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공개 포럼에서 쏟아진 연극 생태계 개선 방법들

URL복사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새단장하여 개관한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지난 7월 10일 “연극 생태계 활성화 위한 포럼 및 오픈토크” 첫 회차가 열렸다.

 

 

이날 주제는 ‘우리의 미래는 안전한가’였다. 청년층 중심의 지원 및 정책이 펼쳐지는 가운데, 중장년 연극인들의 현실 및 미래를 돌아보고 생산적 대안을 살펴보고자 하는 자리로, 한국연극협회 손정우 이사장을 비롯하여 연극계 주요 인사들은 물론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 서울시 박숙희 문화예술과장도 참여하였다.

 

발제 과정에서는 대안적 미래로서 ‘공연예술인마을’에 대한 가능성과 현재 진행 중인 정책지원을 통계에 기반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극단을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사례도 소개되었다. 이후 참석자들이 발언하면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이 공유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제 막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는 참석자의 “연극의 고급화” 제안이었다. 선배 연극인들이 발제 및 토론 과정에서, 연극의 주 관객이 일반 대중이 아닌 동료 연극인인 현실을 바꾸려면 홍보나 기타 대중화 방법이 필요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고급화로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연극 고급화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그가 속해 있는 MZ세대는 OTT 등 온라인을 통해 저가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오프라인으로는 고급문화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연극은 오프라인 문화인 만큼 '탐나는 연극'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연극의 고급화”는 뜨거운 감자이다. 당장 이날 토론에서도, 한 단체에 몇 억씩 집중하여 지원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2022년 아르코 현장대토론회에서 '극단 신세계' 김보경 부대표는 "수 년간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관련기사 예술인에 대한 극단적 잣대 )

 

지원금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 티켓 매진을 기록하고 기타 수익까지 올려도, 정산해 보면 손익분기에 못 미치는 이유가 뭘까? 대관료가 비싼가? 덜 고급화되어서일까? 뮤지컬처럼 대규모 장기공연이 아니기 때문일까? 주요 관객이 연극인이라서 실질적인 티켓 수입이 너무 낮기 때문일까? 대체 연극은 어떤 악순환에 빠져있을까?

 

시장성을 기초예술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여기서 기초예술에 대한 장기적이고 폭넓은 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고급화 대형화는 수익성을 내는 좋은 방법이지만, 그것을 기초예술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도 “지원사업 중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많은 돈을 소수 단체에 지원할지, 적은 돈을 다수 단체에 지원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고민에 현명한 결론을 내리려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적 고민이 필수적일 것이다.

 

다음은 발제 및 토론 내용이다.

 

친구도 없고 관객도 없고 존재감도 없는 연극인 

 

발제에 나선 연출가 박장렬씨는 평생 연극을 했지만 친구도 없고 관객도 없고 존중받기는커녕 존재감도 없는 미래에 대한 연극인들의 불안을 대변하였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연극인들에게 ‘안전감’을 줄 수 있는 ‘공연예술인마을’을 제안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멀어보인다. 설문조사에서 공연예술인들은 70% 이상이 도시접근성을 원했고, 거의 모두가 그곳에 자신의 집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비율도 40%였고, 참여하더라도 5년 이후에 생각해보겠다는 응답자가 대다수였다.

 

 

연극인은 늘 재난상황이었고 보호받은 적 없다

 

다음 발제에 나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훈경 위원은 안전하다는 것은 대책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연극인은 늘 재난 상황이었고 보호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 애크미(Acme) 사례를 들면서, 문화 자산인 기초예술을 국가가 지켜주어야 하며 나이 규정 등 경계를 두지 말고 중장년 예술인들 포함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애크미는 1972년에 설립하여 현재 16개 건물에 573개 이상의 작업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700명의 예술가가 런던 임대료 1/3의 저렴한 가격으로 작업실을 이용하고 있다. 1972년 설립 이후 2015년까지 44년 동안 작업실을 지원받은 예술가는 약 7,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다음 발제는 김도형 서울연극협회 부회장이었다. "중장년 연극인의 지속가능한 창작환경 조성에 관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을 총망라하여 청년층에 집중된 정책지원 현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서울연극협회를 예로 들어 연령대별 회원 수를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중장년층 연극인들이 전체의 60%가 넘지만, 지원은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다. 그나마 202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예산조차 삭감되었으니, 예산을 늘려 중장년 및 원로 특화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복 사업 정리하고 예산 늘려 중장년 원로 특화 지원 필요

 

특히 지금 방식의 지원이 5~15%에만 집중되는 경향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부처와 지역문화재단 등의 중복사업을 정리하고 현장과 소통하여 지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각 지역의 문예회관 등 극장은 현장예술인의 직장이 되어야 하는데 임대업을 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연극계에서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성과도 소개했고, 구립극단이나 제작극장 등 새로운 모델도 제시하였다.

