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지난 2023년 6월, 신경장애인에 대한 시선과 편견을 예술로 극복하고자 하는 신경다양성예술센터가 국내 최초로 출범하였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란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 ADHD, PTSD, 조현병, 공황장애, 조울증, 난독증 등 신경학적 ‘차이’로 발생하는 ‘다름’을 질병 중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정신장애인을 인간의 ‘다양성’과 ‘정체성’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첫 신경다양인 권익옹호단체 <세바다(세상을 바꾸는 다양성)>가 2021년에 출범하였으며, 2023년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약함은 새로운 가능성이다’’라는 주제로 ‘세계 신경다양성 축하 주간’이 개최되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 신경다양성 축하 주간’은 2023년에는 세계 각국 1500여개 학교와 70만명의 당사자와 관계자가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했다.
신경다양성예술센터는 국제적 신경다양성 운동의 관점에서 국내외 신경다양성 예술을 연구하고, 신경다양성 당사자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프로젝트 개발과 실행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장애예술센터로부터 신경발달장애를 특화한 신경다양성 예술센터 건립을 목적으로 한다.
8월초에는 박희선 작가의 개인전을 광주 갤러리 생각상자와 공동 주관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박희선 작가는 심한 조울증을 갖고 있는 신경다양성 당사자이다. 또한 국내의 신경다양성 예술활동과 학술 및 사회운동 등을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획하고 있으며, 정신건강시설이나 병원 갤러리에서의 전시회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신경다양성예술센터는 신경다양성 운동의 개념을 받아들여 발족한 예술전문단체로서 파주시에 본부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재 신경다양성예술센터에는 문화예술 기획자, 치유 미술가, 목공예 작가, 미학자, 법인권사회연구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신경다양성 당사자인 전승일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다.
신경다양성예술센터는 기존의 ‘미술치료’ 혹은 ‘미술심리상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문학 · 심리학 · 미학 · 사회운동 · 예술운동적 관점을 갖고 있는 국내 최초의 예술전문단체인 만큼 앞으로의 활동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경다양성예술센터 회원 가입이나 연대활동에 대한 문의는 aniexe@daum.net 으로 하면 된다.
신경다양성은 90년대 후반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회학자 주디 싱어와 미국의 저널리스트 하비 블룸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참여하고 있는 신경다양성협회(Institute of Neurodiversity)에서는 ‘국제 신경다양성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경다양성 센터가 모델로 한 것은 미국 뉴욕 주립정신병원 크리드무어 정신의학센터에 있는 ‘리빙 뮤지엄(Living Museum)’이라는 독특한 예술 스튜디오이다. 리빙 뮤지엄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자유롭게 미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는 예술 스튜디오로서, 병원의 치료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환자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예술 공동체이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미술 표현과 창작 활동을 특별한 간섭 없이 회화, 입체조형, 행위예술, 설치미술 등 다양한 미술적 표현을 자유롭게 경험하고 표출할 수 있다. 리빙 뮤지엄은 예술적 창의성과 정신질환 사이에 깊은 상관성이 있음을 강조하며, 환자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예술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신경다양성은 정신질환을 단지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할 ‘비정상적 장애’로 차별적으로 바라보거나, 정상인(신경정형인)과 비정상인(신경다양인)으로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나누는 것을 지양하고 사회 공동체 내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다양성과 독특함 혹은 인간 진화에 의한 정상적인 유전적 변이로 봐야 한다는 인문학적 · 심리학적 · 사회운동적 입장과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