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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새 수장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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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공석이 되면서, 새 관장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글들이 신문지면을 채웠다. 그런데 막상 신임관장이 임명되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먼저 신임관장 임명 과정을 보자.

 

▷8월 20일 면접 전형 후 김성희 당시 이화여대 전 교수, 김찬동 전 수원시립미술관장, 심상용 서울대 미대 교수 - 3명의 후보자가 최종 후보로 선정

▷8월 30일 대통령령으로 기존 고위공무원단 규정 개정, 장관에게 역량평가 면제 권한 부여

▷9월 13일 박보균 사의 표명 및 유인촌 장관 지명 

▷9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장에 김성희 임명한다 공표

▷9월 15일 임명장 전달 

▷9월 18일 김성희 취임

 

면접 전형 후 한 달만에 취임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문제는 대통령령으로 고위공무원 채용규정을 개정하기 전후로, 김성희 신임 관장을 제외한 2명의 최종 후보자들에 대하여 어떤 프로세스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8월 20일은 고위공무원 채용 규정이 개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채용과정이라면 3명의 후보자에게 역량평가에 대하여 설명하고 준비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진행되지 않았고, 후보자들의 문의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다'고만 말했다. 채용 규정 개정 논의가 진작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이유이다. 

 

고위공무원 채용 규정에서 역량평가는 2006년부터 시행되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당시에도 문체부에서 역량평가를 건너뛰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장관과 진퇴를 같이 하는 비서, 보좌관, 특수 업무도 아니고 공모를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지원자들에게 굳이 역량평가를 면제할 이유가 없다는 여론에 따라 결국 역량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심지어 당시 윤범모 관장은 역량평가에서 탈락했지만 재평가를 통해 선임될 수 있었다. 2006년 이후 역량평가 탈락자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역량평가를 통과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를 편법으로 밀어낸 셈이기 때문에, 윤범모 관장은 임기 내내 정당성을 의심받았고, 정부는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업무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정부 들어서 역량평가 과정은 기존 인사규정 9조의 4번째 항목을 대폭 수정함으로써 아예 합법적으로 폐기되었다. 

 

한편 김성희 신임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의 대학 후배이자 지인으로, 지난 2월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를 정년퇴임했다.

 

학교 이외의 미술 관련 경력으로는 대안적 공간인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디렉터, 소장작가를 발굴지원하는 캔파운데이션 공동설립자이자 상임이사 등이 있다.

 

두 단체 모두 기부를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이다. 이 가운데 캔파운데이션은 2022년 2억원 남짓 기부를 받아 1.4억 지출하였다. 이 가운데 절반은 경영자문비용으로 지출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상업화랑 서미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것은 공공미술 수장으로서는 흠이 된다. 서미 갤러리는 1990년대 이래로 삼성 등 대기업 가문의 국외 고가미술품 수집과정에서 불법 비자금으로 작품을 조달하는 실무 창구였기 때문이다.

 

취약한 혹은 빈약한 경력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임 관장이 된 김성희 관장은 천운을 타고난 숨겨진 능력자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수장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앞날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