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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보는 당신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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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4일 ~ 9일 종로 씨어터쿰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극단 '지금여기'는 인물극 시리즈 2탄, <콤플렉스>를 무대에 올린다. 인물극은 극단 '지금여기'만의 연극시리즈로, 캐릭터와 그것을 독백하는 배우 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서 인물 패턴의 일반성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작년 여주인공페스티벌에서 <메이킹(Making)>을 통해 중년 여배우들의 삶과 해학을 보여주었던 극단 '지금여기'는 2023년 <콤플렉스>를 통해 인간의 삶 속 가장 내밀한, 가장 감추고 싶을 내면을 이야기를 한다.

 

<콤플렉스>에는 햄릿, 리차드3세, 이아손 등 다섯 인물이 각각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독백을 연기한다. 그리고 독백을 했던 배우이자 캐릭터 자체로서 칼 융이 고안한 단어연상 심리검사에 응한다. 관객은 심리검사를 둘러싼 대화를 통해, 콤플렉스가 삶에서 어떻게 내재되며 어떤 성격(캐릭터)을 만들어내는지 유추할 수 있다.

 

극중 인물은 종국에는 비극과 파국을 가져오는 극단적인 콤플렉스 덩어리다. 하지만 그들이 극단적일수록 관객은 안전함을 느끼면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객관적으로 투사해볼 수 있다. 나는 어떤 말에 발끈하며, 언제 나도 모르게 화를 내며, 어떤 것으로부터 도망치고싶어하는가? 

 

이 극단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배우 자신의 이야기와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관객의 경험을 파고들지가 관전포인트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이자 주인공인 리처드3세는 어릴 때부터 곱추인데다 독수리 발톱처럼 굽은 손 때문에 엄청난 외모 콤플렉스를 갖는다. 이 모든 콤플렉스를 뛰어넘는 뛰어난 언변과 유머감각, 탁월한 리더십은 야욕으로 꼬여버린다. 어린 조카를 잔인하게 몰아내고 즉위한 뒤에는 반정의 동기들조차 냉혹하게 숙청하여 결국 반란과 배신으로 궁지에 몰려 전쟁터에서 죽고만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오는 스탠리는 폴란드 이민자로서 사회의 변방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소수자로서 느끼는 콤플렉스를 아내인 스텔라에게 투사하여 그녀를 제압하고 무시하며 가정 내에 왕처럼 군림한다. 상대를 제압하고 우월감을 느끼는 것으로 콤플렉스를 보상한다.

 

실존인물인 보이체크는 가난하고 조실부모한 실존인물이다. 보이체크를 경멸하던 아내가 바람까지 피우자 흥분해 그녀를 살해한 뒤 처형당한다. 보이체크의 행동과 사형집행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사회적 담론이 일어났던 사건이다. 연극에서는 보이체크의 콤플렉스를 중심으로 다룬다.

 

이아손은 노파로 변신한 헤라를 업고 강을 건너다 한쪽 샌들을 잃어버린 것으로 유명한 신화속의 인물이다. 왕위를 얻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고 아내와 자식까지 배신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잊혀진다. 연극에서는 권력 콤플렉스를 대변하는 인물로 나온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잘 알려진 햄릿도 나온다. 강압적인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연기한다.


<콤플렉스> 공연 예매는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텀블벅 펀딩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