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태 미술평론가 | 눈이 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화면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헐벗은 나무 뒤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땅도 하늘도 구분이 되지 않을뿐더러 온통 뿌옇다. 보통의 박수근 그림과 달리 이 나무는 그림의 아랫변을 땅으로 삼아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무 아랫부분 밑둥과 가지의 윗부분은 박수근이 잡아낸 장면의 바깥으로 뻗어 있다. 나무 뒤로는 머리 위에 무언가를 이고 있는 세 여인이 걷고 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약간은 지쳐 보인다. 여인네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함지 같은 것을 머리에 얹었으나 위가 볼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팔 것을 다 팔아 거의 비어버린 함지를 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하루가 저물 무렵, 눈이 약간 오는 때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같다. 나무줄기 한가운데에 크고 작은 가지들이 나뉘어 뻗어간다. 그런데 앞부분에 가지들이 조금만 남은 상태로 잘려져 있다. 굵기로 보아 어느 정도 자란 뒤에 잘려진 것같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바람 잦아지라고 위로 뻗는 가지 세 개만 남겼을까? 나무의 전체 모습이 옆으로 누워 있는 것으로 보아,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작은 일이 또 커졌다. 광주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굿바이2 전시회를 언론이 문제 삼아 전국적 이슈로 키웠듯이, 공모전에 출품한 한 고등학생의 작품도 더욱 전국적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중고등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 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부문에 출품하여 금상을 수상한 작품에 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10월 4일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해당 공모전은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부대 행사로, 축제 기간에 전시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여 <윤석열차>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었는데, 문체부는 작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취소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하였다. 문체부의 사용승인 취소라 함은 후원단체에서 이름을 빼고 앞으로 3년 동안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체부는 이 행사에 명칭 후원만 한 것이고, 금전적 후원은 따로 없었다. 다만, 행사를 주최한 만화진흥원에 연간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대하여 문체부가 문제 삼을 여지가 있는 조항은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78년생 조은정의 작가노트에는 “희미해져가는 기억의 아름다움” 혹은 “시간은 순식간에 치타처럼 지나간다”라고 적혀 있다. 조은정 작가는 이 언어의 의미를 다양한 비유를 사용해 고스란히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의미를 다시 환기시킨다. 조은정 작가는 풍경이나 사물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풍경이나 사물이 가지는 직접적인 미감보다는, "희미한" 혹은 "순식간" 등의 인식이나 감성의 용량을 측정하고 표현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생경하게 빛나는 한 순간을 응시하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수많은 이미지와 이슈의 틈 속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희미한" 순간을 포착한다. 낯섬에서 증폭된, 익숙하지 않고 경험한 적 없는 사태 앞에서 이상적 관념이 연동되었을 때 신비함이 생겨나는 듯하다. 상상력이 확장되면서 예측을 넘어선 실체를 의식하였을 때 쾌(快)를 동반한 전율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인디프레스 대표 김정대) 조은정 작가는 바로 이 신비함의 전조를 포착하는 데에 몰두한다. 신비함의 전조는 '낯섬'이다. 인식이나 감성은 주관적일 수 있다. 그래서 측정 가능한 용량의 표현만큼은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10월 5일,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정문앞에서 국립극장 바로세우기 범연극인연대(이하 범연대)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계동에 10여 년간 기대해 왔던 국립극장이 아니라 복합문화건축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고 연극계는 공청회, 토론회, 항의집회와 행진, 항의 방문과 장관과 면담 요청 등 다각도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상대책위를 조직했다가 이를 범연대로 전환한 바 있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로 지난 9월 22일이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국민의 힘 최승재 의원이 서계동복합문화공간 개발과 관련된 의문을 제기했고,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유념해서 살펴보겠다"고 답변하였다. 범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장관의 답변을 반박하면서, 국립극장 건립계획을 먼저 세우지도 않고 제작 여건 개선방안도 없이 복합문화공간계획은 대관사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1200석규모 대극장과 고층화 등은 수익시설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복합문화공간이 아닌 제 2국립극장을 건립하라 ▲사업비 부풀리지 말고 원래 확보되어 있던 재원만 사용하라 ▲국립극단 발전방안부터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범연대가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9월 29일 조선일보에서 [단독]이라면서 "이건희컬렉션 이중섬 그림 한달 넘게 거꾸로 걸려있었다"라는 제목으로 뉴스아트에서 이미 보도한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아트의 이중섭 그림 기사, 조선일보도 보도) 뉴스아트에서 현대미술관에 확인한 결과, 해당 그림은 뉴스아트 보도 열흘 후인 9월 19일에 이미 바로잡아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도록 초판 5천 부는 아직 다 소진되지 않아 뉴스아트에서 제안한대로 정오표를 붙여 판매중이라고 한다. 초판이 다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 이후에는 새로 제대로 인쇄한 재판 도록이 판매될 예정이다. 한편, 조선일보에서는 아직도 [단독]을 내리지 않고 있다. 