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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이런 축제 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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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7월 24일 연극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오픈 토크 다섯번째 포럼이 열렸다. 이번에는 '연극 축제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를 주제로 대학로 연극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축제의 자생력, 연극축제 진단, 방향성 등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날은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야기를 포함한 다양한 사례와 경험담은 물론 삶의 희노애락과 가치를 배우게 해 준 연극이 계속되도록 하기 위해서 연극계 리더들이 어느 정도까지 살아내고 있는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축제의 본질, 교류의 중요성, 유료화의 필요성과 무료공연의 의미, 그리고 연극계에서 어른의 역할, 구체적인 지원방안 요청까지,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포럼이었다.


축제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재원 축제감독은 축제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축제가 성장하려면 유료로 해야 한다, 공연에만 중점을 두고 홍보마케팅에 신경을 안 쓰면 안된다, 축제의 성격이나 이슈와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유지하거나 도약하기 어렵다는 등 20여 년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재원 감독은 2012년 대한민국연극제를 유료로 진행하여 성공시켰고, 원주에서 축제를 만들어 안착시킨바 있다. 그는 무료로 관람하던 지역예술단체 공연을 생활예술단체 참여자들이 비용을 내고 관람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으로 지역예술단체들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주 시민이 35만인데 저희 축제 5일 정도 (진행하는데) 50만 정도 옵니다. 지역 예술단체들이 그 축제를 진행하고 있고요, 그 축제 10년 동안 했던 친구들이 전국의 축제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지역에 인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력 개발을 안했던 겁니다. 

 

축제는 작품 유통의 출발점, 축제의 핵심은 파생 효과

 

그는 대학로 연극축제 현황을 정리하면서, 축제는 정말 많지만 구조가 똑같아 차별화가 안되고 축제의 목적도 모르겠으며 인지도 높은 것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뚜렷한 목표나 이슈, 차별성 없는 축제가 많은 이유는 지원금이나 보조금 때문이며, 따라서 축제를 통해 발굴된 공연이 예술시장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비보이공연은... (대중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공중파와 연결되면서) 5분 30초 프로그램을 3000만 원씩 받아요. 그러나 연극은 축제를 통해 그런 파생효과가 안나오니까... 축제를 통해 유통이나 판매 등 새로운 활로가 없다는 것은 축제의 생명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는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파티'라고 했다. 축제는 유통의 시작이다. 파티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공유해 작품의 유통 판로를 확보하거나,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상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일에 예산을 쓰지 않는다면 축제 파생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연극은 축제에 최적화되어 있는 장르이다

 

연극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가 총감독을 맡았던 '2023 궁중문화축전'에서 연극배우들에게 적정 개런티를 지급하고 진행한 이동형 연극프로그램은 관객 평가에서 98점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그는 대학로 연극축제 기간에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게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하였다. 

 

연극인들이 축제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축제에 적용할 때) 가장 좋은 것들이 (연극에는) 무수히 있어요. 지역에서도 해 보고 서울에서도 해 봤는데 다른 장르보다 연극이... 무대에서 표현하는 방법(이 탁월해요), 야외로 확장성을 갖는 순간 엄청난 일들이 만들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연극은 공연예술의 꽃이라고 한다. 영화와 드라마의 기본은 연극이었다. 문제는 유통이다. 인맥을 써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재원 감독도 이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플로어토론 중에도,  전국문화기획자 100명을 초대하여 순수예술과 매칭하는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하였다. 

 

집계조차 어려운 연극계 현황, 최대한 모아보니...

 

다음 발제자는 연출가이자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정범철 대표였다. 그는 2023년 서울 연극 축제에 대하여 발표했는데, 대학로에는 극장만 120여개이며 연간 2000~2500개의 작품이 공연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연극제는 생성과 소멸이 많아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협회나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대규모 축제와 민간이나 극장에서 진행하는 축제로 분류하여 목록화한 자료를 공개하였다. 그렇게 굵직한 것 혹은 작지만 전통있는 축제만 소개하는데도 이날 소개된 연극 축제는 무려 57개나 되었다.

 

이들 중에는 민간축제지원이나 공연예술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곳도 있지만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 지원을 받은 연극제는 8건, 공연예술로 지원받은 연극제는 15건이다.

 

생존을 위해 축제로 뭉친 연극계, 지속성장하려면 

 

축제 운영 사례로서 정범철 대표는 자신이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도담도담 페스티벌'을 소개하였다. 올해 8회를 맞는 이 연극제는 데뷔 5년 이하의 신진연극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극단 연합으로 진행하던 워크숍을 페스티벌로 전환하여 진행하다가 3년차에 대중에게 오픈했다.