 

 

의미있는 일자리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표

 

마지막 발제자인 매우 정아미씨는 연극인들은 “의미 있는 일자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다. 그는 다양한 아르바이트 등 경제활동을 통해 연극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힘이 되지만, 7년 전 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한 공연예술인들의 협동조합(‘지공연’)에 합류하면서 특히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었다고 함으로써 예술인들에게 공연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하였다.

 

지속적인 현장과의 대화 장치 필요

 

발제가 끝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이종승 위원장은 이런 포럼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도록 전담부서나 창구를 두거나 라운드테이블 등을 운영함으로써 현장의 정책제안에 계속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연극 장은수 편집주간은 좋은 작품일수록 연극인들끼리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걸 어떻게 바꿀지, 지속가능한 연극의 기반은 무엇일지 고민이 된다고 하였다. 그는 좋은 연극에 대한 홍보나 대중화 방법을 정책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오늘과 같은 오픈토크가 지속되면 좋겠다고 했다.

 

공개심사제도 도입, 없어진 지원금 및 지원금 배분 문제

 

발제에서 공연예술인마을을 제안했던 박장렬 연출가는 이 자리에서 연극생태계를 바꾸려면 지원금 심사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3억 원이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주는 작품 심사에 현장과 동떨어진 심사위원 몇 명만 참여하기보다는 1차 심사를 통과한 팀이 함께 모여 발표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이렇게 하면 참여팀들은 서로 공부가 되어 연극의 질적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선정작에 대한 일정한 합의도 끌어낼 수 있어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선배들의 발언에 이어 연극지망생인 학생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연극이 너무 하고싶은데 연극이 생산수단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포럼에서 들으니 너무 슬프다고 하여 선배들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연극) 하지마’라는 발언도 나와 ‘웃픈’ 상황을 연출했다.

 

이후 3년 연속 지원작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참석자가 발언했다. 4년 연속 선정된 팀도 있다면서 이런 팀은 연간 3~4억도 지원을 받게 되는데, 총액 한도를 정해서 과도한 금액이 일부 단체로 몰리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또한 대관료지원과 인력지원사업이 없어지면서 탈락한 단체가 지원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체 지원제도 종합수술을 위한 자리  필요

 

박정의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문제만 던지지 말고 제도를 만들어가는 자리가 필요하다면서, 전체 지원제도를 놓고 현장 예술인과 함께 종합수술하는 자리를 제안했다. 이에 사회자는, 이번 포럼은 중장년 연극인이 설 자리가 적은 상황에서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확인하고자 만들어진 자리이며 후속간담회 등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관객개발은 누가?

 

박장렬 연출가는 덧붙이는 말로, 사후지원제도의 필요성과 함께 관객개발은 현장에 떠넘기지 말고 국가나 재단, 위원회나 경영 관련자들이 해야 한다고 하였다. 지난해 11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창·제작 전용 국립극장이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연출가이자 건축가인 류정식씨가 지적했듯이, 관객개발은 극장을 설계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하므로 박장렬 연출가의 주장은 스쳐 지나갈 말이 아니다. (관련기사 국립극장 별도 논의 필요성 수면 위로 )

 

이어서 공연지원금 확장 등의 제안도 있었다.

 

서울문화재단 직접지원금 30억으로 증액 

 

이날 토론을 지켜본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몇 가지 제안에 대하여 답하였다. 먼저, 사후지원 제도를 만들고자 하였으나 그 돈으로 1차 선정 시 더 많은 사람을 지원하라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이 있어서 최소한의 지원금을 주는 1차 선정 예산도 늘리고 추가로 원로 및 청년 예산도 각 5억 원을 늘려 직접 지원금이 총 30억 원으로 증액되었음을 밝혔다.

 

신청하면 네이버 카카오에 공연 홍보 대행도
 

또한 지원 대상이 아니더라도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공연홍보를 신청하면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홍보해준다고 한다. 지난 해에도 약 3억 원을 들여 3천 건 정도의 공연을 홍보했다고 한다. 공연바우처도 여행이나 상업성이 강한 공연이 아닌 기초예술 분야에만 쓰일 수 있도록 하여 연극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만든 청년문화패스의 연령대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공개심사제도에 대해서는, 그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기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