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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복서의 눈으로 본 세상 - 화가 박흥순의 40년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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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민중미술 대표작 '복서' 연작으로 주목
시대 변화 속 꾸준한 사회 비판 정신 이어와
최근작 '북미의 이벤트'로 한반도 긴장 상황 예견

 

뉴스아트 편집부 | 박흥순 화백의 40년 화업을 조명하는 개인전이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박 화백은 '복서' 연작으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링에서 쓰러진 권투 선수의 모습을 통해 군부 독재 시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들은 지금도 그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2년생인 박 화백은 1982년 비판적 리얼리즘을 표방한 그룹 '임술년'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그의 작품은 정교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동시대성을 예리하게 포착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복서' 연작은 프로복싱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80년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화백은 "당시 프로복싱은 가난한 청년들이 성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죠. 저는 승리한 선수가 아닌 패배한 선수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1990년대 이후 민중미술 운동이 퇴조하면서 박 화백의 작품 활동도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그는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사당동 풍경' 연작(1990) 등을 통해 꾸준히 사회 비판적 시선을 유지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환경 문제, 전쟁, 남북 관계 등 더욱 다양한 주제로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021년 작 '북미의 이벤트'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를 권투 선수로 묘사한 이 작품은 양측의 협상 실패를 풍자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우려하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실제로 현재 한반도 정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박 화백의 예리한 통찰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미술평론가 김진하는 "박흥순 화백은 7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는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비판적 미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박 화백의 예리한 시선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박 화백의 대표작인 '복서' 연작부터 최근작까지 40여 년간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 행사는 10월 9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