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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들의 숨은 노동가치..."좋아서 하는 일" 뒤에 가려진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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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산업의 글로벌 성공 이면, 기획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실태 최초 공개
"창의성만으론 부족하다"...관계·감정노동이 케이팝 산업 버팀목
전문가 "기획자 정체성과 보상체계 재정립이 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뉴스아트 편집부 | 글로벌 한류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기획자들의 헌신적인 노동이 존재한다. 최근 격월간 한류동향 심층분석보고서 <한류NOW>는 음악산업에서 기획자들이 수행하는 다층적 노동의 실체를 밝혀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이상화 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케이팝 산업의 독특한 생산구조를 분석했다. 케이팝은 북미와 유럽의 작곡가, 미국과 일본의 안무가들과 협업하는 글로벌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들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창작물을 수급하고 조율하며 최적화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획자들의 노동이 단순한 창의성 발휘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들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관계노동'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을 조율하는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빌보드매거진의 타마르 헤르만이 케이팝의 제조과정을 '공장 시스템'에 비유했듯, 각 생산단계의 연결과 작동은 기획자들의 다면적 노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획자들은 의사결정권과 자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미명 하에 이들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보상체계도 소수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획자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창작자의 직관에 의존하던 음악 제작이 데이터 분석 기반으로 변화하면서, 이를 해석하고 전략화하는 기획자들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케이팝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내놓았다. 우선 기획자들의 다면적 노동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개인에게만 맡겨두었던 역량개발과 감정관리를 위해 전문화된 교육 시스템과 심리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도 해외진출 지원을 넘어 노동자 재교육과 경력개발 상담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화 이사는 "기획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직업적 자긍심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인 헌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좋은 노동의 완성을 위해서는 정체성 확립과 적절한 보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의 전문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홈페이지(kofice.or.kr/hallyunow/vol54/sub/s13.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