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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동시, 그림책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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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넉 점 반>은 한국 아동문학의 거장 윤석중(1911~2003) 선생이 1940년에 쓴 동시(童詩)이다. 아름다운 시어, 반복되는 짧은 운율, 반전의 묘미 등으로 인해 한 번 읽으면 잊혀지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시는 윤석중 선생이 돌아가신 직후 2004년에 이영경 작가의 그림책으로 출간되어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승일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그림책 <넉 점 반>은 시를 읽으면서 상상하던 어머니 아버지들의 어린 시절과 정감 있는 농촌 풍경을 길어 올려, 가난하지만 풍성했던 옛 시절의 소박하고 건강한 아이를 완벽하게 화폭에 담아냈다. 애니메이션은 그 아이와 풍경이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단편 애니메이션 <넉 점 반>은 이영경 작가의 그림책 <넉 점 반> 속 주인공 여자 아이와 함께 등장하는 두꺼비, 메추라기, 잠자리, 닭, 개미 등과 같은 캐릭터들을 포토샵과 페인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여러 부위로 그림 조각을 나누고, 이를 디지털 컷-아웃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 움직임을 재해석하여 표현하면서 그림책과는 또 다른 ‘영상미’를 추구하였다.

 

 

절지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부르는 컷-아웃 애니메이션 기법은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인물이나 대상을 여러 부위별로 나누어 이미지를 제작하고, 이를 프레임 단위로 움직이면서 촬영하거나 편집하여 특유의 애니메이션 미학을 만들어낸다. 컷-아웃 애니메이션 기법의 대가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영상시’로 꼽히는 작품 <이야기 속의 이야기(Tale of Tales)>(1979)를 만든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거장 유리 놀슈테인(Yuri Norstein) 감독이다.

 

 

<오월상생>, <금정굴 이야기>, <운동화 비행기>로 알려진 전승일 감독은 이번 애니메이션 <넉 점 반> 이전에도 <내일인간>(1994), <Circulation>(1996), <사랑해요>(1997), <내가 만난 90년대>(2001), <하늘나무>(2003), <예산족 애니메이션 프로젝트>(2009)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음악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으로 시적(詩的) 서정과 영상미를 추구해왔다. 

 

 

단편 애니메이션 <넉 점 반>의 테마 음악에는 신동일 작곡가가 2002년에 만든 어린이 피아노곡집 <즐거운 세상> 중에서 6곡이 사용되었다. 아이의 경쾌한 놀이는 피아노 리듬과 함께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즐거운 세상 (World Full of Colours)>은 한국 작곡가로는 최초로 일본에서도 음반과 악보가 발매된 명반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넉 점 반>은 우리 안에 잃어버린 동심을 나누는 즐거움이자,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살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우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동시(童詩) 그림책’이 예술성과 작품성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주었듯이, <넉 점 반> 애니메이션이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세계적 확장 및 창작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되길 바란다. 단편 애니메이션 배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2024년 상반기 중에 적극적으로 일반 배급하여 널리 선보일 계획이다.    - 전승일 감독

 

단편 애니메이션 <넉 점 반>은 서울경제진흥원(SBA)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과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여 만들어졌으며, 제작&배급사인 <오토마타 공작소>를 통해 3월 중으로 텀블벅 후원자들에게는 작품 영상과 제작 과정 메이킹북이 담긴 USB를 ‘선물’로 발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