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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 취임식 축가로 네순도르마는 적절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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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위상의 대한민국 승리 염원하는 기획 의도 이해하나
통일 염원 담은 한국가곡 세계에 알릴 기회였기에 아쉬움

오페라 해설가 홍관수 |


이번 20대 대통령 취임식 축가로 테너 김충식이 이태리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칼라프의 아리아 'Nessun dorma(네순 도르마)'를 부른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해외에서도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평이 있었다.

 

이런 논란에 대하여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페라를 즐기고 해설하는 내 입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평해야할 지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소프라노 곽신형 교수님께서 이 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게  적절할까?

 

 

먼저 기획자의 의도를 생각해보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랑'이라는 전통적인 노래가 이미 연주되었으니 다른 한  곡은 세계적인 노래가 연주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같다.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대한민국은 한류로 이미 문화적으로 세계적인 나라이다. 정치적으로도 세계적인 관심을 가질만하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후보들에 대한 기사도 몇 차례 해외 언론에 실리지 않았나. 그러니 취임식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노래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무엇일까?

 

취임식 노래로 선택된 'Nessun  dorma'는 오페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그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가장 세계적인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오페라 내용과 상관없이, 노래의 말미에 반복되어 나오는 'Vincero!'라는 표현이 취임식에 적합하다고 느낄 수 있다.  'Vincero!'에는 승리하리라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승리는 무엇일까? 윤대통령이 강조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내 견해로는 조금 식상하다. 세계는 이념을 떠나 무한경쟁속에 빠져 있다. 양대 이데올로기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념적 승리를 의식한다는 것은 세월을 거꾸로 돌려놓는 기분이다. (정치이념에 대해서는 아주 무식한 나의 개인적  견해이다.)

 

어쨋든 사랑의 승리든, 이념의 승리든, 스포츠에서의 승리든, 대통령으로서의 승리든, 승리를 염원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무한경쟁속에 빠진 글로벌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하기를 염원하는 뜻으로 그 곡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은 단지  국내적인 사건인 것만은 아니라는 취지도 있을 것이다. 오페라에서 이태리어는 이미 세계공통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이태리 오페라곡을 선택한 것은 대통령 취임의 세계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토속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왕 대한민국이 한류 열풍으로 문화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이즈음, 취임식에서 한국  가곡이 연주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운 금강산"이 연주되었다면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도 그려졌을 것이고, 한국의 가곡을 세계에 알릴 기회도 되고, 국내외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라는 비판도 받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Nessun  dorma'는 그냥 오케스트라로 식순에 넣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1995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소프라노 홍혜경과 부른 '그리운 금강산'. 도밍고는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이 노래를 소화해 감동을 주었고, 2018년 내한 공연에서 77세의 나이로 또 한 번 열창해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 이 글은 아마추어 오페라 해설가 홍관수씨의 글을 편집부 수정을 거쳐 실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