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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포용하는 장애 예술, 이번엔 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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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신경다양성 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춤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는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하나로 포용예술 프로젝트’<모두의 클럽>과 <빙빙빙 Being Being Being>을 장애 어린이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이 가운데 7월 23~24일 공연된 <모두의 클럽>은 (세컨드 핸드 댄스 제작, 영국)은 4~11세 신경다양성 및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위한 움직임 공연이다. 의자가 없는 평평한 바닥을 무대로 하여 조명이 비치고 관객은 그 주변에 편안하게 둘러 앉는다. 누워도 무관하다.  

 

 

처음에 관객은 움직이지 않는다. 몇몇 아이들은 무대를 쳐다보지도 않고, 어떤 아이는 공연이 시작한 후로도 상당 시간 동안 엄마에게 안겨 칭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무용수는 이런 아이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터치하거나 아이의 흉내를 내거나 손을 잡거나 손바닥을 마주대고 특이한 춤동작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하나 둘 무대로 나와 무용수의 동작을 따라하거나 자기만의 움직임으로 공연의 일부가 되면서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 안과 밖을 자유롭게 오간다. 

 

공연 중에 무대는 물론 보통의 시야에서도 벗어나 외곽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도 있다. 조력자와 무용수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함께 움직이면서 조심스럽게 다시 무대로, 춤으로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무용수와 조력자는 아이와 소통하면서 아이의 리듬이나 에너지에 맞는 동작을 그때그때 만들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아이들이 자기만의 움직임 방식으로 공연에 참여했다.

 

신경다양성 장애 무용 공연은 관객수를 어린이 10명 이내, 보호자 포함 20명 이내로 제한한다. 공간과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과 소통하면서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공연을 하려면 다양한 소통 방식과 동작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슬그머니 지나가기, 가볍게 접촉하기, 조심스럽게 스쳐가기, 눈맞춤, 따라하기 등이 모두 소통의 단초가 된다. 

 

 

26일(금)에는 이 작품을 만들고 선보인 키어 페트릭과 레슬리 하워드가 주도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키어 패트릭은 2013년 만들어진 세컨드 핸드 댄스라는 장애인 중심 무용 단체의 리허설 디렉터인데,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 당사자기도 하다. 레슬리 하워드는 무용수이자 장애인 대상 공연의 조력자이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회원들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은 신경다양성 및 장애를 가진 관객을 위한 무용공연 제작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공유하고 비언어적 의사소통 기법을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키어 패트릭과 레슬리 하워드는, "그들의 공간에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라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학교 밖 공연장과 같은 낯선 공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공연이니만큼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명과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댄서를 중심으로 비추는 강한 조명으로 아이들이 댄서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댄서는 아이의 에너지에 맞는 동작을 하거나 아이를 따라하면서 중간중간 다른 동작을 섞어가며 소통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춤을 추면서도 조심스럽게 아이를 관찰해야 한다. 혹시 소통이 되지 않더라도, 아이가 따라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을 인지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그 자체가 아이에게 좋은 공연 관람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아이들이 지나치게 흥분하여 소란스럽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이럴 때면, 먼저 음악을 이용한다. 조용한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동작을 부드럽게 하여 아이들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길 기다린다. 신경다양성 공연은 내용과 형식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디제이박스를 설치하고 라이브 음악으로 공연하기 때문에 이런 대응이 가능하다. 안무도,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방식으로 구성된다.

 

키어 패트릭과 레슬리 하워드가 제안한 춤의 방식은 장애 아동을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간단한 동작,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들을 소통의 방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각종 모임, 워크숍 등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한 곳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겠다. 결국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된다. 포용예술은 모두를 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