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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아카데미극장, 갑자기 철거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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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1963년에 개관한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2023년 3월 이후 낡고 위험한 건축물로 평가되어 사실상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시민들은 원주 아카데미 극장이 근대 극장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보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보존 운동은 2015년부터 계속되었다. 2020년에는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나서 극장을 청소하고 설득한 끝에 14년 만에 다시 극장 문을 열어 지역 주민의 문화공간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민선 7기 시절인 2022년 1월, 건물주는 극장 보존을 전제로 원주시에 매매를 결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예산도 신청했다.

 

그런데 2022년 7월에 민선 8기 원강수 원주 시장이 취임했다. 그 이듬해인 2023년 3월, 원주시는 갑자기 아카데미 극장이 '구조안전위험시설물'이라면서 극장을 폐쇄했다. 구조물 안전위험 진단은 2020년에 받은 것으로, 그 이후 민관이 협력하여 극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다.

 

민선 7기 시절에 이 극장을 매입한 원주시는, 민선 8기에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총 39억원의 예산을 받게 되었다. 민선 8기는 이 사업을 포기하고 예산을 반환하면서 아카데미 극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왜 그랬을까?  

 

 

원주시에 따르면, 아카데미 극장을 대상으로 한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 사업을 설계할 당시 필요 자금은 60억원이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받은 예산은 39억원인데, 급격한 물가상승 등으로 실제 필요한 예산은 80~1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대신 원주시는 지난 8월에 '문화공연플랫폼'이라는 3층 건물에 대한 품의를 올렸다. 국토교통부의 뉴딜사업에 선정돼 아카데미극장 옆 비어있는 땅에 대안적인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건축비는 최대 38억원이며 70%는 국비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아카데미 극장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업 진행은 중단 상태라고 밝혔다. 

 

10월 19일 아카데미 극장 철거가 강행됐다. 반발한 시민들이 극장 천장과 옥상에 올라가 시위를 했다. 특히 영화를 포함한 문화예술단체는 국회에서 공동 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저항이 컸다.  그러자 10월 26일 원강수 원주시장이 아카데미친구들 범시민연대를 만나,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한정된 예산을 특정 단체 요구를 수용하는데 투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친구들 범시민연대는, 특정단체의 요구인지를 알기 위한 여론조사를 요구했지만 응답받지 못했다. 원주시는 아카데미 극장 철거 후 문화공유플랫폼과 연계한 야외공연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러한 원주시의 결정과정이 비민주적이라고 하면서 아카데미극장을 지켜달라는 서명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8130명이 서명했다. 

 

 

낡고 위험한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은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도심개발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때로는 위험성을 제거하고 보강해가면서 낡은 건축물을 유지해야 할 때가 있다. '문화재'라던가 '문화유산'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다.

 

그 기준은 역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 사회문화적 가치, 그리고 학술적 가치 등이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이 근대 극장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거를 서두르기보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인천에는 1895년에 만들어진 애관극장이 있다. 애관극장도 철거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극장을 보존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민간매각 및 철거를 면했다. 인천시는 2022년 인천영상위원회와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애사모) 등과 ‘애관극장 보존·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현재 조조 4000~5000원에 영화를 상영 중이다. 

 

전남 광주에 1934년에 개관한 광주극장은 단관 극장이지만 여전히 영화를 상영 중이다. 운영난 등으로 철거위기가 있었지만 고비를 넘기고 단관극장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카데미 극장이 있는 원주는, 한 사람의 시장이 3선을 하면서 12년 동안 일관된 정책을 펼쳐온 곳이다. 이런 곳에 시장이 바뀐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정책 방향 전환이 연착륙 되지 않을 때 가장 곤란한 것은 시민과 접점에 있는 공무원들이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된 자리에는 주차장 및 문화시설을 짓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도시재생과에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였다. 도시재생과에서 추진하는 문화공연플랫폼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카데미 극장 일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부인하였다. 문화예술과에서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긴밀히 협조하던 시민들에게 공무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 철거 일지>

 

- 10월 19일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벽을 부수기 시작

- 10월 20일 극장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인 '아카데미의 친구들' 회원 한 명이 극장 천장 공간에 올라가 시위를 시작.

- 10월 25일 국회에서 영화인 및 관객 1194명, 영화 및 문화예술단체 42곳이 모여 공동 성명 발표. 문화재청장에게 원주아카데미극장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직권지정할 것을 요구. 

- 10월 26일 원강수 원주시장이 극장 철거를 중단하겠다고 말하고 아카데미친구들 범시민연대와 만남

- 10월 27일 철거 재개. 

- 10월 28일 원주시의 철거행위를 만류하다가 영화인 및 시민 6명이 경찰에 연행당하고 다수 부상. 이 가운데 3명의 원주시민은 아카데미극장 옥상에서 시위. 

- 10월 30일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영화인 행동과 문화연대가 원주 아카데미극장 앞에서 기자회견. 그간의 경과를 공유하고 원주시의 반인권적 폭력 행정을 규탄. 아카데미의 친구들 이현주 공동대표는, 11월 12일에 있을 시민대행진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 

- 10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혁성 의원은 원주시의 극장 철거 행정과 관련해 제안한 행정사무조사 제안이 원주시의회 24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찬반 토론에 이은 표결 끝에 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