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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제작공간 제공, '국립' 붙이기로-서계동복합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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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방문했지만 국감으로 자리 비운 문체부 장관
정책실장이 연극계 요구 일부 수용하기로 약속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윤석렬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0월 4일, 국립극장바로세우기 범연극인 연대(이하 범연대)는 문화체육부장관실을 찾았다. 하지만 박보균 장관은 자리에 없었다. 국정감사에 대비하느라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손정우 범연대 위원장은 국립극장 건립 문제와 관련하여 장관과의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였다고 한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9월 27일 문체부 장관 항의방문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오늘 예정대로 항의방문을 하였다.

 

문체부 직원들은 이 방문에 적잖이 당황했고, 11시쯤 장관이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범연대는 건물 옥상에서 윤성천 문화예술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1시간 정도 대기했지만 장관은 예정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요청하고 일주일 전에 공문을 보냈고 한 시간을 대기한 끝이라 다소 격앙되어 소란이 있었지만, 범연대는 장관에게 보내는 질의서를 11시 40분경 윤성천 실장에게 전달하고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박승범 비서실장은 이번 주 안에는 장관을 만나게 해 주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하였고, 범연대는 장관과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10월 11일 재방문을 예고하였다.

 

한달 동안 장관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윤성천 실장은, 범연대가 2012년 안으로 되돌아가자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고, 이렇게 실무진 차원에서 진전된 논의가 없는 채로 장관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없기 때문에 날짜를 잡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그는 27일 공문에 대하여서도, 같은 이유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극인들은 서계동 부지에 국립극단 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담고 있는 2012년 연구결과가 2013년 연구용역에서 왜 갑자기 민자까지 동원한 복합시설개발로 바뀌었는지를 묻고 있다. 진실을 알고싶은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는 ‘과거로 돌아가는 말이냐’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윤성천 실장은 서계동 관련 모든 기사를 다 읽고 섬세하게 현장의 요구를 살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2년 연구와 2013년 용역의 차이를 언급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생산적인 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당시 문체부 재정담당이었다는 윤성천 실장은, “2012년 연구는 문체부 내부에서 만든 것으로 일부의 의견일 뿐, 당시 서계동 금싸라기 땅을 잘 쓸 방법을 연구하라는 말이 많았다.”고 하였다. 이 공간에 대한 인식 차이이자 갈등의 씨앗은 2013년부터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 어떻게 1억 원짜리 용역이 토지 소유주인 문체부가 아닌 국립극단의 이름으로 발주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윤실장은 또한, 서계동 일대를 개발하려면 토지수용이나 도로수용 등 문체부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고 하면서 “우리가 지구단위계획을 수행할 역량이 안 되는데, 예술인행복주택은 우리의 정책과제이기도 했기에 국토부와 협력하여 한꺼번에 해결”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문체부 땅에 국토부 행복주택을 짓자는  문체부 제안은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면서 국토부에서는 (극장과 행복주택이) 서로 상충하는 공간이라 디자인하기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극계가 반발하고 공청회가 열리는 와중에 행복주택이 유찰되었는데 곧 바로 재입찰공고를 낸 것은 현장 연극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손 이사장은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면서, 계획을 변경하는 데에 국회 협조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설득하겠다는 말도 하였다. 

 

서울연극협회의 박정의 회장은 "(제대로 된 극장이 되려면) 공간 전체가 창제작 공간으로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서 국립극장 건립의 기본 정신을 강조하였다. 

 

윤실장은 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계동에 지어질 극장이 '국립'이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했고 수익공간을 줄이더라도 창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지 제안해 달라"고 했다.

 


기무사터를 국립극단에서 사용하도록 관철시킨 것은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이다. 문화는 '중심지'에 있어야 하고 '전용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름의 브랜드를 만들어 온 국립극단은 당장 내년 7월에 집을 비워야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곳도, 돌아올 곳도,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