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뉴스아트는 지난 1월 9일 "[2024에 바란다] 인공지능과 창작자 기초소득"이라는 기사에서 인공지능 문제를 '규제'로 풀기보다는 발상의 전환과 포괄적 합의를 통해 창작자 '기초소득'으로 돌리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500억원 들인 기본 소득 실험
이런 생각을 뉴스아트만 한 게 아니었다. 인공지능 논란의 중심이 되는 챗지피티를 만든 기업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가 3년 동안 '보장 소득' 실험을 통해 기본 소득의 현실성을 진단 중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소수가 어마어마한 부를 쌓을 것이라고 보고, 사회구성원의 기본소득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500억 원 이상을 들여 이 실험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7월, 그 첫 번째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진실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팩트만 체크하고, 그 팩트를 자기 입맛대로 재단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아트에서 살펴본 결과, 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 소득은 나쁜 일자리를 없앤다
아시아경제는 7월 29일자 컬럼에서, "기본소득이 노동공급을 줄인다"고 하였다. 하지만 1000불 수급자의 고용률은 대조군에 비해 겨우 1% 낮았다. 그리고 그 결과 연간 8.5일간 덜 일했을 뿐이다. 때론 일하는 것보다 쉬거나 노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기본 소득'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컬럼은 수급자가 겨우 8.5일 더 쉬었다는 이유로, "노동을 폄훼하고 혐오하는 문화"를 기본소득이 뒷받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걸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기우'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기본 소득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발전하게 한다
또한 조선일보는 7월 30일자 김신영 국제부장이 쓴, "샘올트먼의 '허무한' 실험과 이재명의 기본소득 주장 비판"이라는 컬럼을 통해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소득은 줄고 여가도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부제도 '매달 1000달러 받은 사람들, 일·소득 줄고 여가도 허비', '허공에 태운 돈 500억원, 누구를 위한 기본 소득인가'라고 자극적으로 뽑았다.
샘 올트먼이라는 기업가의 고귀한 실험정신을 특정 정치인 비판에 악용하는 것도 모자라, 수급자들은 채무가 늘어서 자본(자산-부채)도 줄었다고 비판했다. 자본주의에서는 부채도 자산이니 빚을 내서 규모와 영향력을 키우기 마련인데,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도 않던 자본 개념까지 끌어와 논리 비약을 시전한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수급자들은 더 좋은 주거환경, 더 나은 교육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일을 하고자 했음이 드러났다. 이를 위해 적당히 빚을 내는 것은 '능력'이다.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저임금 노동을 맥(Mac)잡이라고 한다. 그렇게 아무 일이나 하고 아무 곳에서나 살던 저소득층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교육을 더 받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서 자신의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은 '발전'이 아니고 무엇인가? 임금 노동자로만 살던 사람들이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에서 레버리지의 힘을 깨달은 것이 두려운 건가?
기본 소득은 선순환을 일으킨다
SBS는 균형잡힌 보도를 했다. 수급자들은 대조군보다 월 310달러 더 지출했는데, 주로 식품과 주거, 교통비에 사용했고 이 가운데 기부금은 대조군에 비해 26% 증가한 22달러였다고 보도했다. 도움을 받으니 도움을 주면서 선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보험료 외 의료지출은 20달러 늘었고, 치과 방문율도 10% 증가했다. 음주와 진통제 오용은 각각 20%, 53% 감소했다. SBS 보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구직활동은 10% 증가했지만 고용될 가능성은 2% 낮아졌다는 점이다. 월 1000달러가 보장되기 때문에, 맥잡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나쁜 일자리에 고용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착취적 예술활동을 거부할 수 있다
예술인도 마찬가지다. 예술인 기본소득이 있다면, 예술인 조건 충족을 위해 성실하게 예술활동을 해야 할 것이고, 각종 공공기관이 현재 발주하는 터무니없이 착취적 예술활동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백인일수록 고령자일 수록 기본소득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수혜자가 아닌 곳에, 내가 낸 세금이 마구잡이고 쓰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문제는 곳간이다. 누구의 곳간에서 기본소득 자금을 꺼낼 것인가?
인공지능산업, 마찰 없애고 속도를 내려면
인공지능산업 발전을 둘러싸고 저작권 문제, 초상권 문제 등 그 해악과 규제완화를 둘러싼 갈등 등의 마찰을 해소하는 방법은, 인공지능산업 발전의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확신을 문서화하는 것이다.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간다면 모두 협조할 수 있고, 작은 문제들 때문에 일어나는 마찰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샘 올트먼은 부의 집중을 염려해 연구를 시작했다지만, 실은 자신의 사업과 사회 전체(물론, 노예가 필요한 극소수 독점 기득권은 제외될 것이다)가 윈윈할 방법을 연구한 셈이다.
만 3년 동안 저소득층 3000명 대상 연구 결과
한편 이번 연구는 ▶ 2020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만 3년 동안 미국 텍사스와 일리노이 주의 21~40세 저소득층 3,000명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수급자 1,000명에게 매월 1,000달러를, 나머지 2,000명의 대조군(통제집단)에게는 50달러를 지급했다. ▶ 대조군에게 50달러를 준 이유는, 매월 지급된 금액이 실험대상의 행동에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 이를 통해, 밥벌이에서 벗어난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를 실험했다.
건강, 지출, 고용, 에이전시(agency, 역량), 이사(거주지 이전, moving) 등 다섯가지 지표가 보여주는 실험결과는 다음과 같다. '에이전시'는 개인의 역량 혹은 자율성을 만한다. 월 1000달러를 직급받는 사람들은,
▶ 건강면에서 치료기관의 이용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좋은 식품을 섭취하고 정신 건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효과도 있었다.
▶ 지출은 310달러 늘었다. 주로 식료품비(67달러), 임대료(52달러), 교통비(50달러) 등이 늘었다. 타인을 돕는 데 쓰는 돈도 대조군(50달러 받는 그룹)에 비해 26%나 많은 22달러였다.
▶ 저 소득층의 지출은 특히 크게 늘었고 지출 부문도 자신의 처지에 따라 많이 달랐다.
▶ 노동시간은 대조군보다 주 1.3시간, 연간 8일 줄었다. 고용률도 대조군보다 2% 낮았다.
▶ 노동소득은 대조군보다 1500달러 적었다.
▶ 전체 소득은 매월 지급되는 기초 소득 덕분에, 대조군에 비해 가구당 6100달러 많았다.
▶ 목표를 세우고 추구하는 능력은 향상되었다. 재정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5%,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역량은 14%, 자기 사업을 벌이는 역량은 26% 증가했다.
▶ 임대료에는 5%를 더 지급하면서, 사는 지역을 11% 이상 옮겨갈 수 있었다.
▶ 고용률은 수급자가 58%, 대조군이 59%였다. 단, 주당 고용률은 수급자들이 대조군보다 변동성이 컸다. 나쁜 일자리를 빨리 그만두고,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자주 옮겼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