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하 '예술인법')과 관련해 지난 4월 토론회, 지난 5월 공청회, 이렇게 두 번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각 각 온라인으로만 2시간 30분,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3시간 동안 열렸다.
대부분의 시간은 미리 선정된 참가자들의 발표에 할애하였는데, 온라인 참여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해 매우 답답해 하였다. 질의응답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참석 패널의 법 이해도가 낮은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4월 토론회에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한국예총)의 김현수 전략본부장은, 성희롱이나 성폭력 문제를 예술인법에서 경찰보다 더 잘 다룰 수 있는가 반문하면서 "도제 관계에서 신고 안하는 게 문제"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온라인 참여자들은 '무슨 말씀을 하고계시는 건지' ' 현 토론회 요지와 잘 맞지 않는 발언'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이런 개소리에 시간을 할당하는 게 너무나 경악스럽네요.'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성문화예술연합 이성미 대표는, 현행법상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면서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해결하게 되어 있는데 예술인은 대부분 직장인이 아니라 그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국가인원귀원회에 제소해도 사인(私人)간의 조사가 불가능하고 권고조치만 가능할 뿐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이유로 그동안 예술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왔으며, 따라서 예술인법에서 다루어야만 하는 문제라고 하였다.
성폭력과 성희롱이 서로 다른 경로로 신고처리된다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김현수 본부장이 많은 예술인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과 접점에 있는 단체나 네트워크를 이용해 면식범들을 끌어내 처분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했던 발언이라는 면에서는 시사점이 있다.
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의 손이상 정책위원은 "예술인 신문고가 유명무실하다"고 하면서 김현수 본부장의 우려에 동의했다. 적발과 처벌 방법을 명확히 했을 때 법령이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론이나 공청회 자리는 의제를 조정하는 자리이자 교육 및 홍보의 자리이기도 하다. 모든 예술인이 법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기초적이고 어이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숨은 문제가 드러나고 새로운 것을 알게된다. 아쉬운 것은,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생각을 발전시키기에는 토론 시간도 횟수도 너무 짧다는 것이다.
5월 공청회에서는, 법 초안을 마련한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법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입법 예고한 뒤 부처 협의를 거치고, 규제영향평가 및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제처의 강도높은 심사 및 변경을 거치면, 대부분의 법은 처음 상정된 모습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시행령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승인된다고 했다.
법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엄격하게 법안을 심사하고 문구를 다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수렴할 자리를 충분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장 의견 수렴 시간이 이렇게 적다면, 법조문을 다듬고 확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이 훨씬 더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법안을 깊이 살펴보고 목적에 맞는 실행 방법을 토론할 거의 유일한 기구인 '권리보장법 TFT'조차 최근 6개월 동안 제대로 소집되지 않았다는 말은 제대로 된 법 제정과 집행을 의심하게 만든다.
실제 법 조항에 현장의 요구가 자주, 많이 묵살되는 배경이다.
지금까지 예술인법시행령과 규칙을 제정하는 과정은, 짧은 토론 시간과 적은 의견 개진 기회로 인해 많은 예술인의 기대를 저버리는 모양새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복지재단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법이 실효화될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공청회는 28분 38초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