 

처음에는 지원금이 없었기에 참가비를 받았다. 지금은 연극제에 선발된 단체에 소정의 참가비를 지급하고, 수익도 고루 나눈다. 다만, 지원을 받지 않게 되더라도 행사를 지속하기 위해 수익의 일부를 계속해서 적립한다고 한다. 올해도 36개  단체 가운데 5개 단체를 선정하였다. 

 

목적성, 다양성, 공정성, 투명성, 독립성, 전문인력 필요

 

정범철 대표도 소규모 연극 축제가 소멸하는 이유로 목적 상실을 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연극 축제에 뚜렷한 목적과 방향이 있어야 하는 것에 덧붙여 지속성을 위한 조건으로 다양성, 공정성, 투명성을 꼽았다. 이는 축제 구성원의 이탈이나 운영위원 간의 갈등으로 축제가 소멸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원금 없이도 축제를 해 나갈 수 있는 독립성, 축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운영위나 사무국 등 전문 기획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리고 관객개발을 위해서는 다른 지역 또는 다른 연극 축제와 교류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발표한 이재원 감독과 비슷한 의견이다. 

 

다음 발제자인 박소윤 대표는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이하 창공축제)'의 운영위원으로서, 창공 축제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올해로 13년을 맞이하는 창공축제는 상업적 극장이 아닌 다양한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상업적 극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재원 감독의 의견과 상반되게 전 공연 무료로 펼쳐져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전 공연 무료로 펼쳐지는 창공축제는 예술부화의 장

 

그에 따르면, 창공축제는 대학로 극장의 대관료가 너무 높아지면서 2011년에 시작하게 되었다. 극단의 연습실, 불광천 다리밑, 한강공원, 도심공원, 심지어 시장과 지하철에서도 공연했다. 을지로의 카페, 술집, 바(Bar), 북촌한옥여관, 우이동의 펜션, 전시장 등 "본래의 목적으로 벗어나 무대로 변주되는 공간"에서 공연한 적도 있다.   

 

대관료 부담이 없는 곳에서 '공연을 해본다'는 것이 축제 의도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 등도 애용했다. 계속 참가비를 받아왔는데, 작년에는 우수공연으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게 되어 모든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제작비 등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그동안의 적립금으로 자체 진행 중이다.

 

돈이 없는 사람도 공연을 볼 수 있고, 돈이 없는 연극인도 공연을 할 수 있으며, 유휴공간은 어디나 공연장으로 변모시키면서 일상에 예술이 녹아들게 하는 창공축제는 예술이 안전하게 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 발제자는 독특하다. 그가 맡고 있는 많은 역할 중에서도 '여주인공 페스티벌'의 프로듀서라는 점이 돋보인다. 원종철 대표는 자신이 대학로 연극에 처음 참여한 날로부터 20년이 지나도 단독 여주인공 작품이 단 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이 페스티벌을 만들었다고 한다. 

 

 

벡델 테스트(Bachdel Rule)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젠더 개념이 반여오디어 있는지를 가늠하는 테스트로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가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이 기사를 읽고... 여배우들... 배역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주인공 페스티벌로 인해서... 여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2014년에 만들어진 이 페스티벌은 참가비를 받기는 커녕, 참가비를 준다.  홍보는 물론, 대관료와 제작비, 사진, 티켓 예매 수수료도 지원하고, 수상할 경우 상패와 상장은 물론 상금도 준다. 대상 수상작은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돼 재공연할 수 있다. 티켓수익의 10%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각 단체에서 가져간다. 

 

<여주인공 페스티벌>을 위해 무대를 떠난  감독

 

무슨 돈으로 유지할까??? 페스티벌을 만든 원종철 대표는 빚이 계속 늘어나자 2018년부터 무대를 떠나 또 다른 '삶의 현장'으로 들어갔다. 페스티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과정을 공개했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들을 포럼에서 보여주었다. 무더위 속에서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표정이 살아 있다.
 

 

우선,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보험회사의 24시간 출동기사로도 일했다. 연습실이 대기실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일하면서 카톡과 전화로 소통하고,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작업하면서 작품을 공연에 올렸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그의 극단 <행복한 사람들>에서 그가 번 수입은 30만원이고 지출은 1억 7천만원이라고 한다. 

 

연극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배우를 하면서 행복했기에 다른 누군가 단 한 명에게라도 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진심일까? 6년 동안 노가다와 현장일을 통해 머릿 속을 비우고 땀을 쏙 뺀 뒤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말이니 진심일 것이다.

