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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하면 뭐하나, 예술인 신문고 찾은 인디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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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 뒤 중요 피해 사례 접수
피해 최소화 하려면 조합 통한 계약 등 집단 대응 필요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된 뒤 예술인 신문고를 통해 계약파기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인디밴드의 일부 멤버가 연예기획사로부터 일방적인 멤버교체 및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접수처인 뮤지션유니온에 의하면, 해당 락밴드는 싱글음반을 발표하고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2021년 가을 연예기획사인 S사의 대표로부터 전속 계약을 제안받았다. 이들은 팀 이름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5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계약금을 따로 책정하지 않았고 팀원들의 직장 생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공연 등의 활동 일정을 사전에 협의해 조정할 것을 명기했는데, S기획사 대표가 사전 협의 조항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지역방송 출연 일정을 멤버들에게 통보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현재 기획사에서는 직장 문제로 공연 일정 조정이 어려운 베이시스트, 드러머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멤버교체에 대한 합의 권한을 가진 리더인 기타리스트도 활동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법적 분쟁을 감당하기 어려운 인디뮤지션들은 기획사나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어도 그동안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예술인들도 집단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예술인 노조나, 협동조합을 통한 계약 등 자구책이 논의되어 왔다.

 

이번 사건은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된 이후 예술인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어떻게 처리될 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접수처인 뮤지션유니온에서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술인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예술계 일방적 계약 관행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사건과 관련하여 뮤지션유니온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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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유린하는 연예기획사 S의 행태를 규탄한다!

 

전속계약을 족쇄로 인디밴드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몇 년 동안 한 팀으로 이루어온 음악적 결실을 유린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로부터 접수받은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기타리스트 Y는 뜻이 맞는 베이시스트, 드러머, 보컬을 모아 공들여 곡을 쓰고 연습해 싱글음반을 발표하는 등 몇 년 동안 팀으로 밴드 활동을 이어왔다. 이 팀은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며 이름이 알려지고 인디씬에서 실력이 있는 락밴드로 인정받으며 팀 활동의 활기를 더해가던 2021년 가을 연예기획사인 S사의 대표로부터 전속계약을 제안받았다.

몇몇 팀원들은 과거 기획사와의 계약 등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기에 계약을 꺼려했지만 팀원들 중 적극적으로 원하는 이들도 있어 팀 논의 끝에 계약을 맺기로 하였다. 작고 영세한 기획사이지만 인디 락밴드의 활동을 잘 지원할 수 있다는 기획사 대표의 말을 믿고 꿈을 위해 활동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었다. 기존에 활동해온 팀명으로 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팀원들은 개별적으로 S기획사와 5년 전속계약을 체결했으며, 대부분의 인디뮤지션들이 그러하듯 팀원들이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공연 등의 활동 일정을 사전에 협의해 조절해가자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반년도 안 되어 S기획사 대표는 자신이 섭외해 온 지역방송 출연 일정을 며칠 앞두고 알렸다. 직장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는 이들에게 신뢰가 깨졌다며 베이시스트, 드러머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또한 팀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Y에게는 음악활동을 못하게 하겠다며 계약을 해지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렵게 휴가를 내고 지방으로 이동해 공연 촬영까지 마쳤음에도 말이다. 지난해 말 전속계약 이후 밴드의 기존 음반의 음원을 리마스터해 리패키지한 음원을 발표하였고 뮤직비디오를 촬영을 마쳤으며 기획사 대표가 섭외한 공연일정에 최대한 개인 일정을 희생하고 협조하며 활동해온 지 불과 몇 달만의 일이었다.

현재 팀의 리더는 전속계약에 매여 방송이나 공연 등 음악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베이시스트와 드러머의 경우에도 계약 해지 여부가 불분명하기에 적극적으로 음악활동을 못하는 지경이라 S기획사 대표의 갑질에 유망한 인디밴드가 공중분해당할 처지다. 특히, 팀의 이름으로 발표했던 곡들의 리패키지 음반 제작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여서 자신들이 만든 소중한 음악을 연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뮤지션유니온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신문고 대중음악분야 접수처로서 뮤지션의 불공정피해 사례를 접수받았으며 예술인신문고 신고, 조정 과정 등을 도와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대응해 나갈 것이다. 피해 뮤지션의 전속계약 무조건적 해지, 팀으로 활동해온 모든 음악 작업과 팀명에 대한 권리를 보장,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뮤지션유니온은 피해 뮤지션과 함께할 것이다.

 

2022년 6월 16일

 

뮤지션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