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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단, 독일까?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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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5월 28일 한국민예총에서 문화정책 전반을 진단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집담회가 있었다. 이날은 지역문화재단을 주제로, 문화재단이 각각의 특색을 잃고 행정기관화 되는 경향, 광역문화재단과 지역문화재단의 차이와 존재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문화재단 경험이 풍부한 참석자들의 공통된 증언에 의하면, "지역문화재단이 제대로 돌아가면 지역문화는 완전히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재단이 생존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문화재단이 행정기관화한 이유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정책의 백화점식 나열을 타개하기 위한 전달체계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초기에는 각각 만들어진 시기와 주체에 따라 지역문화재단마다 운영방식이나 목표에서 나름의 특색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14년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자체출연기관법)에 의해 관리를 받게 되면서, 모든 문화재단이 행정기관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영효율성, 공정성, 투명성, 공공성 등 관리업무가 열배 이상 늘어나면서 문화재단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최근 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전문 행정가가 취임하는 일이 많아지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결과: 직원 준공무원화, 고유기능 상실, 기능 중복

 

문화재단이 기관화함에 따라 예술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장으로서 작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직원들이 기획보다는 관리와 배분 업무에 주로 투입됨에 따라 문화예술 파트너로서의 자부심과 역할이 약화되었다. 문화예술기획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입사한 재단직원들이 행정관리직이나 외주관리직으로 변질되고, 그 결과 재단 직원들이 준공무원화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문화재단의 행정기관화는 또한 고유기능 상실과 기능 중복을 불러왔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예술을 기획·발굴·육성하는 독립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못하고 자치단체의 지원은 줄어들면서 독립적인 지역 기반이 약화되었다. 국가지원이 없으면 마비되는 취약한 조직이 된 것이다. 국가지원을 배분하고 운영하는 기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지역문화재단과 광역문화재단이 나누어 중복수행하는 셈이 된 것이다. 이런 구조는 정치적으로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예술기관이 많아질 수록 거버넌스를 통한 자극과 비판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재단 대표이사, 예술인? 행정가?

 

공공기관의 기본적 생리와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재단 대표이사의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다. 지자체출연기관법 적용대상이라는 점에서 대표이사는 예술 뿐 아니라 규제, 행정, 예산 등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장악하고 실무자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마인드로 해결될 상황이냐는 반문도 있었다. 재단대표이사가 정치권의 한 "자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나 국방 문제처럼, 문화예술도 정권에 따라 흔들리면 안되는 분야이다. 이 지점에서 문화재단의 설립취지와 목적을 검토하고 재정적으로도 독립하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시스템화 하면서 관료화하지 않는 방법은?

 

그 외에도 많은 문제의식이 있었다. 재단직원의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재단은 정말 중간지원조직인가? 문화재단의 성과 관리 기준은 적절한가? 정치와 문화예술 사이에서 재단의 대표이사가 다중플레이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전체 거버넌스 체계에서 재단은 어떤 자리에 있인가? 문화재단 통폐합이 필요한가? 등등.

 

이날 나온 문제의식 가운데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는 왜 열광적으로 시작하고 스스로 폐기하기를 반복해야 하는가?"였다. 1997년 경기문화재단을 시작으로 열정적으로 만들어진 그 많은 문화재단들이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기반이 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성공경험이 절실하다.  --- 집담회 참석자

 

시스템화 하면 관료화되기 쉽다. 이를 피하려면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춰 제도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를 누가 할 것인가? 누가 해야 할까? 이번 집담회가 그 시작이 되어 '성공경험'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집담회는 앞으로도 몇차례 계속될 예정이며, 그 내용은 한국문화정책연구소에서 아젠다화 하여 <문화정책리뷰>에서 다룰 예정이다. 참석을 원하는 사람은 한국민예총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