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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예술인 기초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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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1만 1500명의 미국 작가조합이 지난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7월 14일에는 16만 명의 배우조합원들이 파업에 합류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4일간의 협상은 결렬되었고, 파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작가와 배우에게 적절한 작업 시간과 환경을 보장하고 마땅한 대가를 지급할 것, ▲플랫폼에 공개한 뒤 시청 시간에 비례하는 정당한 보상을 해 줄 것, ▲인공지능(AI)을 통한 각본 생성 금지 및 단역 엑스트라 배우를 인공지능 배우로 대체하는 것 금지 등이다.
 

대형 스튜디오 제작사들은 이미 인공지능이 생성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무명 배우들의 얼굴과 몸을 스캔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작가와 배우의 성장을 방해하여 인공지능 학습의 도구, 소모품으로 쓰일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어리둥절한 시민, 아리송한 여론조사 결과

 

지난 8월 18일 Data for Progres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민의 67%가 파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 반대는 18%였다. 

 

이는 지난 8월 3일 발표한 로스앤젤레스타임즈(엘에이타임즈)의 조사 결과와 경향성은 같지만 수치상에서는 약간 차이를 보인다. 엘에이타임즈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38%는 배우와 작가들을 지지한 반면 7%는 스튜디오를 지지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양쪽 입장이 다 납득이 간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기간 노조 및 단체행동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진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일반 시민들이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에는, 현장에서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 배우의 노동자성 여부에 따라 여론 향방 달라

 

이런 이유로, 아직 여론의 향방은 명확하지 않다.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파업을 계속하면서 시민, 즉 콘텐츠 소비자의 지지를 더 확보할 예정이다.  

 

 

 

 

엘에이타임즈의 조사에서 배우나 작가를 노동자로 보는 사람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비율은 55%로, 그렇지 않은 사람(30%)보다 높았다. 지금의 산업 상황에서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파업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은, 배우나 작가 직업군을 노동자로 볼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파생될 것 

 

인공지능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어떨까? Data for Progress의 여론조사에서 'AI가 배우들의 이미지를 사용하려면 배우들의 동의를 구하고 공정하게 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85%가 지지했으며, '스튜디오가 작가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74%가 동의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거부감은 산업혁명 이후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기계파괴 등 전통적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의 사투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흐름을 멈출 수 없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변화와 노동관계 변화를, 파업이나 법제화로 얼마나 통제하고 멈출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우리의 자세

 

인공지능이 모든 사람들 두려움에 떨게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이를 창작에 활용하거나, 귀찮은 일을 덜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데 이용한다. 협업하여 환자를 치료하며,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보기도 한다. 마치 처음 연산용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처럼, 적절한 이용으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성한 사진이 세계적인 사진전인 소니월드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최종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작가는 논쟁을 촉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면서 수상을 거부했다. 

 

최근에는 챗GPT를 공연기획에 활용해 제안서 채택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를 기반으로, 그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책을 내겠다며 텀블벅 펀딩을 시작한 예술인도 등장했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계 전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챗GPT와 대화하면서 자극을 얻는 일은 이미 특이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현상이 되었다. 예술계에도 챗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중요한 행위가 되어가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또 다른 승자독식을 불러오지 않도록


고유한 아이디어나 특별히 목표하는 것을 입력했을 때,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인간이 직접 해야만 했던 지루하고 힘든 작업들을 인공지능이 대신 해 준다면 인간의 창의력은 더욱 극대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인공지능에 투입되는 수많은 지식과 입력값들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치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시대에는 마구잡이로 인간과 자연을 착취했다. 무지에 기반한 폭력은 무수히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인공지능 시대에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미 생성돼 있는 지식과 결과물을 착취해선 안된다. 착취는 승자독식 구조를 고착화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극대화한다.

 

인공지능 학습 기반 제공 창작자에게 기초소득을

 

지식출판저작물, 다양한 콘텐츠와 예술작품들, 배우들의 이미지 등 수많은 결과물들이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되고 있다. 이제 그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한 보상 방법을 이야기 해야 한다. 저작권법에서도 반드시 이 문제를 포함해야 한다.

 

상품화된 작품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학습에 도움이 된 모든 작품이 수익을 나눠가질 자격이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기존의 결과물을 활용해 결과물을 생성할 때마다, 학습 기반을 제공한 원창작자들에게 기초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