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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과 연극인, 뒤바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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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태계 활성화 위한 포럼 및 오픈 토크 2회차
"톡Talk 까놓고 얘기합시다"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7월 12일 연극 생태계 활성화 위한 포럼 및 오픈 토크 2회차가 열렸다. 이번 회차 주제는 "톡Talk 까놓고 얘기합시다"로, 연극 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견해차이와 마찰은 물론, 경제활동 및 직업 환경 문제 등에 대하여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이날 제시된 의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북 구미에서 극단을 이끌고 있는 황윤동 연출의 발언이었다. 그는 기관이나 재단이 생태계를 만들고 사업은 연극인이 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되었다고 하였다. 비전과 정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단편적인 일들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우리나라 문화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한 말이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생태계는 기관이나 재단이 만들고 사업은 연극인이 해야 

 

재단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나 문화예술위원회는 우리같은 기초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진흥시키고 필요한 것들을 도와줘야 하는거잖아요. 그런데 티켓 가격이 어떻다 하는 걸 왜 우리가 (고민)해야 하냐는 거죠. 그걸 해 달라고 중간지원조직이 있는 건데 우리가 홍보마케팅을 고민하고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죠.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우리는 결국 실컷 만들어놓은 (작품에 대한) 보장을 못 받는 거잖아요... 생활예술이든 기초예술이든 이걸 담당하는 예술인들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지원받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권리를 누릴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정책을 만들 때  국가 수준에 준하는 정책을 만들지 않고 파편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황윤동 연출은 오픈런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대전처럼 교육부와 협력하여 학생들이 무조건 공연을 보게 한다던지 그런 조례를 만들면 된다면서 이렇게 법적 보호를 포함한 예술정책을 펼쳐야지 기관에서는 제발 사업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런 사업은 예술인이 하는 거라고. 

 

그가 예로 든 정책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 것이 서울시 공공프로젝트 <공연봄날>이다. 202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예술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기에 뉴스아트에서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입시경쟁으로 인해 이 프로젝트에 학생을 모셔오는 것도 만만치는 않다고 하니, 예산이나 정책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생태계를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에서 앞으로 면밀히 살펴볼 문제다.

(관련기사 공연예술인 지원의 모범, <공연봄날> 프로젝트)

 

앞으로 4회 남은 포럼에서 더욱 심도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우선, 발제자인 권남희 지공연 협동조합(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한 공연예술인들의 협동조합) 이사장이 중년연극인들의 단체인 지공연 사례를 소개했다.

 

지속적으로 공연하고 작지만 수익도 발생한 지공연 사례

 

지공연은 조합원들이 출자한 조합비로 첫 번째 연극을 준비했고, 이후 텀블벅 펀딩과 티켓 판매, 개인적 후원 등을 통해 총 6번의 정기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평균 제작비는 2500만~3500만원이었다. 지공연의 성과는 기관의 지원금이 없어 힘든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공연을 만들어냈고 조금이지만 수익이 발생하여 구성원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낮 공연을 시도하여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극인들로부터 수집한 작업 과정에서의 문제상황들도 공유했다. 호칭문제, 무계획 무그림 연습, 연습과정에서 발생하는 선배들의 비아냥이나 욕설과 손찌검, (생계 문제로) 한 자리에 모여 연습하기 어려운 현실, 신체 혹은 연기에 대한 지적, 기타 비합리적인 갈등이 소개되었다. 

 

후에 토론자로 참여한 김정근 연출은 이런 문제들은 연출만 잘하면 거의 다 극복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연출가로서 현장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다음 발제를 맡은 황윤동 대표는 경북에서 <문화창작집단 공터>와 <문화예술연구소 점·선·면>을 운영하고 있는 연극인이다. 그는 아마추어 연극인 출신이자 지역 연극인, 중년 연극인, 극단 대표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오랫 동안 해 온 고민을 공유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에 부응해 4대보험이 보장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단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발제 중에서 지역문화복지법과 지역문화진흥원으로 인해 생활예술과 전업예술의 경계가 애매해진 현실, 청년들이 내려오지 않으려 하는 지역 현실, 청년에 대한 지원 다변화로 오히려 청년단원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극단 현실 등은, 큰 그림 없이 파편적으로 던져진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더 어려워진 연극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극단 진일보>의 김경익 대표는, 연극만의 가치를 모르고 현실을 버티기는 어렵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김대표는 연극을 통해 삶과 세상을 배우며 이만큼 살아왔기 때문에, 극단 운영이 어려운 걸 알면서도 연극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극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성공사례를 모델로 삼을 때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려면 협업, 교류, 연대 등 새로운 방법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관객을 주인공으로 참가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자고 했다.

 

비용 지출 이전에 연습페이가 가장 먼저 책정되어야 한다

 

또 다른 지정토론자인 김정근 연출가는 단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고자 초창기에 빚을 많이 져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빚을 갚고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운 젊은 단원을 받기가 겁난다고 한다.

 

그는 사례비 현실화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는 장르 차이를 꼽았다. 연극은 타 장르에 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해야 하는 데, 보수는 공연을 기준으로 책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사례비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 장르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이 발언은, 모여서 연습해야 할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높은 연극 장르의 특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요지는, "연습페이" 도입이다. 이는 모든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예술 작업의 공공성과 안전성이 확보되려면, 연습과정에 들어가는 시간은 물론 부상이나 사고 등에 대한 보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비용을 뺀 뒤에 출연자들의 페이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기본적인 페이를 계산한 뒤에 나머지 비용 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배 곯으며 몸으로 때우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이후 플로어 토론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뉴스아트에서 그 중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간추려 봤다.

 

시스템을 모르면 불만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소문에 매달리지 말고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은 현장과 계속 소통해야 한다.

 

 

잘 팔리는 연극에  이유가 있다지만, 대학로에서 오픈런(오랫 동안 공연하는) 연극 뒤에는 엄청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자본이 있고, 삐끼 등 왜곡된 시스템이 있다. 그걸 따라할 순 없다. 

 

연극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 관객 취향에 맞는 연극은 피폐해진다. 잘  팔리는 연극을 만들고자 하기보다는, 도발적이고 내가 하고싶은 연극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연극 포스터에 이름 쓰는 순서, 호칭 문제 등, 세대간의 차이 이야기가 많은데, 중장년이 젊은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만큼, 젊은 세대도 중장년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청하지 않은 연기 지적을 하기보다 내 연기에 집중하면 세대 문제는 절로 해결된다.

 

 

대학로 시설 중에서 공연하지 않는 시설은 너무 좋다. 여기 서울연극센터도 봐라 얼마나 깨끗하고 좋냐. 극장시설 개선하자. 커피숍만도 못하다. 오프브로드웨이처럼 극장 컨디션에 따라 티켓 차등하면 좋겠다.

 

연극인은 문화를 만들고 생태계는 기관 정책담당자들이 만드는 거다. 우리는 제안을 할 뿐이다. 삐끼를 없애려면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게 하는 등 생태계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좋은 연극에 관객이 오게 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비영리법인이라던가 하는 조직을 만들어 단원을 보호할 법체계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문체부, 재단 등에 대하여 잘 알아야 요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