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양주시 광적면 가래비 3·1운동 기념공원에서 지난 1일 공연된 창작뮤지컬 '우리의 찬란한 봄이여'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극단춘자의 박송연 대표가 제작과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106주년 3·1절을 맞아 역사적 현장에서 펼쳐진 특별한 공연으로, 1천여 명의 관객과 함께 만세운동의 뜨거운 함성을 재현했다.
올해로 3년째 제작되는 이 뮤지컬은 1919년 양주 가래비 지역에서 백남식, 이용화, 김진성 세 열사를 중심으로 일어난 만세운동을 소재로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코믹한 요소를 줄이고 진지한 분위기와 음악 중심의 구성으로 항쟁의 치열한 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번 공연은 코믹한 요소를 줄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일본 헌병과 군대에 대한 판에 박은 묘사, 희극적인 표현은 더 이상 관객을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했죠," 박송연 대표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짧은 공연 시간 내에 당시 항쟁의 치열한 정신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음악의 비중을 높인 전략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야외 공연장의 특성상 뒷자리 관객에게 대사 전달이 어려웠기 때문에 음악과 노래, 전달력이 높은 대사를 중심으로 극을 구성했죠."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전도의 체험'이라는 혁신적인 연출 방식이었다. 관객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시위 참여자로서 직접 항일 투쟁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객석이 무대가 되고 무대가 객석이 되는 파격적인 구조였다. 대본에 명시된 것처럼 일본 헌병이 무대에서 총을 쏘면, 배우와 관객이 객석에서 하나가 되어 맞서는 설정이 현장감과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
"야외 공연에서 1천 명 이상의 관객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입니다. 관객의 몰입도 역시 엄청난 수준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이번 시도가 관객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출 방식은 관객들에게 1919년 당시의 만세운동 현장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작품의 구성은 "일제의 주권강탈"로 시작해 "3·1운동의 시작", "가래비 만세운동의 시작", "광적면 만세운동"으로 이어지며 역사의 흐름을 따라갔다. 첫 장면에서는 일제가 강제로 주권을 강탈해가는 퍼포먼스로 시작해, 1910년 일본제국에 의한 대한제국 주권 강탈과 조선총독부 설치, 그리고 민족 정기 말살과 우리 민족 탄압의 역사적 배경을 제시했다.
특히 "찬란한 봄", "독립선언서", "가래비 만세운동 소식", "나오라! 내 동지여", "광적면 만세시위", "잊지말자 오늘-우리의 찬란한 봄이여", "우리의 봄" 등 일곱 곡의 음악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며 감동을 배가시켰다. 작품 초반부의 "어째서 우리의 봄은 이다지도 춥습니다, 개나리도 피었고 진달래도 피었건만, 저 답답한 담벼락아래 드리워진 그늘에, 햇빛 한조각 봄바람 한줄기 왜이리 서글픈가요"라는 여성들의 합창은 빼앗긴 나라의 슬픔과 한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독립선언서를 노래로 재구성한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로 시작하는 이 장면에서는 주권을 빼앗긴 데 대한 분노와 주권을 되찾겠다는 열망, 강렬한 의지를 표현했다.
작품의 중반부에서는 광적면 만세운동의 주역인 백남식, 김진성, 이용화 세 인물의 대화를 통해 당시 상황의 절박함과 결연한 의지가 드러났다. "이 만세운동이야말로 일본놈들 무자비한 탄압과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 "농민과 노동자의 생활고가 극에 달했어요. 이건 말 그대로 지옥입니다", "분하고 원통해서 잠을 잘 수도 없어요. 이렇게 사는 건 죽느니만 못하지" 등의 대사는 당시 민중들의 고통과 항일 의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적 측면에서도 혁신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 조지훈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악 제작이 눈길을 끌었다. 작곡가 '춘영'의 작품을 황경하의 편곡으로 완성한 음악은 예산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높은 수준의 예술성을 구현했다.