최근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뉘앙스만 달라도 [단독]을 걸기도 하기 때문에 큰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윤석렬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0월 4일, 국립극장바로세우기 범연극인 연대(이하 범연대)는 문화체육부장관실을 찾았다. 하지만 박보균 장관은 자리에 없었다. 국정감사에 대비하느라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손정우 범연대 위원장은 국립극장 건립 문제와 관련하여 장관과의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였다고 한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9월 27일 문체부 장관 항의방문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오늘 예정대로 항의방문을 하였다. 문체부 직원들은 이 방문에 적잖이 당황했고, 11시쯤 장관이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범연대는 건물 옥상에서 윤성천 문화예술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1시간 정도 대기했지만 장관은 예정된 시간에 복귀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요청하고 일주일 전에 공문을 보냈고 한 시간을 대기한 끝이라 다소 격앙되어 소란이 있었지만, 범연대는 장관에게 보내는 질의서를 11시 40분경 윤성천 실장에게 전달하고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박승범 비서실장은 이번 주 안에는 장관을 만나게 해 주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하였고, 범연대는 장관과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10월 11일 재방문을 예고하였다. 한달
논산 개태사에 가면 고려의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우고 개국 사찰로 창건한 개태사 주방에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는 철확이 있다.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1호로 등록되어있는 철제가마솥이다. 장터에서 엿듣는 지역문화는 덤이다. 장터에서 사진 찍는게 안쓰러운지 어르신들의 주문은 날로 늘어만 간다. 연산임리에 산다는 주영길씨는 개태사에 있는 철확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본놈들이 지그 나라로 가져가려고 그 큰 가마솥을 부산까지 가지고 내려갔데유. 그란디 가마솥을 배에 실으려고 허니께 솥에서 큰소리가 나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 났대유, 그란께 선적이 보류되었지유. 여그 지역사람들이 이 가마솥을 찾을라고 진정서도 내고 난리굿을 다 했시유” 일본으로 실려 가지 못한 철확은 경성박람회에 출품됐다가 한동안 논산연산공원에 전시되었으며, 1981년 개태사로 옮겨왔다. 큰 가뭄이 들때마다 이 솥을 다른 곳에 옮기면 비가 온다는 전설이 있어 연산부근으로 옮겨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태조 왕건이 5백명의 중에게 국을 지어먹을 솥으로 내려준 것으로 알려진 개태사 철제가마솥은 개태사가 폐허가 된 후 벌판에 방치되다가 다시 개태사로 옮겨졌다. 일본태평양전쟁이 일어나던 해 철확을 녹여서 무기를 만들려
나무컬럼니스트 이동고 | 오리나무와 굴피나무가 살아가는 조건은 비슷하다. 물이 가까운 개울가에 습한 곳에 살아간다. 흔히 콩과식물만 질소고정작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식물이 근균을 이용해 공중질소를 직접 이용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까시나무, 자귀나무, 싸리나무, 붉나무, 등나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자작나무과 식물인 사방오리, 산오리, 오리나무 등도, 또 보리수나무, 보리장나무도 그러하다. 전통적으로 이런 식물을 비료목이라 부른다. 이러한 식물들은 뿌리를 내리기만 하면 흙을 거름지게 하고 미생물을 풍부하게 만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도로공사를 끝낸 마감처리용으로 는 단풍이 좋은 붉나무는 단연 인기인지라 어디든지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양지마을 어른의 말에 의하면 봄철 논에 넣는 생거름으로는 굴피나무 잎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오리나무 종류보다 더 좋은 거름이라고. 굴피나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비료목이 아닐까. 굴피나무는 가래나무과 흔히 자라는 나무이다. 일반 농가는 지붕을 잇는 재료로 볏짚이 가장 흔하지만 산간지방에는 귀한 재료라 굴피나무나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굴피집’이라고 부른다. 흔히 굴피집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지난 9월 29일자 조선일보에 이건희컬렉션 전시회 관련 기사가 실렸다. [단독]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 기사는, 사실 지난 9월 8일 뉴스아트에서 보도한 이중섭 그림이 거꾸로 걸린 사건에 대한 것이다. (관련기사 이중섭 그림, 위 아래가 있다? 없다?) 이에 뉴스아트에서는 조선일보 편집국에 연락하여 뉴스아트에 이미 게재되었던 기사임을 알렸다. 조선일보에서는, 아직 언론에 나오지 않은 소식이라고 생각하여 [단독]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면서 뉴스아트의 기사를 검토해보겠다고 하였다. 뉴스아트에서만 보도하고 이대로 없던 일인양 잊혀지는가 했던 이 일은, 조선일보의 보도로 세간에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결정을 망설이던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을 제대로 걸고 다시 도록을 인쇄하기로 결정했다. 후속기사 뉴스아트 보도 후 이중섭 그림 바로잡았다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발달장애를 가졌지만 예술작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20명이 지난 3월부터 매일 아침 9시부터 4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그들은 이런 예술 창작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받아 최저시급을 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예술도 노동전>을 연다. 전시회가 열리는 폐공장은 양평 아신역 바로 앞에 있다. 80년대까지 양평 경제를 부흥시켰던 거대한 옛 방직공장이다. 지금은 버려졌지만 장애예술인들이 스스로를 일으켜세우면서 이 폐공장을 독특한 예술의 현장으로 함께 일으켜냈다. 초대받지 못하면 초대하면 되지! 폐공장도 장애인도 언뜻 보기에는 무용해 보인다. 분명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의미는 스스로 찾아내야만 하는 존재이다. 이들은 연대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를 깨고 스스로 설 자리를 만들어냈다. 거기에서 ‘발달장애’가 아닌 ‘예술노동’의 세계로 경계선을 확장하고, 폐공장이 아닌 예술작업장이자 전시장으로 지평을 확장하였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초대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예술도 노동전>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다. 막이 열리는 9월 30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