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아트코리아랩 컨퍼런스를 사진으로 둘러본다. 기술융복합 디지털 아트의 현재를 가늠하기 좋다.
인간은 기계와 결합되어 한계를 넘어서려는 트랜스 휴먼을 꿈꾼다. 하지만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보자. 이것이 포스트휴머니즘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시대정신이며, 핵심은 감수성이다. 인간은 진화에 정점에 있지 않다.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인간은 이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다. 존재는 관계의 총합이다.
진화를 수직의 계통수로 보지 않고, 원형의 형태로 보았을 때 인류는 생태계 안에서 극히 미미한 존재이다.
인간은 불가피한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며 효돌을 재탄생시켰다. 효돌을 손주처럼 생각하면서 꾸미고 치장하면서 진짜 손주가 오면 마음을 들킬까봐 감추기도 한다. 반면 리얼돌은 대상화 상품화라면서 배척한다.
홍성욱 박사는 효돌과 같은 일들은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라고 하면서 기술과 인간은 서로를 '반려종'으로 삼아 서로의 복잡성, 비예측성, 의외성을 이해해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포스트휴먼 감수성을 가진 예술이란 무엇일지 고민해보자고 하였다.
권병준 작가는 저비용으로 환경도 생각하면서 로봇을 만들었다. 마모되기 쉬운 재질인 옥수수와 금속이 조합된 부풉을 쓰려니, 마모 극복이 어려웠다고 한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작가 자신이 일어서고자 부단히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일어서는 법을 세밀하게 나눠서 로봇에 적용했다. "10번 실패하면 다시 한다"는 구절이 관객과 특히 공명했다.
기어를 위로 쌓아올릴 수록 최종 동작과의 기어비율이 높아진다. 가장 최근에 만든 기어비율은 378조다. 아래에서 378조번 돌면 위에서 한 번 돈다. 권작가는 이 비율을 무한대로 높여갈 계획이다. 산업에서는 불필요한 것이지만, 일반인이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싶었다고 한다.
이것은 또한 메타포다. 개인이 무한과 연결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만들어지는 한 걸음의 의미이다. 예술가는 돈보다 더 큰 의미를 말하고싶었다.
작가는 로봇의 이족보행이 사람과 똑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로봇은 전자석의 온오프에 의해 철판 위에서만 작동한다. 중력보상은 중력의 법칙에 저항해 몸의 균형과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작가가 만든 로봇은 중력이 아니라 자기장에 저항해야 하는데, 덕분에 인간과 다른 형태의 이상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공연을 전제로 만든 것이기에 까치발 동작도 하게 만들었다. 허리를 돌리고 숙이고 다리를 드는 동작이 모두 두 개의 모터로 가능하다. 콘트롤러는 오픈소스를 사용했고 5000원짜리 금속부품은 외의 부품은 모두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권병준 작가의 홈메이드 로봇은 대기업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도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권작가는 "애플에 평생 얼마나 바칠 것인가"를 예로 들면서 기술의 요체를 알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힘이 되고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고 하였다.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예술인들에게 요구하였다.
권 작가가 터득한 기술은 하이테크로부터 벗어난 기술이란 의미에서 '낮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기술도 이 '낮은 기술' 범주에 들어간다. 미디어아트 등 예술을 빙자한 수많은 예술기술 융합형 작품은 상품이자 산업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더욱 하이테크에 매달리고 있다. 이럴 때 권 작가가 제안하는 '낮은 기술'은 무슨 의미를 가질지 그 울림이 적지 않은 컨퍼런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