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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이 가져다 준 5일간의 음악 피정避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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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이왕준 |

 

(2020년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면서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진 대신 하루가 멀다하고 공연장으로 피정을 갔다. 그리고 또 금년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의료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변의 모든 저녁 미팅이 사라지고 있다. 덕분에 나에게는 다시 공연장 피정 생활이 복귀되는 듯 하다. 3월 들어서는 5일간 매일 공연장에 다녀왔다.)

 

오늘은 3월 6일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서울 콜레기움 보칼레 & 뮤지쿰의 <바하 요한 수난곡> 전곡 연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바하를 즐기러 갔는데 로비에서 너무 많은 목사님들과 신도들을 많났다. 아! 지금이 부활절을 얼마 앞둔 고난주간이었지! 요사이 교회에 출석하지 못한 미안함이 몰려온다. 

 

작년 <마태수난곡>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예술상을 수상한 덕에 그 상금으로 연이어 <요한수난곡>을 올리게 된 서울 콜레기움 보컬레 & 뮤지쿰의 패기와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이제 재팬 콜레기움에 비교해도 충분히 맞짱뜰 만큼 성숙한 기량과 내공에 감탄하면서 김선아 지휘자의 헌신과 노고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콜레기움 뮤지쿰은 바하가 라이프치히에서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 역을 맡아 수십년을 봉직하면서 동시에 음악감독(Dirigent)으로 십수년을 넘게 활약한 음악단체의 이름이다. 라이프치히 대학 출신의 연주자와 성악가들로 구성된 이 콜레기움 뮤지쿰에서 교회에서 연주할 수 없었던 수많은 기악곡, 독주곡과 세속 칸타타들을 발표했다. 지메르만 커피하우스로 불린 장소에서 주2회 열린 이 음악회와 콜레기움 뮤지쿰이 없았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그 풍성한 바하 음악의 향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007년 창단된 서울 콜레기움 뮤지쿰의 모델은 이미 1990년에 창단되어 세계적 명성을 지니고 있는 바하 콜레기움 재팬이다. 일본의 바로크 음악 거장인 지휘자 스즈키 마사키(70)가 창단 하고 이끌고 있는 이 단체는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장장 23년에 걸쳐 200여 곡에 이르는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는 엄청난 역사를 완성해서 세계적으로 극찬를 받았다. 그 수준은 유럽 본토에서도 큰 경외감을 자아내었고 일본 클래식 음악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인 가수는 역시 작년 마태수난곡에 이어 복음사가 역을 맡은 테너 홍민섭이다. 현재 리아스 캄머코어 베를린 종신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역량이 이번 요한수난곡의 품격을 최고조로 만들었다. 

 

나의 최애 곡인 제26곡 <내 마음 깊은 곳에서>에 이르니 가슴이 울컥한다. 원래 마태수난곡보다 5년 먼저 작곡된 요한수난곡은 군중 씬 묘사와 함께 훨씬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그만큼 합창의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야 수난곡 연주의 극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김선아 지휘자는 마지막 앵콜로 제1곡 Herr, unser Herrscher(주여 우리를 다스리는 이여)를 택해서 무반주 아카펠라로 다시 연주했다. 한번은 독일어로, 또 한번은 한글로 노래했다. 우리 말로 훅 들어오는 그 합창에 감동과 은혜가 폭포수친다. 모든 관객이 박수없이 한참을 앉아 있다 일어서 퇴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