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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초라했던 '이선균'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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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7일 토요일은 이선균 배우가 세상을 떠난지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후 3시 시청역 8번 출구 맞은 편에서  "고 이선균 배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언론과 경찰, 검찰을 규탄하는 문화예술인행동(이후 문화예술인행동)"의 대중 집회가 열렸다.

 

 

이선균 배우를 옹호하며 열리는 대중집회는 처음이라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던 집회이다. 하지만 길 건너 폴리스라인 너머로 보이는 집회 구역에는 그동안 대 정부 규탄 시위에서 흔히 보아왔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잘못 찾아왔나 몇 번이나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시위구역으로 들어갔다.

 

 

3시가 넘었지만 사람들은 별로 모이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넓은 시위구역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만이 '이선균'이라는 글자가 조그맣게라도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을 뿐, 나머지는 대 정부 규탄 손팻말과 깃발이었다. 무대의 플래카드 말고는 이선균을 담은 작은 깃발 하나 없었다. 

 

 

이선균 배우 발인 2주 되는 날 기자회견을 열었던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문화예술인행동의 주요 제안자들도 여러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제안자의 한 명인 정지영 감독은 영상으로 대회사를 보내왔고, 고경일 우리만화연대회장만 참석하여 발언했다. 프로그램상 규탄발언이 예정되어 있던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불참했다. 

 

제안 단체들의 참석은 충실했다. 촛불행동 문예위원장 이광석 씨는 사회를 맡았고, 노래패 우리나라의 백자는 추모곡을 불렀다. 그 밖에도 연서명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이 현장에서 함께 했다. 박근태 한국영화배우조합 위원장이 추모사를 했고, 극단 ‘경험과 상상’의 류성 대표가 권말선 시인의 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고 이선균 배우 죽음의 진상을 요구하며」를 낭독했다. 윤미향 의원과 다큐창작소 김성민 감독이 규탄발언을 했고 가수 허영택은 추모곡을 불렀다. 

 

 

이들은 「고 이선균 배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언론과 경찰, 검찰을 규탄하는 문화예술인행동 성명서」를 통해 이선균 배우의 죽음은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며 "정치적 위기를...돌파해 보려는... 희생양 찾기...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선균 배우 죽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행동과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가 마무리될 무렵 인파가 늘었다. 연이어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제 이선균은 윤석열 정권 규탄 외침 속에 묻혀버릴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지나친 연결 즉 초연결은 오히려 소외를 가져온다는 말이 광장에서 더욱 실감났다. 비록 다른 층위이긴 해도, 이선균을 오롯이 추모하고 연대하며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이날의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이번 대중 집회는 문화예술인연대회의 기자 회견 이후 '행동'이 너무 늦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시급하게 조직된 첫 번째 행동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대로, 이것이 이선균 문제를 환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문화예술계 움직임의 출발점이기를 바란다. 

 

이선균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문화예술인들의 결연한 외침을 뒷받침하려면, 문화예술인연대회의와 문화예술인행동이 서로 연결되어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