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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생곤 개인전 – 땔감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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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수)~12월 27일(수) 아트 스페이스 월인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경복궁이 보이는 2층 공간에 문학, 미술, 음악, 영화 그리고 술과 음식이 어우러지는 탈 격식의 예술살롱 ‘아트 스페이스 월인(종로구 효자로 35-1, 대표 김정대)’에서 한생곤의 21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한생곤은 ‘길 위의 화가’ 라는 별칭이 암시하듯 세상의 변방까지도 두루두루 섭렵해온 작가이다.

 

길위의 화가 한생곤,

생활·사유·작업이 하나의 호흡으로

 

그는 일찌감치 ‘은둔’과 ‘유랑’이라는 삶을 선택하고 중고 버스 한대를 노랗게 칠한 채 유랑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면서 논에서 피를 뽑고 있는 아버지, 농가의 가축, 뒹구는 나뭇잎 등 삶과 가까운 곳에서 작품 모티브를 찾는다. 이번 ‘땔감展’에서는 이러한 작가의 감상이 잘 드러나는 소품 30여 점이 월인 공간과 어우러질 예정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항상 자신뿐 아니라 그가 만날 수 있는 모든 이들에게 화가로 산다는 것의 진면목과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가짐이 무엇인가를 항상 일깨웠던 것 같다... 한생곤은 화가로서의 좋은 품격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이 자신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그렇게 하며 터득한 자신의 예술적 삶이 여러 사람에게 행복한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대하여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 인디프레스 김정대 관장

 

 

[작가의 말]  ‘화실 난로 기름값이나 좀...’

 

미술의 매력중 하나는 사회가 어떤 코스(course)의 쳇바퀴에 쏠려 허우적거릴 때  그 코스로부터 탈출하는 재미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령 ‘당신은 한국에 출장을 왔나요 아니면 관광을 왔나요?’라는 질문 앞에 서면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출장으로 온 사람은 정해진 코스를 마치면 복귀하지만 관광온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정답이 없다. 바로 이 정답이 없는 상태가 바로 코스에 대한 디스코스의 관계이다.

 

예술에 관한 담론들은 항상 예술의 비지니스화를 디스해온 역사다. 예술이 다람쥐 쳇바퀴돌듯 정체되기 시작하는 징후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단체 배낭 여행의 뻔한 여정을 지루해 하는 그 사람들의 마음과 같다. 이들은 유니코드화 되는 뻔한 코스 요리를 무시하고 나 홀로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들이 맛보는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미술사에 등장하는 새로운 그림들에 대한 모험과 사실 같은 것이다.

 

이 불경기에 아트스테이스 월인을 시작한 이유

 

아트스페이스 월인의 시작도 이와 같다. 미술판에 오래 몸 담아온 인디프레스 김정대 대표는 미술에 대한 순수한 애호, 즐김과 소통, 공감들이 거대 자본의 유입과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약육강식 관계의 출현, 이 결과로 나타나는 화랑의 폐쇄성과 집단 이기주의가 미술 본연의 즐거움을 잃어 버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그 돌파구로써 월인을 열었다. 이때의 월은 달이 아니라 초월의 월이라 할만하다.

 

김정대 대표는 뜻 맞는 친구 몇과 함께 미술, 나아가 예술과 문화가 공동체에게 나누는 순수한 즐거움을 회복하고자 은퇴한 친구들끼리 덜 지루하고 뭔가 의미있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기로 했고 여기서 지금의 월인이 태어났다.

 

원초적 놀이본능에 따라 소중한 것을 찾는 공간

 

월인은 놀이터고 해방구다. 놀이터와 해방구는 일터와 억압구라는 코스에 대한 디스코스다. 뻔함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원초적 놀이본능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곳이다. 또한 정신없이 일만 하다 살다보니 정작 누림에서 소외된 삶을 반성해보는 곳이다. 항상 중요한 것만 집착해온 이들이 자주 놓치는, 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에 다시 눈을 열어 보자는 공간이다.

 

월인의 첫 웹툰 그룹전도 아주 우연히 열게 되었고 두 번째인 한생곤의 땔감전도 이렇게 성사되었다. 기간은 일주일이다. 별 통화도 없는 사이인데 한 달전에 전화가 왔다. 이러저러해서 만든 공간이라면서.

 

‘당신은 무엇을 부담없이 보여줄거요?’

‘겨울 화실 난로 기름값이나 좀 생겼으면 하기에, 땔감전으로 하고 싶소.’

 

이게 이번 전시가 성립된 사연이다.

 

월인은 미래의 그림 애호가와 소장가를 성장시키는 즐거운 교실을 꿈꾼다. 그래서 나도 부담없이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땔감전이라는 전시 제목이 마음에 든다. 좁게는 미술계로 보나 보다 넓은 문화 공동체로 보나 좋은 세상은 서로가 서로의 소중한 땔감이 될 때 따뜻하게 될테니까.

 

 

한생곤(Han, Saeng-gohn) : 화가이자 시인인 한생곤은 1966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 ‘깨달음의 회화적 수렴에 관한 연구’에서 자신을 ‘지구 위의 여행자’라 정의하고, 삶과 예술에 관한 내면의 고백을 매우 솔직하고 치열하게 전개하며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한 암시를 담아 내었는데, 그해 서울대에서 가장 잘 쓰인 논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꾸준한 전시활동을 보여주며 21번째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하였다.

 

작품소장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제비울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대산문화재단, 쌈지농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노무현사료관

 

출판물 : 여행단상집 ‘노란버스’ (하늘숲,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