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오래 서 계셨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보고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너무 예뻐서'라고 하시더군요." 손이상 노원달빛산책 기획감독의 말이다. 이 순간을 통해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2023)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92.7%가 1년 동안 단 한 번도 미술전시를 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미술 관람객이 20-30대에 편중되어 있고, 그마저도 연 1회 방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미술전시 관람 의향이 실제 관람률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전시회에 오지 않는 사람도 사실은 미술전시를 보고 싶어한다는 의미"라고 손 기획감독은 말한다.
한국인의 문화예술행사 선택 기준은 행사의 내용(24.3%)과 접근성(19.2%)이 가장 높아, 관람 비용이나 유명도를 크게 앞선다. 이 통계에 주목한 손 기획감독은 질적인 내용과 관람의 접근성을 개선하면 관람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노원달빛산책은 전시의 기본 틀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관객이 퇴근 후에 보러올 수 있는 야간 전시 포맷을 기본으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전용 택시승강장을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해설을 도입했다. "경사로 위치와 휠체어 전용 화장실 등을 상세 안내하면 평소에 나오지 않는 분들도 오실 수 있어요."
주목할 만한 것은 전시 설명에서 전문용어를 과감히 걷어내고 쉬운 말로 바꾼 점이다. "전체 인구의 11%는 유소년이고, 13%가 경계선 지능인, 5%는 이주민이에요. 하지만 그분들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전문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건 모든 관객이 미술을 편하게 즐기게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KT 통계에 따르면 올해 노원달빛산책은 100만 명의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모든 연령대의 관객이 고루 분포한다. "이렇게 관객층이 넓어지면 이 전시가 공통의 기억이 돼요. 그러면 지역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죠."
출품작 중에는 지역 공동체가 의논해 주제와 내용을 결정하는 작품들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설계한 작품을 예술가에게 공동으로 의뢰해 제작한다. 전시를 마친 후 마을 공동체에 남긴다. "공공미술 작품을 지역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관리하는 사례는 아직 국내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런 노력은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노원달빛산책의 참여작가들은 수많은 관객과 직접 만나고 소통한다. 지역 주민들은 작가들에게 구체적인 피드백을 준다. 작가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창작자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중개자로 성장한다.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전영일 총감독과 큐레이터 세 분, 우리 기획팀 모든 사람이 애쓰고 있어요. 저는 지역 공동체의 접근과 참여를 늘리는 일을 고민합니다." 세대를 잇고, 추억을 나누며,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예술이 모두의 것이므로, 모든 사람이 와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