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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개인전, 발길 따라 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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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금)~10월14일(토)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3월 예술인상호부조대출기금 마련을 위한 <씨앗페>에 참여했던 최은경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

 

일상의 시름을 한 템포 미루며, 혹은 한 템포  쉬어가며 (한숨이 아닌) 선선한 한-'숨'의  쉼이 되어주는, 발길 따라 유유히 바라보게 된 풍경을 주로 그렸다.

 

 

작가는 선선한 공기와 바람이, 그것들의 여운이, 그래서 적절한 어떤 낭만성이 그림에 담기길 바란다. 그래서 그림 속 피사체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빈 공간은 공기와 바람으로 가득차 있다.

 

 

아버지의 정원을 생각하며 그렸다고 하는 '봄의 정원'에는 분명하게 보이는 꽃은 한 송이도 없다. 하지만 잎조차 없는 나뭇가지의 그림자는 초록빛이고, 그 빛은 원경과 연결되어 먼 곳에서 달려오고 있는 봄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봄은 언제라도 성큼 다가올 듯, 화면 전체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작가는 이를 '부풀어오르는 봄의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순식간에 몰려오는 봄기운은, 들꽃에서 번져나온 것일까?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작가의 손끝에서는 아련한 그리움에 흔들린다. 정읍 가던 길 차 안에서 선잠이 들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정경을 꿈의 이미지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그대로 담아서 그렸다.

 

한낮에 밭일하고 있는 어르신의 뒷모습과 시골에선 으레 보이는 빨간 벽돌 버스 정류장, 농가의 주황생 물탱크... 본향(本鄕)의 그리움... 

 

 

밤 풍경에는 각자의 용무 대로 스치고 지나간 사람들의 삶의 주름이 공기 속에 남아 있다. 작가는 산책길에서 본 '초록'의 자리가 "삶의 중심이자 회오리의 눈"이라고 느꼈다.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가 담긴 소쇄원 입구를 들어서는 데 겨울 낙엽을 쓸어 모으는 어느 노년의 모습이 오후 그림자 사이로 맑고 환하고 처연하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면서 그냥 사는 것이다. 작가이기에, 삶을 관찰하고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림을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로 삼는다. 환영같은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그 안에 숨겨진 충만함과 그리움을 담아낸 작가의 그림이 우리의 삶에서도 화살표가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