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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최윤정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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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금) - 9.19(화) 아터테인 에스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지난 봄 예술인상호부조대출기금 마련을 위한 <싸앗페>에 참여했던 최윤정 작가가 해당 작품 주인공들의 머리카락을 클로즈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윤정 작가는 커다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는 ‘pop-kids’ 시리즈로 알려져 있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커다란 안경을 캔버스 안의 캔버스 혹은 세상을 보는 프레임으로 삼아 안경 속 인물이 보는 세상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외부에서 그 인물들의 머릿속같은 머리카락  속을 들여다 본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현미경을 들이댄 순간, 그것은 이미 머리카락이라는 기능적 한계에서 벗어나 folds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어느 날 문득 작가는, 욕망은 존재를 향한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시각적으로는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물질도 존재하는 한 어떤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죽은 것이라고 하는 머리카락 같은 것. 작가에게 머리카락은 죽은 존재이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존재, 존재를 향한 의지, 욕망이 된다. 

 

주름의 형태를 중심으로 표현된 다소 추상적인 folds 시리즈는 생명이 존재하고자 하는 의지 그 자체의 욕망에 대한 시리즈입니다... 자연과 인공물에 존재하는 주름의 형태를 양식화한 시리즈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folds는 생명을 포함한 물질의 존재 방식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단상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한낱 머리카락조차도 이러한데, 우리에게 전달되는 수많은 시각정보들 또한 누군가의 메시지일 것이다. 최윤정 작가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분석해 왔다.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이슈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는 ‘pop-kids’의 모습을 통해 현대적 사고의 틀에 대하여 질문하던 행위를 folds를 통해 계속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관객에 의해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된다.

 

그의 ‘pop-kids’ 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의 머리카락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경험의 중첩처럼 보인다. 삶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중첩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어질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한 가닥, 한 가닥 서로 얽히고설키고 있는 최윤정의 머리카락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삶을 내일로 연결하고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 임대식,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들

 

 

우리 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 혹은 사건들이 과연 사실일까? 눈을 감으면 사라지는 데도,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사고와 믿음을 결정한다. 최윤정의 folds는 시각적으로 얻게 된 사고와 사건을 믿기 전에, 먼저 믿고 바라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메시지들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자, 이제 머리카락을 찾아보라.

 

 

그런데 최윤정 작가는 전시를 거듭할 수록 미시세계로 들어간다. 팔뚝이 없어지고 얼굴만 남더니 이젠 folds라는 이름으로 머리카락만 남았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음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