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오 작가 | 빛알갱이들이 운무를 뚫고 백약이 오름에 오른다. 백약이 오름은 온갖 약초가 피어나는 곳. 찔레나무 이뇨제, 오이풀 지혈제, 층층이꽃 감기약 복통에는 방아풀, 무릎 아프면 쇠무릎, 열 내릴 때 하눌타리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약은, 백약이 오름의 아름다움. 길 끝에 탁 트인 전경과 멀리 보이는 어머니산 한라산.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7일까지 파주 한길 북하우스 지하 1층 ART SPACE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문준용의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된 작품 <별을 쫓는 그림자들: CHASING STARS IN SHADOW>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21년에 제작 발표된 작품으로 이후로도 국내외에서 계속 전시되고 있다. 문작가는 이전에도 서울문화재단, 파라다이스문화재단 등에서도 지원을 받은 바 있는데, 작품보다는 신분이 부각되면서 대통령 아들로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시비에 휘말렸었다. 이에 문작가는 "예술지원금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으로,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예술 작업 및 예술인의 상황을 여러 차례 옹호해 왔다. 문작가는 2010년 파슨스 디자인스쿨 석사 과정 졸업작품으로 '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사물의 인공 그림자를 실제와 가상으로 보여주고 이를 직접 조작할 수도 있게 한 것으로, 발상이 특이하고 흥미롭다는 점을 인정받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디자인박물관(DHUB) 등 전 세계에서 10여 차례 전시되었다. 문작가 Augmented Shadow 연작 가운데 최초 작품인 'Talk T
나무컬럼니스트 이동고 | 음식의 간이 맞지 않아 매우 짜거나 쓴맛이 나면 흔히 ‘소태맛’이라고 한다. 쓴맛은 본능적으로 기피하게 되는 맛이라 안전을 위해서도 사용한다. 유아들이 삼키기 쉬운 크기가 작은 장난감이나 마시면 위험한 부동액이나 농약 등에는 강한 쓴맛을 느끼게 하는 비트렉스(Bitrex)라는 물질이 첨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보다 이 쓴맛에 대해 거부반응이 커서 어른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낀다. 아이들이 알칼로이드를 함유한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가 다 있다. 쓴맛 수용체가 어른보다 7배 정도 더 많아 알칼로이드 쓴맛이 약해도 아이들에게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쓴 약을 먹일 때는 한판 전쟁을 치르고, 사탕은 보상이다. 소태나무 껍질은 아주 쓴맛이 강하다. 소태나무는 한자로 고수(苦樹), 고목(苦木) 등이다. 그 맛을 본 사람은 드물겠지만, 소의 태(胎)가 쓴맛이 강하다는 데에서 소태나무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소의 태반이나 탯줄은 그저 물컹하고 질기기만 할 뿐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다. 혹 쓸개라면 모를까. 실제로 중국의 소태나무 별칭 가운데 하나가 웅담수(熊膽樹)다. 예전에는 따로 간식을 만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지난 23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10주년 기념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폐쇄적 온라인 방식으로 미리 신청한 선착순 100명에게만 줌 링크를 공유하여 개최되었다. 그래서 포럼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내용들이 이야기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단 4시간 동안 이야기되기에는 너무 이질적이면서 다양한 주제가 모두 포럼에 포함되었고, 각 발표 및 토론자도 17명이나 되었다. 이로 인해 발표와 토론이 구분되지 않고 '빨리빨리' 진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줌 회의 시스템은 본래 청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발언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제대로 운영되면 쌍방향 소통을 하기에 적절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소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결과적으로 보면, 유튜브를 통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생중계하여 누구나 볼 수 있게 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나았다. 예술인복지재단의 책무 너무 복잡다양 현장에 참석했던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서인형 이사장은 예복에게 주어진 책무가 너무 복잡하고 층위가 다양하여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예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태동된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기사 부담 두 배 혜택 절반 예술인
최석태 미술평론가 | 앞에서 알미늄박지에 긁어 그린 그림 가운데, 전쟁 중 저질러진 양민 학살을 고통스럽게 보여주는 그림을 이미 살펴본 바 있다. 그 그림의 화면 오른쪽에 어머니인지 아내인지 모르겠으나 큰 비중으로 그려진 여자의 얼굴이 있고, 짧고 굵은 선으로 흐르는 눈물을 표현한 것에서 나는 눈을 떼기 어려웠다. (관련기사 이중섭 <눈물>, 원통한 떼죽음을 은박지에) 이렇게 처참한 동족상잔, 골육상쟁을 그린 그림이 또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두 마리의 네발 짐승이 아래위로 그려져 있다. 이들의 꼬리는 묶여 있고 짐승의 머리 부분은 사람의 상체로 설정되어 있다. 이들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괴물은 손에 망치와 칼을 쥐고 서로 해치려는 것으로 보여 우리를 놀라게 한다. 섬찟한 느낌이다. 이중섭은 서로 해치려는 두 마리의 짐승을 그리면서 그 꼬리가 서로 묶인 것으로 연출함으로써 이들이 처한 상황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스스로 묶었는가? 누군가가 강제로 묶었는가? 이들은 왜 한 손에 서로를 해치는 흉기를 들고 휘두르고 있는가? 그런데 이렇게 서로 다른 짐승의 꼬리를 연결하는 발상을 한 그림이 또 있다. 그 그림은 이중섭이 1941년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라는 것이 있다. 전세계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 것이다. 연간 회의인데 27차라니 말은 꽤나 오래됐다. 하지만 성과는 정말로 느리고 미미하여 환경운동의 상징 그레타 툰베리는 이 회의를 비판하면서 아예 보이콧했다. COP는 권력있는 자가 그린워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 그레타 툰베리 *** 그린워싱이란 환경을 보호하는 척 하면서 이미지를 세탁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레타는 2018년 이 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호소했지만 세계 정상들은 연설만 듣고 흩어져 아무 일도 안했던 바 있다. 