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창작준비금 민원 제기할 건가요?

URL복사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예술인복지재단(이하 예복)의 2023년 하반기 『창작준비금지원사업-창작디딤돌』이 어제(11월 30일), 동시다발 접속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오후 늦은 시간에 발표됐다. 예복은 이 사실을 전체 지원자에게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알렸다. 예술인들은 선정 여부 확인을 위해 일제히 예복 홈페이지에 접속하였고, 연결이 늦어지고 서버 마비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번 사업에는 총 2만 2,504명이 지원했고 1만 명이 선정되었다. 미리 공지된 서류미비, 참여제한 대상을 제외하고는 소득 기준과 원로장애예술인 가점제로 선정했다. 동점자는 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하여 선정했다. 

 

2022년 코로나 시기 지원금 선정 대상자의 월소득은 59만원 미만이었다. 이 소득 기준은 올해도 비슷하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에 지원금 신청 예술인 가운데 소득이 0인 사람은 1만 8000명이었다. (참고기사 6만 여명 몰린 코로나19 한시 문화예술인 활동지원금)

 

오래된  논쟁, 저소득층 지원인가 예술인 지원인가

 

소득기준으로 선발한다는 면에서 예술인들은, "이게 저소득층 지원인지 예술인 지원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 사회복지 업무와 겹쳐지는 일을 굳이 창작지원금예복에서 하면서 예술인을 위한 예산이라고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지속적인 예술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지원금을 타는 '예술인' 문제는 지속적인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예술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예술인 여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반 사회복지와 예술지원이 섞인 것이 문제일 것이다.

 

시스템에 잡힌 소득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외제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 선정"되었다는 말도 끊임없이 나온다. 소득이 0인데도 2년 째 탈락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 연줄로 받는 것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는 예술인도 있다.

 

하지만 창작준비금은 명확히 소득기준으로 결정된다. 다만 필수서류 누락, 또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상의 소득인정액이 다른 사람보다 높은 경우에는 선정되지 않는다. 

 

이의제기 가능하지만, 지금 가능하지 않은 이유

 

선정되지 않은 예술인은 예복에 '소득인정액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제기 기간은 11월 30일(목) ~ 12월 13일(수)이다. 국세청 종합소득,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건강보험 보수월액, 국토교통부 건축물대장 등 소득인정액 변동 사항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나의 소득인정액이 얼마인가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고객상담센터에 전화했다. 자기들 업무가 아니라고 이리 저리 전화를 돌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들은 답변은 여기는 민원처리 부서가 아니니 시군구로 전화해보라는 것이었다. 다산콜센터에서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나 복지관련 부서의 연락처만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나의 소득인정액을 알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전화해 봤다. 그러자, 기관마다 소득인정액 산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득인정액 산출방식이 기관마다 왜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복지의 최전선에 있는 동사무소 전화해 봤다. 여기서도 소득인정액을 직접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필요로 하는 복지지원과 관련된 서류를 모두 제출하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입력하여 결과에 따라 지원여부를 결정할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 비로소 개인의 소득인정액을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정보 열람 안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내 정보인데 왜 내가 알 수 없냐는 질문에 대하여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개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겠다고 인정했다.

 

시스템이 바뀌기 전에는 예술인의 소득인정액을 예복에 물어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예복은 지금 1만명을 선정하고 창작준비금을 교부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민원응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교부금이 내려오지 않아 2주 늦어졌다

 

지난 11월 윤석열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갑작스럽게 교부금 지급 시기를 조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예복은 미루어진 정부 일정 때문에, 대체 언제 교부금이 내려올지 기다리면서 사업시기를 늦추고 선정자 결과 발표 시기도 늦추면서도 예술인들의 기다림을 최소화하겠다면서 발표일을 11월 중순으로 잡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날 오후 늦게야 발표가 났다. 

 

이번 발표 뒤에도 "외국인 가정 전형은 없나", "예산 좀 늘리면...", "이건 보너스로 생각하고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 "제일 좋은건 수입이나 여건이 확실해서 지원금을 안받는 상황" 등 각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기초 사회복지가 튼튼하다면, 사회보장제도가 예술지원의 탈을 쓰고 예술인들의 애를 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발표일 오후마다 "연습을 중단하고 30분 이상 클릭질만" 한다는 어느 예술인의 말이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