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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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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올해 처음으로 주어진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 상의 폐지를 주장하는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은, 박서보 작가가 "4·19혁명에 침묵하고 5·16군부정권에 순응했으며,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유신정권 관변미술계의 수장"이었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고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광주정신과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만들어졌다 폐지됐다 만들어졌다 폐지됐다 또 만들어진


해외 유명 비엔날레에서는 시상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는 작가들의 행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1회부터 3회까지 시상제를 운영했다.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을 대상으로 최저 1만 5,000달러에서 최고 5만달러를 시상하였는데, 4회인 2002년부터 행사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폐지했었다. 

 

그러다가 2010년 동시대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시상제를 부활시켜 2016년까지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을 제정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2017년 김선정 대표 취임 후 김대표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시상을 하지 않았다. 2021년 박양우 대표 취임 후, '기지재단'의 기증 제안에 따라 다시 시상제를 검토하게 되었다.  

 

박서보 예술상은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2월 제정되었다. 

 

단 한 명에게 10만 달러, 파격적인 '박서보 예술상'

 

(재)광주비엔날레는 기지재단의 제안을 계기로, 광주비엔날레를 브랜딩하며 국제적인 위상을 지닌 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눈(Noon) 예술상’을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으로 개편하여 새롭게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지재단에서는 총 시상금 100만 달러를 후원하였다. 

 

기지재단은 한국 단색화 운동을 이끌어온 박서보 작가가 후진 양성을 위해 기탁한 재원을 바탕으로 2019년 설립된 비영리재단으로, 박서보 작가가 고문으로 있고 그의 아들 박승호 씨가 이사장으로 있다.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은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2042년까지 10회 운영될 예정이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광주비엔날레 전시 참여 작가 중 1인(팀)을 선발하며, 시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 3천만원)이다. 올해 첫 번째 수상자는 올해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에 부합한 '코 없는 코끼리'를 출품한 엄정순 작가이다. 

 

이견이 없는 것보다 좋지만 낡고 현실성 없는 폐지주장?

 

박서보 예술상 폐지에 서명한 사람은 4월 11일 현재 112명이며, 1차 서명 목표는 500명이다. 이들은 모두 실명으로 서명하였는데, "돈으로 명예마저 살 수 있는 세상",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 훼손", "광주항쟁 정신에 대한 모독", "(박서보)는 평생 꽃길만 걸은자", "미술에 권력을 갖다 붙이면 망합니다", "인권이 말살되는 사회에 민감하지 않은 아티스트는 에고이스트" 등의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하여 박서보 작가는 자신의 SNS에 "어떤 이견도 없는 것보다 훨씬 좋은 현상이다. 역사는 반동하며 발전한다. 하지만 이 주장의 프레임이 낡았고 대안의 현실성도 없다"고 적었다. 그는 “더 많은 작가가 나서서 후원하고 상을 만드는 것이 비엔날레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며 제2, 제3의 상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발전적이다”라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의 발전과 인지도 향상에 도움 될까? 


2021년 해외 경매가 196억원을 기록한 작품의 박서보 작가가 후학을 후원하겠다는 선의로 기부한 100만 달러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그의 기부가 '맥락'이 닿지 않고' '적절한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비엔날레의 발전과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광주비엔날레는 여전히 규모가 크지 않고 기대하는 것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광주비엔날레에서 주어지는 박서보 예술상의 부상 10만 달러는 해외에서 보아도, 특히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약 1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는 미술상은 ▲Bucksbaum Award ▲Dunya Contemporary Art Prize ▲Future Generation Art Prize ▲Hugo Boss Prize ▲Mohn Award ▲Lise Wilhelmsen Art Award Programme ▲Nasher Prize ▲Zurich Art Prize 이며, 이보다 시상금이 많은 미술상은 전세계적으로 15개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