물론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번에도 112개 국가에서 정상급 인사들이 국가 발언을 통해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자국의 이행 노력을 설명하고 지구온도 1.5℃ 상승 억제를 위해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보다 진전된 행동을 "촉구"했다. 이번 27차에는 그래도 소득이 좀 있었다. 기후변화 따른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 설립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30년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 처음으로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2일, <예술인 고용보험 시행 2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제 19차 예술노동포럼이 열렸다.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시행 및 보완에 꾸준히 애를 써 온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 주관,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주최하였다. 현재 예술인 실업급여는, 이직이나 실직 전 2년 동안 9개월 이상 고용보험을 납입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주요 기능 생략된 예술인 고용보험은 반쪽짜리 지난 2년 동안 영세사업주 혹은 개인을 위해 예술인 고용보험 신고와 상실 등 사무대행을 수행한 바 있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 이사장은 고용보험은 노동자들이 실업에 대비하는 상호부조로 출발한 것으로, 지금은 노동자의 직업능력 개발과 고용안정사업이 아주 중요한 기능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 기능은 예술인 고용보험에는 빠져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에 직무능력개발과 고용안정이 빠져있다는 것은, 예술을 산업으로 보고 예술 노동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와 정책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예술인 실업급여는 1900년대 초 빈곤구제를 위한 구제금융 수준이다. 그런데 이 구제금융조차 다른 직군의 사람들에 비해 많이 불리하다. 서 이사장은 "특히 저소득층에 더 불리하다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뉴스아트는 지난 9월 16일자 기사 시민 축제 취소 기준은 무엇일까? 에서 시민이 주도하던 축제가 관주도로 바뀌고 축제 이름에서 '참여' '친환경' '민주'라는 말이 빠지는 등 심상치 않은 흐름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10월에는 고교생의 작품에 문체부가 도전한 <윤석열차> 사건이 벌어지는 등, 최근까지도 퇴행적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JTBC에 의하면, 행정안전부가 9월 26일 부마항쟁기념식에서 밝은 노래를 부를 것을 요구하면서 원래 예정되었던 가수 이랑의 출연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랑이 부르려던 노래는 지난해 발표된 <마녀가 나타났다. 폭도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노래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대중음악상 가운데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기자가 들어보니, 멜로디와 색감이 특이하고 화음이 아름답다. 다만 가사가 특정인들이 듣기에 조금 무서울 뿐이다. 부자들의 곡물창고를 습격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하다... 이 땅에는 충격이 필요하다... 우리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노래는 이런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가사와 곡의 밸런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가깝고 소중한 관계일수록 이상하게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 여기 위급한 상황을 공감하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 극단 연애시절은 그동안 같은 제목의 연극을 세 시즌 무대에 올렸다. 관객 반응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스크루볼 코메디라 했고, 어떤 이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관한 우화라 했다. 또 다른 이는 자아성찰에 관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다 맞다."고 작가 최우근이 말한다. 작가는 위기에 빠진 남녀를 끝까지 쫓아가 그 이야기를 2인극으로 구성해 무대에 올려놓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관객이 객석에서 일어서면서 떠올리는 이야기가 바로 내가 한 이야기라고 숟가락을 얹을 뿐이다. 좋다. 재미만 있으면 뭐. 작가는 요즘 트렌드에도 숟가락을 얹었다. 작중 위기에 빠진 것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것, 구세주처럼 나타나는 역할을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안되고 어긋나고 그러기는 마찬가지다. 세상 재미난 것이 싸움구경이라 했던가. 게다가 이 싸움구경은 남는 것이 있다, 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남은 것"이 있으니 시즌4까지 왔으리라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을 놓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국립극장 바로세우기 범연극인연대(이하 범연극인연대)가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 만남의 주제는 <창·제작 전용 국립극장이란 무엇인가?>였다. 현장에 참여한 대다수 연극인들은 그동안 갈등을 빚어오던 쟁점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의가 오갈 것을 기대했지만 제 1회 포럼이니만큼 주제에 충실한 발제들이 있었고, 토론에서도 창·제작 전용 극장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발언하였다. 다만 시의성을 의식한 듯, 문체부 윤성천 문화예술정책실장이 주도적으로 서계동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문체부 입장을 뉴스아트에서 요약한 것이다. 저희 판단으로는 이정도면 굉장히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국립극단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국립극단과 계속 소통하면서 진행했다. 행복주택 또한 예술인을 위한 것이다. 연극인을 중심으로 할 수도 있다. 극장 건립에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좋은 대안으로 진행한 것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하는 선택이 아닌가. 의견이 다 다른데 언제까지 그걸 다 들어줄 순 없지 않은가 - 윤성천