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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영혼을 탐색하는 세 개의 시선: 갤러리 브레송 《보이지 않는 도시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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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문학적 상상력을 빌려
도시의 비가시적 층위를 파고드는
라인석, 안소현, 김인재 작가의 사진 미학

 

뉴스아트 편집부 | 우리가 '도시'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도로의 집합인가, 아니면 그 속을 흐르는 무형의 기억과 감각, 관계의 총체인가. 7월 18일 막을 올리는 갤러리 브레송의 기획전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세 가지의 시각적 답변을 제시한다. 김남진 기획자가 조율한 이번 전시는 단순히 도시 풍경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도시의 내면을 탐색하고 그 미학적 본질을 사유하는 동시대 사진 예술의 한 단면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전시의 제목이자 지적 토대가 된 이탈로 칼비노의 동명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도시의 정체성이 랜드마크가 아닌, 그곳을 스쳐 가는 사람들의 기억, 욕망, 기호, 관계에 있음을 역설한다. 전시는 이 문학적 통찰을 출발점으로 삼아, 외젠 앗제의 기록적 시선이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넘어, 오늘날의 사진가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주관적 언어로 도시를 재해석하는지를 보여준다.

 

 

세 명의 참여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보이지 않는' 차원을 가시화한다. 라인석 작가의 《Touch》 연작은 사진의 평면성에 대한 도발적인 개입으로 시작된다. 그는 도시의 상징인 타워 이미지 위에 스크래치와 마모 같은 물리적 ‘터치’를 가함으로써, 매끄러운 디지털 이미지의 표면에 촉각적 질감과 시간의 흔적을 새겨 넣는다. 완벽한 재현에 대한 의도적 저항인 이 행위는 사진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상처와 기억이 축적된 하나의 오브제로 승격시킨다. 그의 사진 앞에서 관객은 보는 것을 넘어, 도시가 품은 보이지 않는 상흔과 시간의 결을 감각하게 된다.

 

 

안소현 작가는 《공기 도시(Authentic City)》에서 익숙한 도시의 단면을 비현실적인 색채와 극도로 정제된 구성을 통해 낯선 미장센으로 탈바꿈시킨다. 공항, 공사장, 한적한 거리 등 그의 프레임 안에 포착된 공간은 일상성을 탈피하고 엄격한 조형적 질서 아래 재편된다. 화면 속에 섬처럼 작게 배치된 인물들은 거대 도시 속 개인의 소외감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도시 공간이 지닌 내재적 균형과 감각적 아름다움을 향한다. 이는 친숙한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도시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탐문하는 시도다.

 

 

김인재 작가의 《도시, 인간의 자리》는 도시의 표피에 어른거리는 반사와 중첩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 도시의 복합적인 심리를 파고든다. 유리창에 비친 행인의 실루엣, 광고 이미지, 그리고 도시의 건축물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뒤섞이며 기억과 욕망, 익명성이 교차하는 도시의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칼비노가 말한 ‘만남과 관계가 생성되는 장소’로서의 도시가 그의 사진 속에서 설득력 있게 구현된다. 작가는 도시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흐르고 변형되며 관계를 빚어내는 유기적인 총체로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도시들》展은 도시를 사회 비판의 대상으로 삼거나 단순히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대신, 그 안에 깃든 감각과 구조, 기억의 질서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미학적 탐구다. 라인석, 안소현, 김인재 세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해체하고 재구성한 도시의 파편들을 통해, 우리는 도시가 단일한 얼굴이 아닌, 우리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무수한 얼굴을 드러내는 살아있는 장소임을 깨닫게 된다. 전시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매일 걷는 이 도시는,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전시 정보

  • 전시명: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참여작가: 라인석, 안소현, 김인재

  • 기획: 김남진

  • 기간: 2025년 7월 18일(금) – 7월 29일(화)

  • 장소: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 오프닝: 2025년 7월 18일(금) 오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