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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연극이 연극 생태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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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7월 26일 '연극생태계활성화 위한 오픈토크' 마지막 회차가 열렸다. 일반적인 포럼 형식과 달리 생활연극 배우들의 '도라지타령'으로 시작하여 생활연극의 활력과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생활연극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의 가장 큰 성과는 전문연극과 생활연극이 협업하여 연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포럼에 대거 참여한 생활연극배우들은, 연극계가 외면받고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연극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넘쳤다.

 

생활연극은 흔히 아마추어들이 하는 연극을 말하는데, 연극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연극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7년 한국생활연극협회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생활연극인들은 전현직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꾸준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길어진 삶, 많아진 여가시간으로 가능해진 생활연극

 

포럼에서 한국생활연극협회의 정중헌 이사장은 생활연극이 등장한 배경을 소개하였다. 그에 따르면, 생활예술은 노령화 시대로 인해 길어진 삶과 사회환경 변화로 인해 많아진 여가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생활체육과 함께 등장했다. 생활연극은 생활예술분야 가운데 가장 늦게 출발했다. 종합예술인만큼 다른 장르에 비해 엄두가 안났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한국생활연극협회가 출범한 뒤 속도가 붙어 생활연극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2018년에는 충북 영동에서 생활연극축제를 시작하였다. 

 

 

2022년에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생활문화활동을 위해 예산과 공간을 지원하도록 법제화하였다. 그러나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은 스포츠클럽 지원에 비해 아직은 형식적인 수준이다. 전문연극과의 협업 구조가 만들어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생활연극인들이 참여하는 연극제는 3개나 된다.

 

지금 생활연극과 전문연극의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생활연극협회를 거쳐간 사람들이 700~800명인데, 이들이 참가비를 내 연출가를 모셔 연극을 제작하는 비용이 편당 1200만~1300만원이 든다. 이것이 대관료와 연출비, 조명, 의상, 무대 등의 비용으로 연극계로 들어간다. 또한 이들이 전문연극인들의 공연도 많이 관람한다. 이렇게 서로 협조하면서 연극계를 활성화하길 바란다.     - 정중헌 이사장

 

세계적인 극단이 되어버린 러시아 생활연극극단

 

배우 여무영씨는 러시아 생활연극극단 사례를 간단히 소개했다.  택시운전사, 트럭운전사, 전기기사 등 직업인들이 동네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극단이 되었는데, 극단을 초청하려면 몇 년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생활연극이 이런 식으로 좀더 목표를 높게 잡고 기초훈련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주호성 연출은 연극은 아마추어 정신으로 하는 거라고 역설하면서 생활연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연극은 직업이 아니다. 실제로도 연극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드물다. 연극은 연극정신으로 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연극정신이 뭘까?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정리된 개념을 찾기는 어렵다. 자신을 발견하고 삶을 발견하는 일종의 윤리의식이라고도 하고 사명감이라고도 한다. 인생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같다. 그래서 배고픈 것도, 험한 것도, 홀대나 핍박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협동하는 법을 훈련할 기회, 연극

 

주 연출은 또한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었다. 연극은 협동하는 행동예술로서, 우리 사회에 '매우' 부족한 협동을 훈련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정확하게 말하는 법도 연극을 통해 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연극의 기능적 역할도 환기시켰다. 

 

 

다음으로 이태훈 배우가 전통 연희 마당극에 대하여 발언했다. 발언에 앞서 생활연극인들이 노래 한 곡을 더 불렀다. 9월 하순 공연예정인 '맹진사댁 경사'의 한 소절이라고 한다. 마당극은 직접 참여하면 한결 신이 나는 장르인 만큼, 지루할 수도 있는 포럼 진행 중에 뜻밖의 흥겨움을 선사하였다. 

 

무엇이든 연극이며, 누구든 연극배우가 될 수 있다

 

그는 '연희'는 민족고유의 공연예술이라고 하면서, 전통 연희를 현대화 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전통극, 가면극, 민속설화, 음악극까지 아우르는 연희의 방식으로 공연하는 것에 처음에는 반발도 많았지만, 이제는 반응이 좋아서 마당놀이 '뺑파'는 위키백과에 등장할 정도로 히트작이 되었다. 

 


이태훈 배우는 우리가 어릴 때 하던 소꿉놀이, 병원놀이도 연극이고 흉내내기나 심지어 제사조차도 연극의 일환이라면서 누구나 연극배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극에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차이가 없다는 말은, 누구나 연극에 김이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진 플로어토론에서 우상전 배우는, 미술이나 음악은 교사자격증이라도 있지만 연극은 그조차 없는데도 각 대학에 연극영화과가 너무 많아지면서 오히려 비전공자가 연극무대에 설 기회가 없어졌다고 하였다. 그는 생활연극은 비전공자가 연극을 할 수 있는 좋은 통로이니 연극협회에서도 협조하여 저변을 더 넓혀달라고 주문했다.

 

 

생활연극이 막 태동하던 시기에 이를 백안시하던 연극계에서는 이제 생활연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연극 생태계에서도 생활연극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체험하기 어려운 것을 직접 현장감 있게 체험할 수 있는 종합예술인 연극이 생활예술의 주요 장르로 자리잡는다면, 얽히고 설킨 우리 사회 복잡한 문제의 방향을 바꾸거나 해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활연극은 이미 연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

 

그런 점에서 '연극생태계활성화 위한 오픈토크' 마지막 회차의 주제가 생활연극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8월에 제주에서 있었던 대한민국시민연극제는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했다. 9월에 있을 서울시민연극제는 서울연극협회에서 주최한다. 12월에 있을 대한민국생활연극제는 한국생활연극협회가 주최한다. 생활연극은 이미 연극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활연극의 도약과 상생이 기대된다. 

 

 

지난 포럼은 공연예술노동조합의 페이스북생중계 녹화본으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