한다. 이 이야기는 성추
뉴스아트 편집부 | 20년 가까이 '개발'과 '사라지는 공간'이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김형준이 시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작품들로 관객을 만난다. 박김형준 작가의 사진전 <겨울조감도>가 2025년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 행사는 15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멈춤의 시간 속, 드론으로 찾은 새로운 시선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멈춘 듯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시작되었다. 작가는 당시의 상황을 "일도, 사람도, 계절도 멈춘 것 같았던 코로나 시절의 겨울"이라 회고하며, 무력감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갈망했다. 그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새의 시선'에 대한 오랜 갈망이었다. "사진을 하면서 늘 부러웠던 것이 있다면, 새의 시선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드론은 그 갈증을 풀어줄 조력자였다. 작업의 무대는 생활 반경 가까이에 있어 익숙했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왕송호수였다. 2021년 겨울부터 네 번의 겨울에 걸쳐, 그는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날들을 골라 호수를 찾았다. 땅 위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드론의 시선을 통해 펼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