 

예술가가 예술을 안하고 있다면 존재가치나 존엄성이 상실될지도 모릅니다... 예술인이... 예술만을 하며 존재하길 바랍니다... 연극계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우리의 연극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원종철 대표의 위험한(?) 발제가 끝나고, 플로어 발언도 만만치 않았다. 사회를 보던 공재민 배우는, 대관료 지원사업 이후 지원금 사각지대에 있는 극단들이 연합하여 만든 작은 축제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하면서 이 축제들이 대학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니 현재 진행중인 페스티벌에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관심을 가져달라는 차원에서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하 플로어발언을 뉴스아트에서 정리한 것이다.  

 

 

축제에 대한 자본부담과 일년 내내 진행되는 행정기획 업무가 힘들어서 이제 그만두고 싶어도, 이 축제에 참여하려고 몇 년을 기다렸다는 단체들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다. 지금 108개팀이 한 달 동안 축제를 하는데 아무리 노하우가 쌓여도 힘들다. 게다가 직원은 쓸만하면 인근 더 큰 기관의 재단으로 옮겨가고... 우리가 예술경영 인력을 공급해준다... 중추적인 기획자를 많이 양성했다... 그런데 이(직)에 대한 대안이 없다...    - 2인극 페스티벌 김진만 감독

 

무대언어에 대한 고민... 배우들이 자생적으로 시작... 작년부터 축제지원을 받으니... 연극제에서 축제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이게 (연극제가 아닌) 축제로 가는 게 맞는 건가 고민... 우리만의 운동이 아니라... 어떻게 시민과 나눌 것인가...   - 말모이연극제 이자순 조직위원장

 

*** 말모이연극제는 팔도의 다양한 사투리로 만든 연극을 선보이는 지역색 강한 연극제이다. 여기서 '운동'이란 문화로서 지역 사투리 보존 운동을 의미한다. (편집자주)

 

1번출구연극제는 대중적인 작품 연극제...  공모를 통해 선발... 6개 단체에서 1주일씩 공연... 대학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 있다... 서울시가... 대외적으로 홍보도 하고... 또... 서울문화재단에서 서울연극축제지원사업이 있으면 어떨까...  - 1번출구 연극제 정범철 예술감독

 

축제 3~5년이면 정체성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간의 우리 제도에서는 3년차쯤 되면 지원을 받으면서 축제의 성격이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5년쯤 되면 별도의 사무국이 필요한데 이런 행정조직을 갖기가 어렵다. 게다가 협회장까지 바뀌면 지속성도 떨어지면서 십수년 된 축제도 외부에 알려지기가 어렵다. 자생적으로 10년 이상 하고 있는 축제들이 오래 유지되고 유통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채윤우 연출가

 

외부에 알리는 방식과 관련하여 발제자였던 원종철 대표는 최근 '여주인공 페스티벌'의 티켓 판매현황을 이야기하면서 홍보를 했는데도 관객이 생각만큼 많이 들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는 "참담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옛날에 시행되던 사랑티켓을 언급했다.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는 사랑티켓과 같이 관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지원금도 좋지만, 관객공급 방법이 필요

 

아무래도 마케팅과 홍보는 큰 화두였다. 관객개발과 함께 관객 데이터나 참여자 격려시스템, 공중파에서 연극을 보도하게 하는 것, 축제를 관리지원할 수 있는 축제지원팀의 필요성 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관객 창출 없이 너무 많은 축제가 진행되는 것은 서로를 죽이는 꼴이다, 축제라 이름하기도 민망한 축제가 너무 많다, 대학로에 처음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을 삐끼들에게 빼앗겨 허접한 저질 공연을 보게해선 안된다, 우수한 연극 작품을 선정해 수능 다음 날 연극축제를 시행해 청소년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마케팅 홍보 이야기가 무성하자 극단  제자백가의 이훈경 대표는, 앞서 발제했던 창공의 사례는 유통이나 관객개발과 거리가 먼 무료 공연이지만 이 연극제 자체가 극단 운영 동력이 되어 이후 15년이나 극단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런 무료 공연축제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는 비슷한 경험을 동료나 후배에게 안겨주고싶어서 창공축제 운영에 참가하게 되었다면서, 시대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축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 할 TFT 등의 체계를 기관에서 만들 수 있다면 축제 운영진의 고민을 덜어내면서 좋은 경험도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축제 후 피드백, 축제 고민과 대안 나눌 체계 필요

 

창작집단 혜화살롱의 김진아 대표는 유료관객으로 만석을 채웠는데 뒤늦게 홍보를 목적으로 무료관객도 받으라는 요구로 애를 먹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것이 더 홍보에 효과적이었을지) 축제 이후 참여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축제 유지발전 논의틀의 필요성에 무게를 더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풍부해지는 '연극 생태계 활성화 위한 오픈 토크'는 오는 7월 26일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 주제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생활연극으로, 한국생활연극협회에서 주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