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토론자들이 시간에 쫒긴 주마간산 발언, '예술'이 빠진 발언, 시간만 잡아먹는 중언부언을 하면 포럼은 그 가치를 잃는다. 다행히 서울문화예술국제포럼 세션 1 '미래 도시 환경 변화와 지속 가능한 예술' 토론 시간에는 플로어 질문을 기반으로 짧지만 의미있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토론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 발언들이 심도있게 구체적으로 발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지원시스템 작동하려면 예술평가지표 바뀌어야
먼저, 서울대 조소과 박제성 교수가 서울은 예술지원이 많은 곳이지만 그 지원이 지향하는 가치가 뭔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하면서 예술평가지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예술평가지표가 경제적인 면이나 관객유입(수) 등 일반사업평가지표와 같다. 문화예술의가치는 (공기나 자연환경처럼) 너무 자연스럽기에 오히려 경제적 가치 등으로 쉽게 대체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럴 때 (기조발제 한) 뉴비긴 교수가 말한 "예술이 주는 긴장감"도 없어진다. 문화예술이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 문화예술의 역할 등을 제대로 반영하여 지표화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나 기관이 하는 문화예술사업이 왜곡되지 않고 지원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 박제성 교수
박제성 교수는 예술에 대하여 제대로 된 가치체계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공감대를 얻었을 때 뉴비긴 교수가 말한대로 (예술을 통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돈이 되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길게 봤을 때 의미있는 예술작품이 지원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하였다.
예술지원사업, 하나의 목적에는 하나의 평가지표만
이에 대하여 예술정책에 대하여 발제를 맡았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혜인 실장은 예술성과평가가 본질적이지 않다는 것은 오래된 문제이며 국제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되는 이슈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 대안으로 지원정책 목적에 따른 평가기준 간소화를 제기했다.
(제대로 된) 예술평가지표는 예술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공감대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가능하다.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한다. 다만 현재 예술정책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한 사업에서 너무 복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창작지원에서 작품 창작 뿐 아니라 관객동원, 경제성 등을 다 보면... 하나의 목적에 하나의 평가지표를 세팅할 것을 권한다. -- 김혜인 실장
예술가 안전망 확보로 '멋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서울문화재단 정책협력실 김해보 위원은 정책기관의 역할은 "듣는 거"라고 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사례와 새로운 흐름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김 위원은, 이 포럼에서 이야기하는 문화도시가 '예술친화' 도시인지 '예술가친화' 도시인지 그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예술인 입장에서 보면 미래, 기술, 변화, 혁신 등의 이야기는 멀미가 날 지경인데, 이렇게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예술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멋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역할입니다. -- 김해보 위원
예술가가 살기 힘든 도시 서울, 분석 연구 통해 대안 마련해야
이와 관련하여 서우석 서울시립대 문화예술관광학과 교수는, '예술가친화'를 강조하였다. 그는 서울은 예술가가 살기 힘든 도시라고 단언하면서, 서울 예술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물가와 생활비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점점 더 예술가가 살기 힘든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플로어에서 양극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왔는데) 예술가 '집단'은 경제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예술은 수퍼스타가 지배하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 이에 대한 대안은 아직 없지만, 분석과 연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술인들의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예술인만 주거가 어렵냐고 할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예술인임대주택에 긍정적이다. 이런 흐름을 살릴 필요가 있다. -- 서우석 교수
숨겨진 사회 갈등 드러내고 이해시키는 예술의 역할,
정치이념과 무관한 예술정책과 사업으로 가능
서교수는 정당별로 별도의 예술정책이 없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문화예술정책은 정치적 이념과 무관하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정책을 만드는 게 좋기 때문이다.
플로어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심할 때 예술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하여 김혜인 실장은 "예술은 하던 것을 계속하면 된다."고 하였다.
예술은 갈등을 드러내고 수면 아래 감춰진 문제를 알게 해준다. 사회 갈등의 정도를 보여주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도 한다. 예술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정책이나 사업에서 더 많이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 김혜인 실장
포용도시의 핵심은 문화예술이라는 공감대 필요
서울연구원 변미리 포용도시연구본부장은 세계 주요 대도시가 불평등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한 도시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역공동체를 강화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 도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도시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핵심이 문화예술의 역할이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우니, 방법론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변미리 본부장
큰 정책은 이제 됐다, 소수 목소리 담아낼 작은 정책 필요
마지막으로 도시 설계 디자인에 대하여 발제했던 백원경 포퓰러스 한국지사 대표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버넌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 실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서울은 DDP같은 대형 건축물을 이용한 스포츠마케팅 등) 큰 스케일의 정책은 이미 잘 되어 있다. 다만 그 안에 작은 스케일의 프로젝트나 (미술 등 장르별) 예술 프로젝트들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나 미래지향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이나 미술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예술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 백원경 대표
세션의 말미에 중요한 내용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문화도시의 핵심 내용이자 중대 의제들이다. 이를 발전시켜 현실 정책화하는 것이 이번 포럼이 남긴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