"이번 공연에서 파격적인 AI 실험을 실제 제작 과정에 도입했습니다. 예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했죠. 상당한 액수의 작곡과 편곡 비용을 절감했고, 그 효과와 질이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박 대표는 설명했다. "AI는 인간과 달리 반복적인 수정 지시와 명령에도 절대적으로 복종합니다. 다시 말해 수없이 많은 실험과 시도가 가능하다는 얘기죠. AI가 생성한 음악이 기대 이상으로 우수했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세 열사의 순국 장면이었다. 대본에 따르면 1919년 3월 28일 오후 3시경, 김진성, 이용화, 백남식은 인근지역의 시위대를 이끌고 10여리길을 단숨에 달려 장고개 너머 가납리에 도착해 태극기를 휘날리며 만세를 외쳤다. 950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논 가운데에 모여 시위를 벌이는 장면에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특히 이용화가 "이 뻔뻔스러운 도적놈들아, 남의 나라 국모를 죽이고 삼천리 국토를 강도질한 놈들이 적반하장으로 조국독립을 하려고 부르는 만세를 부르지 말라, 가거라, 건방진 소리야!"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가슴은 뜨겁게 울렸다. 이어지는 총성과 함께 세 열사가 순국하는 장면은 객석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시위대의 일원으로서 함께 만세를 외쳐 역사적 순간을 체험하는 감동을 느꼈다.
제목 '우리의 찬란한 봄이여'는 작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넘어 잃어버린 주권과 자유, 독립된 조국을 상징하며, '찬란한'이라는 수식어는 단순한 희망을 넘어 꺾이지 않는 민족의 긍지와 빛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 '우리'라는 주어를 통해 과거 선조들의 염원이 현재의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극의 대미를 장식한 만세운동 재현 행진에는 강수현 양주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 천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106년 전 독립운동의 뜨거운 함성을 재현했다. 이 대형 태극기를 든 행진은 뮤지컬이 단순한 공연이 아닌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의식으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이채용 가래비 3·1운동 순국기념사업회장은 "당시 1천 명에 가까운 주민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당시에는 통신수단이 전무했으니 오직 사발통문에만 의존했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달돼 1천 명이 모였다는 것인데, 당시 일제에 대한 양주 군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장에서 3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나왔으니 필사적으로 저항한 거사였다.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가래비 3·1운동의 가장 큰 가치는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남녀노소와 계층을 초월해 모두가 하나로 뭉쳤기에 가능했던 위대한 업적"이라며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며 시민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양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뮤지컬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관객들이 역사의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항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박송연 대표가 추구한 "시민과 배우가 하나 되는 뮤지컬"이라는 비전이 '전도의 체험' 전략을 통해 실현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지원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박 대표는 "지자체에서 뮤지컬을 후원하고 제작하는 일은 우리 공연계에 귀한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자본에서 독립된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창작에 몰두할 수 있죠. 이 지자체 뮤지컬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뮤지컬을 공부하는 청소년에게도 좋은 무대로 활용되고, 그들의 진로 개척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양주시는 매년 3·1운동 당시 광적면에서 일제와 항쟁하다 순국한 백남식, 이용화, 김진성 열사 등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가래비 3·1운동 기념 공원'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뮤지컬 '우리의 찬란한 봄이여'는 그 역사적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결과 연대의 정신을 일깨우는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다.
극단춘자는 4월 말 대학로에서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이 공연 내용을 토대로 15분 내외의 단편 영화 제작도 준비 중이다. 박송연 대표는 "과거 소극장 뮤지컬이 성황을 이뤘으나 지금은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연예인 중심의 대극장 공연이 공룡처럼 시장을 점거했기 때문이죠. 유명 연예인 출연료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화려한 무대 제작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러니 티켓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할 공간이 바로 지자체가 후원하는 뮤지컬 무대입니다. 지역 주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본에서 독립된 뮤지컬을 감상할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이죠.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