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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갤러리, 한국미술에 득?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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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2023년 한국 미술시장이 옥션 등을 중심으로 크게는 30~40%까지 축소되는 등 미술 시장 불경기를 체감한 반면, 리만머핀 서울 갤러리의 손유정 디렉터는 "해외 갤러리들은 불황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소더비코리아 윤유선 대표도 그동안의 한국 미술시장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조정세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건강한 감소세"라고 진단하였다.

 

시장이 나빠졌다기보다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팬데믹 거품이 걷히는 거죠. 실제로 팬데믹 당시 콜렉터들 가운데 연락이 두절된 경우가 많아요. -- 손유정 디렉터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상승세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휘슬 디렉터 이경민은 프리즈 등 해외 아트페어가 들어오고 우리나라 갤러리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한국 작가에 대한 국내는 물론 해외 콜렉터의 관심도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소개되는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은 올해 1월 해외 갤러리인 리만 머핀과 계약을 맺었다. 최근 더욱 유명세를 탄 성능경 작가도 리만 머핀과 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미술 정책 지원도 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혜인 예술정책연구실장은 미술진흥법이 투명성 확보로 시장을 활성화 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규제보다는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국은 미술 환경이 좋은 편인데 생태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 후방산업이나 기타 산업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저작권, 용품, 2차(재거래)시장 등 미흡한 것이 많다고 하였다. 

 

오랫 동안 시장을 왜 정부가 지원하냐는 질문이 있었다. 예술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에서 개입하는 건데... 장기적으로 예술시장이나 예술직업 등 전체 예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 김혜인 실장

 

휘슬 갤러리의 이경민 디렉터도 "한국만큼 정부가 미술을 지원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다만 지원 기준이나 조건이 현장과 차이가 커서 이를 조정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현장과의 소통에 기반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주목되는 가장 큰 미술시장 흐름은 ▲경매 시장의 세대교체와 ▲해외갤러리의 국내진출로 꼽힌다. 

 

 

경매 시장에 대하여 백상경제연구원 조상인 미술정책연구소장은 지금은 조정기라 시장이 위축되어 작품 단가가 낮아졌음에도 경매가격 톱10 중 5개는 한국 고미술이 차지했다고 하였다. 소더비의 윤유선 대표는 2차대전 이전의 컬렉터들이 노화되면서 세계적인 작품이 시장에 나오는 중이며 새로운 기록도 늘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조만간 콜렉터 세대교체로 좋은 작품을 콜렉션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 보았다.  

 

이경민 휘슬 디렉터는 작년 말부터 해외 미술관의 한국 방문이 늘었다고 한다. 윤유선 소더비 대표는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시장 진출로 중요한 작가들이 해외 시장으로 넘어갈 것도 우려되지만, 우려보다는 플랫폼 확장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한국작품의 경우에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시와 교육을 통해 작가를 발굴할 때라고 한다.

 

김혜인 실장은 "해외갤러리와 한국작가들 간에 무겁지 않은 협업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시장형 작가와 미술관형 작가라는 말은 협업이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니 협업을 통해 이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는, 자본력을 기반으로 '팔릴만한' 작가를 발굴하여 국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해외갤러리의 행보가 한국 미술 시장을 두 조각 내기 전에, 국내 미술계가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는 4명의 한국 작가가 소개된다. 우리나라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했어도, 한국미술에 대한 해외 갤러리의 관심이 시너지를 낸 결과일 수 있다. 해외 갤러리의 관심이 한국미술 시장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한국미술과 미술 대중에 달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